미국 공화당이 상원 탈환에 이어 하원 다수당 지위를 지켜낼 가능성이 높아졌다.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할 경우, 집권 2기를 맞이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구상했던 정책들을 모두 실현하며 강력한 행정력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된다.
6일 오후 9시(현지시각) 기준, 공화당은 상원 100석 중 52석을 확보했고 하원에서는 과반(218석)에 12석 모자란 206석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몇몇 주에서 상·하원 투표 개표가 진행 중이지만, 민주당은 상원에서 3석을 내주며 소수당으로 밀려난 데 이어 당초 우세를 점쳤던 하원에서 190석에 머무르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텃밭인 캘리포니아에서 공화당의 예상 밖 선전에 당황한 모습이다. 민주당은 뉴욕에서 공화당 의석 4개를 가져오는 데 성공했지만 펜실베이니아에서 2석을 내주며 찜찜한 뒷맛을 남기게 됐다.
게다가 캘리포니아에서는 지난 2022년 중간 선거에서 2석을 잃은 데 이어 이번 선거에서도 추가로 1~2석을 잃을 우려가 제기된다. 하원 의석이 1석뿐인 알래스카도 현재 추세로는 공화당에 내줄 처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민주당은 인플레이션, 불법 이민자 월경, 여성 스포츠 경기에서의 트랜스젠더 선수 참가 등에 대한 공화당의 파상 공세로 인해 수세에 몰렸다고 전했다.
또한 트럼프가 대선 유세 기간, 백인 노동자뿐만 아니라 흑인과 히스패닉 노동자 계층에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공화당 역시 하원 선거에서 일정 부분 수혜를 입은 것으로 WSJ은 파악했다.
아직 결과가 나와 봐야 알 수 있지만, 공화당은 하원에서 다수당을 차지하더라도 간신히 턱걸이에 걸릴 수준일 수 있다.
그렇더라도 공화당이 상원과 하원에서 모두 다수당 지위에 얻게 되면, 트럼프는 대통령 임기 동안 주요 인물들을 쉽게 임명하고 세금 인하와 규제 철폐, 관세 인상 등 주요 정책을 어려움 없이 추진할 수 있게 된다.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인 미치 매코널 의원은 6일 “정말 좋은 날”이라고 선거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면서 자신을 포함한 상원 지도부에서 추천한 공화당 후보들의 선전을 축하했다.
매코널 의원은 당내 대표적인 ‘반(反)트럼프’ 인사이며, 트럼프의 대통령 1기 집권 때도 사사건건 충돌했지만 지난 3월 트럼프 지지를 선언하며 일단 선거를 앞두고 결집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하원의장 마이크 존슨 의원은 이날 오전 “(유권자들은) 생활비와 범죄율 증가, 활짝 열린 국경,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약화에 지쳤다”며 개표가 진행됨에 따라 공화당이 백악관은 물론 상원과 하원을 모두 지배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하원은 다수당의 원내대표가 하원의장을 차지하게 되며, 하원의장은 대통령, 부통령에 이어 권력 서열 3위다. 존슨 의장은 공화당의 차기 유력 대권 주자 중 한 명으로 물망에 올라 있다.
트럼프는 이날 대선 승리 선언 연설에서 “공화당에 훌륭한 신임 상원의원들이 생겼고, 하원도 우리가 가져올 수 있을 것 같다”며 “마이크 존슨 의장에게 감사드리고 싶다. 그는 직무를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상원은 놓쳤지만 아직 하원에서 실낱같은 승리의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애리조나, 오리건, 아이오와, 캘리포니아에서 공화당 의석을 가져올 수 있다면 반전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뉴욕에서 공화당이 가지고 있던 4석을 뒤집은 덕분에 하원은 아직 경쟁을 해볼 만 하다”고 말했다.
한편, WSJ에 따르면 특정 당파 성향을 지니고 있지 않은 독립적 정치 분석업체 ‘쿡(Cook) 폴리티컬 리포트’는 이날 발표한 2024년 선거 분석 보고서에서 공화당이 근소한 차이로 하원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