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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도 ‘빅컷’ 금리인하 돈풀기…전문가 “반짝 효과 그칠 것”

2024년 09월 25일 오후 12:25
  • 인민은행 등 중국 3대 금융당국 수장이 이례적 즉석 기자회견을 열고 기준금리 인하 등 경기 부양책을 발표했다.
  • 이번 부양책은 시장 유동성 공급, 주택 구매자를 위한 대출 금리 인하 및 대출 요건 완화 등 통화 정책에 초점 맞춰져 있다.
  • 대만 경제 전문가들은 중국의 문제는 유동성 외에 소비 심리 위축, 부정적 경제 전망, 기업 환경 악화 등 복합적 요인이기 때문에 단기적 효과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금융당국이 성장 둔화에 시달리는 경제 회복을 위한 새로운 조치를 발표했다. 시중에 돈을 풀어 경제를 부양하겠다는 방안이다.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판궁성 총재(행장)는 24일 금융당국 합동기자회견에서 “조만간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낮춰 장기 유동성 1조 위안(약 189조원)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인하 후 중국 은행권의 평균 지급준비율은 약 6.6%가 될 전망이다.

판궁성 행장은 연내 유동성 상황에 따라 지급준비율을 0.25~0.5%포인트 추가 인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18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경기 침체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며 4년여 만에 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대폭 인하한 가운데, 중국 금융당국도 같은 움직임을 나타낸 것이다.

판궁성 행장은 또한 7일물 역환매조건부채권 금리도 현행 1.7%에서 1.5%로 0.2%포인트 인하하고, 주택 구매 시 최소 계약금도 낮추기로 했다.

기존 주택담보 대출금리를 신규 주택담보 대출금리 수준으로 평균 0.5%포인트 떨어뜨리고, 두 번째 주택 대출에 대한 최소 자기 담보 비율을 25%에서 15%로 낮추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다만, 중국 경제가 취약한 상황에서 급격한 통화량 증가가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를 의식한 듯 “통화가 크게 확대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날 금융당국 합동기자회견은 인민은행 판궁성 행장 외에도 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 국장 리윈제, 증권감도관리위원회 주석 우칭 등 중국 3대 금융 규제기관 수장이 전부 모인 가운데 이례적으로 즉석 기자회견을 열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대만 경제학자들의 견해를 통해 이번 경기 부양책은 경제 성장 둔화 및 부동산 시장 침체를 해결하기 위한 목적이지만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했다.

24일 중국 인민은행 총재 판궁성, 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 국장 리윈제,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 주석(위원장) 우칭이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경기 부양책을 발표하고 있다(왼쪽부터). | 로이터/연합

대만 국가정책연구원의 선임 컨설턴트인 천원쟈(陳文嘉)는 “(중국 인민은행의) 이번 조치로 1조 위안의 시장 유동성이 풀리고 시중 자금 공급이 개선되며 신용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천원쟈는 “하지만, 중국이 직면한 경제 문제는 유동성 부족뿐만 아니라 소비자와 기업의 신뢰 부족, 경제 전망에 대한 소비자의 불안 심리, 수요 부족과 과잉 생산으로 인한 기업의 경영 여건 악화 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화 완화만으로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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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난화대의 국제문제 및 기업학과 교수 쑨궈샹(孫國祥)은 “인민은행 행장이 현재 중국의 채무와 부동산 대출이라는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위안화의 수도꼭지를 크게 틀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쑨궈샹 교수는 “당장은 단기적인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볼 때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재정 정책을 통해 자금을 순환시켜 부동산으로 유입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개별 시장이 전반적으로 안정된 경우에만 가능한 일이다.

쑨궈샹 교수는 현재 경제 전반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 중국 금융당국이 자본 흐름에 대한 제한을 풀면 자금이 하나의 시장으로만 몰려 오히려 다른 분야에서 자금난이 발생하고 연쇄효과를 일으켜 전체적인 손실을 일으킬 수 있다고 봤다.

이날 리윈제 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 국장은 중국 상업은행들이 5700개 이상의 일명 ‘화이트리스트’ 프로그램을 승인했으며, 승인된 자금 규모는 1조 4300억 위안에 달해 예정대로 400만 가구 이상의 주택 공급을 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화이트리스트 프로그램은 시장 침체로 자금난에 빠진 우량 부동산 개발업체나 프로젝트를 선별해 은행 대출을 지원하는 정책이다.

리윈제 국장은 지난 8월 말 기준 올해 부동산 개발 대출이 연초에 비해 플러스 성장을 달성했으며, 부동산 인수합병 대출과 주택 임대 대출도 각각 14%, 18% 증가했다고 언급했다.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우칭 주석(위원장)은 중소 투자자의 정당한 권익 보호를 강조하고 금융 위조, 시세 조작 및 기타 위반 행위를 단속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쑨궈샹 교수는 현재 중국 당국의 경제 침체 해결책은 지방정부 책임을 강조하고 중앙은 모니터링하겠다는 것이며, 이는 경제 전반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적합한 접근법이 아니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