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당국, ‘자산 380조원’ 안방그룹 끝내 파산…“반항 세력에 경고”

덩샤오핑 전 주석의 외손서(外孫壻·외손녀 남편)가 설립한 중국 민영 대기업인 안방보험그룹이 공식 파산 절차에 들어간다.
한때 2조 위안(약 380조원) 규모에 달했던 대기업의 파산을 두고 당국이 금융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해소하려 한다는 분석과 함께, 정치적 해석도 뒤따른다. 시진핑이 태자당(혁명 원로 자제 그룹)에 대들지 말라는 경고를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4일 펑파이 신문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중국 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금감총국)은 안방그룹의 파산 절차 진행을 승인한다는 소식 등 2건의 통지문을 지난 2일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2004년 민영 금융기업으로 설립된 안방그룹은 덩샤오핑 일가와의 관련성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설립자인 우샤오후이 전 회장(58)이 같은 해 덩샤오핑의 외손녀와 결혼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38세였던 우샤오후이 전 회장의 세 번째 결혼이라는 점에서 ‘덩샤오핑 일가의 권력을 등에 업기 위한 정략 결혼’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이후 안방보험은 중국 금융당국으로부터 굵직한 승인을 별 어려움 없이 받아냈다.
중국 보험업계에서는 최초로 ‘미수금 제로’, ‘보험료 납입 실시간 확인’ 등 일부 경영 개혁을 이뤄내며 업계의 변혁을 주도했으나 그룹의 성장은 덩샤오핑의 영향력과 무관치 않았다.
특히 2008년에는 중국 보험감독관리위원회(현재 금감총국)로부터 전국 37개 지점에서 중국 전역을 범위로 하는 텔러마케팅 사업 허가를 따내며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이를 계기로 2007년 100억 위안(약 1조 9천억원)이었던 누적 보험료가 2년 만에 2배인 200억 위안(약 3조 8천억원)으로 급증했고 점차 전국에 3천 개 지점과 2천만 명 이상의 고객을 보유하고 해외에 자산관리를 둔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2015년에는 동양생명을 1조1천억 원에, 2016년에는 ABL생명(옛 알리안츠생명)을 인수하며 한국에도 진출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무리한 인수합병으로 경영난에 빠지고, 2017년 6월에는 우샤오후이 전 회장이 부패 혐의로 체포돼 이듬해 1심에서 징역 18년과 105억 위안 규모의 재산 몰수형을 선고받았다.
표면적으로는 ‘부패 혐의’가 발표됐지만, 중국 공산당 일당독재 체제하의 중국에서는 권력 암투에서 밀려나면 부패 혐의로 처벌받는다는 게 일종의 불문율이라는 점에서 시진핑의 권력 1인 독점을 위한 ‘태자당 쳐내기’라는 해석이 중론이었다.
당시 이 사건은 중화권에서도 상당한 파문을 일으켰다. 우샤오후이 전 회장이 덩샤오핑의 외손녀와 결혼한 이른바 ‘혁명원로 3세(紅三代·훙싼다이)’로서는 시진핑 임기 중 체포돼 실형까지 선고된 최초의 인물이 됐기 때문이다.
이는 태자당을 상대로 한 시진핑의 견제가 덩샤오핑 일가마저 피할 수 없는 높은 강도로 이뤄지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 됐다. 태자당은 일부 인사들을 중심으로 집권 초 시진핑을 지원하는 세력이 됐지만, 시진핑이 권력 독점을 시작하면서 당내 저항 세력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에포크타임스 중문판 주필이자 중국 전문가인 스산은 “시진핑이 어떤 회사를 망하게 하기로 결정하면, 자산 규모나 소유자 신분, 사회적 파장과 관련 없이 그 회사는 망하게 된다”며 “경영난을 겪긴 했지만, 안방그룹은 파산한 것이 아니라 해산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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