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시진핑, 공개석상 경제난 시인…허난성 육교엔 ‘역적’ 현수막

2024년 08월 01일 오후 3:30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중국 경제가 어려움에 처해 있음을 공개석상에서 시인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따르면, 시진핑은 지난달 26일 당외 인사들을 소집한 회의를 개최하고 “현재 중국의 경제 발전은 몇 가지 어려움과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시진핑은 이어 “열심히 노력하면 완전히 극복할 수 있다”며 “가시적인 고품질 발전의 성과로 중국 경제 광명론을 노래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중국 경제 광명론은 ‘중국 경제의 미래가 밝게 빛난다’는 이론이다. 지난해 말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제시됐으며 단독으로 쓰이기보다는 “경제광명론을 노래한다”는 식으로 사용된다.

서방 정부와 경제학자들의 ‘중국 경제 붕괴설’에 맞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중국 관영매체들의 보도에서 드러난 주된 목적은 외국 기업과 투자자들의 대중 투자 확대다. 즉, 중국을 방해하려는 서방의 과장된 주장에 속지 말고 중국의 미래를 믿고 투자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회의는 베이징의 권력 수뇌부 집단 거주지인 중난하이에서 열렸으며 민주당파 지도부, 중국 최대 민간경제단체인 중화전국공상업연합회(공상련) 대표, 공산당원이 아닌 지식인들이 참석했다.

중국은 공산당 일당 독재 체제이지만, 공산당의 독재에 협력하는 일부 정당을 구색 맞추기용으로 남겨두고 있다. 이러한 군소정당을 통칭 민주당파라고 부른다. 이러한 민주당파 존재는 ‘일당 독재’라는 외국의 비판이나 내부의 불만을 무마할 때 사용된다.

즉, 자신의 핵심 정책인 고품질 발전 덕분에 중국 경제의 전망이 밝다는 선전을 민간 기업인이나 민주당파 인사, 비당원 지식인들이 앞장서서 맡아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다. 공산당원이나 관영매체가 나서는 것에 비해 대외적인 모양새가 낫다는 의중으로 읽힌다.

인민일보는 이날 시진핑이 민주당파, 공상련, 무당파 인사들에게 세 가지 비전을 제시했다고도 보도했다.

하나는 최근 폐막한 공산당 3중전회의 정신을 철저히 학습해 각자 몸담고 있는 사회 각 분야가 공산당 지도부와 행동을 일치하는 것, 다른 하나는 통일전선을 강화하고 공산당 지도부의 개혁 추세 및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 마지막은 3중전회 결정 사항의 이행을 위한 연구다.

참석자들은 이러한 시진핑의 제안에 “전적으로 동의”했으며 과학기술 개발, 청년 고용 확대, 부동산의 건전한 발전, 소비 촉진을 위한 의견을 제시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하지만 중난하이 내부의 이러한 ‘화기애애’한 분위기와는 대조적으로, 중국 거리에서는 시진핑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중국 공산당을 비판하는 소식을 주로 전하는 소셜미디어 엑스(X) 계정 ‘리 선생은 네 선생이 아니다'(李老師不是你老師)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중국 남부 후난성의 한 육교에는 시진핑을 역적으로 비난하는 현수막이 걸렸다.

지난 30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알려진, 후난성의 한 육교에 걸린 현수막. 시진핑을 역적으로 비난하며 파업과 수업 거부를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현수막이 걸린 정확한 시점은 확인되지 않았다. | 소셜미디어 엑스 화면 캡처

이 장면을 촬영한 영상을 보면 육교 한쪽에 걸린 현수막에는 ‘특권 대신 평등을, 통제 대신 자유를, 거짓말 대신 존엄성을, 문화혁명 대신 개혁을, 지도자 대신 투표를, 노예 대신 시민을 원한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반대편에는 ‘파업과 수업 거부를 통해 독재자이자 나라의 반역자 시진핑을 파면하자, 통제에 반대한다’는 문구가 적혔다.

또한 영상에는 육교 주변에서 “자유를 원하고, 민주주의를 원하며, 선거를 원한다”, “파업과 수업 거부를 통해 독재자이자 나라의 반역자 시진핑의 파면하자”는 음성이 반복적으로 들린다.

해당 음성이 미리 녹음된 내용이 재생된 것인지, 현장에서 누군가 외친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RFA는 이 사건이 2022년 10월 베이징의 번화한 거리인 쓰퉁차오에서 벌어진 현수막 시위를 연상시킨다고 전했다.

쓰퉁차오 시위를 일으킨 물리학자 펑리파는 당시 시진핑의 장기 집권과 제로 코로나 정책 등을 비판하다가 체포됐으나, 그 후 중국 전역에서 백지시위와 모방 시위를 촉발하는 등 중국의 청년 세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남긴 것으로 평가된다.

올해 1월에도 산둥성 지난시의 한 대형 쇼핑몰 외벽에 빔프로젝터를 이용해 ‘공산당 타도, 시진핑 타도’ 문구를 비추는 일이 발생했다. 이 일을 주도한 인물은 “펑리파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본지에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