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中 공산당 3중전회 개막…삼엄한 감시·반체제 인사 통제

2024년 07월 16일 오후 3:08
2024년 7월 15일 중국 지도자들이 베이징에서 주요 경제 회의인 제3차 전인대가 열리는 징시 호텔 밖에 경호원들이 서 있다. | AFP/연합2024년 7월 15일 중국 지도자들이 베이징에서 주요 경제 회의인 제3차 전인대가 열리는 징시 호텔 밖에 경호원들이 서 있다. | AFP/연합

‘찬사 일색’ 관영매체와 살벌한 현장 분위기 대조적

중국 공산당 20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중전회)가 베이징 징시호텔에서 진행 중이다.

회의가 개막한 15일 베이징 시내에서는 드론 비행이 금지됐고, 징시호텔 주변에는 삼엄한 경비가 펼쳐졌다. 베이징에 거주하는 반체제 인사들이 가택연금되거나 강제 여행에 보내졌으며, 민원을 제기하려는 이들의 베이징 진입도 차단됐다고 RFA는 전했다.

징시호텔 주변을 지난 시민들에 따르면 전날인 14일부터 호텔 주변에는 경찰차와 안테나를 설치한 차량이 추가 배치됐고 순찰이 강화됐다. 베이징 공안국은 15일 오전 0시부터 18일 자정까지 드론을 포함해 모든 저공·저속 항공기의 사용을 금지했다. 각종 스포츠, 홍보, 오락 활동도 제한됐다.

베이징의 한 반체제 인사는 자젠궈, 허더푸, 가오위, 장바오청, 쉬용하이 등 활동가나 종교인들의 외출이 금지되거나 다른 지역으로 강제 여행을 떠났다고 전했다.

이러한 살벌한 분위기와 달리 중국의 방송과 지면은 칭송의 물결이 일고 있다. 이번 3중전회 개막을 알리는 중국 공산당(중공) 관영 언론들의 지면은 찬사가 넘친다.

중공 기관지 인민일보와 관영 신화통신은 시진핑의 통치 성과를 알리는 장문의 찬양 기사를 싣고 이번 회의에 대해 “18기 3중전회 이후 전면적으로 심화되는 개혁의 후속작”이라고 전했다.

인민일보와 신화통신은 시진핑 국정 운영 능력과 지도력을 치켜세우며 “그의 영도하”에 “3중전회가 반드시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 것”이라고 전했다. 부동산 위기와 내수 침체, 수출 부진으로 중국 경제 전망이 어둡다는 외국 경제 전문가들의 관측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중공 지도부인 중앙위는 집권 1기와 2기 각 5년씩 10년 주기로 교체된다. 18기 당 총서기에 오르며 집권한 시진핑은 19기까지 10년 임기를 마치고도 추가로 임기를 연장해 20기 중앙위를 이끌고 있다. 그의 집권 기간 중국의 발전 원동력은 상실됐고 공산당은 집권 위기를 맞고 있다.

시사평론가 위팅은 중공 관영 언론들의 기사에 대해 “거짓말로 가득 찬 아첨”이라며 “지금 중국이 어떻게 됐는지 보라. 위에서부터 아래에 이르기까지, 관료에서 일반인에 이르기까지 모두 기본적으로 탕핑(躺平·좌절감에 무기력한 상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위팅은 RFA와 인터뷰에서 “최근 홍수를 보면, 각 지방정부가 제때 예방 조치를 하지 않아 인재(人災)로 번졌다. 경기 침체, 외국인의 대중 투자 철회, 지방정부 재정 고갈 등으로 자연재해가 재난으로 확대되는 사태가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도 이런 정권을 칭찬하는 한편, 전례 없는 수준으로 여론을 탄압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사평론가 차이선쿤(蔡沈坑)은 이번 3중전회를 칭송하는 관영언론의 찬사 속에서도 미묘한 변화를 포착했다. 그는 “지난 수년간 그랬던 것처럼 현재 3중전회를 전하는 관영언론 보도에서 ‘개혁’은 언급되지만 ‘개방’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날 인민일보는 1면 ‘중요평론(사설)’에서 “중공 3중전회가 중국식 개혁을 더욱 전면적으로 심화하는 전면적 배치를 과학적으로 계획할 것”이라며 “복잡한 국제 및 국내 정세 속에서 새로운 과학기술 혁명과 산업 변혁, 인민의 새로운 기대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계속 진전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달 초 열린 중공 중앙정치국 회의에서도 3중전회 준비 상황을 점검하며 “개혁을 더욱 심화하고 중국식 현대화를 추진하기 위한 결정을 검토해” 2035년까지 고품질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건설한다는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차이선쿤은 “중국의 개혁개방은 사실상 끝났다”며 “지금 거론되는 ‘개혁 심화’의 본질은 중공의 절대적인 지도력을 지키겠다는 것”이라며 “지난 수십 년간 개혁개방에서 당의 지도력을 느슨히 해온 노선을 완전히 뒤집겠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즉, 이번 3중전회가 경제정책을 발표하는 자리처럼 선전되고 있지만 실상은 개방을 포기하고서라도 당의 권력 안정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선언하는 행사라는 것이다.

차이선쿤은 최근 중국 여러 지역 공산당 위원회와 정부 기관에서 당 기율을 강화하는 조치를 취했다면서 “40년간의 개혁개방을 통해 이룬 경제적 성과에도 당의 위상이 약화됐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3중전회의 진짜 의제는 경제가 아니라 중공의 권력 안정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또 다른 방증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18일까지 열리는 3중전회는 시진핑 총서기가 전국 각지에서 온 370여 명의 중공 중앙위원과 후보위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업무보고에 나선다. 이어 ‘개혁을 더욱 전면적으로 심화하고 중국식 현대화를 추진하기 위한 중공 중앙위 결정’에 대해 토론하고 표결한다. 다만, 회의 전체 과정은 일반에 공개되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이번 3중전회가 시진핑이 제시한 개혁노선인 ‘신품질 생산력’을 중심으로 수준 높은 개방을 선언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기술 연구, 민간기업 지원, 외국인 투자 및 외국 기업 유치, 국내 소비 촉진 등을 위한 새로운 정책이 발표되리라 보는 것이다.

차이선쿤은 “중국 지방정부 재정이 매우 어렵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라며 “지방정부 간부들은 기본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 재정이 바닥 나 급료조차 밀렸다. 중앙에서 내려보내는 정책을 현장에서 집행할 동기 부여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중국 평론가인 장자치는 RFA에 “중공 당국은 언제나 새로운 지평을 개척한다고 말한다”며 본질을 가리려 기괴한 신조어를 만들어낸다고 비판했다. 그는 “예를 들어, 중공은 가난한 사람을 ‘부자 대기자(待富人群)’라고 부른다”며 사실을 가리기 위한 조직적인 언어 조작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