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김정은 ‘조소동맹’ 복원…동맹 복원 어렵지만 조중조약 충돌 않는 수준 군사협력 가능

전경웅 객원칼럼니스트/자유일보 기획특집부장
2024년 06월 20일 오전 11:34 업데이트: 2024년 06월 26일 오전 10:47

김정은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지난 19일 정상회담을 갖고 새 조약을 맺었다. 1961년 7월 맺은 ‘조소동맹조약’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그에 맞먹는 ‘군사적 개입’에 합의했다. 또한 러시아 측은 회담에 철도, 에너지, 보건 관련 장관들을 대동해 향후 북한에 대한 다각적인 지원과 협력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군사전문가들은 북한과 러시아의 이번 조약이 장기적으로는 북한을 러시아의 후방 병참기지화하는 것과 동시에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진영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맞설 세력으로 키우려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 북-러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조약 제4조 “무력 침공 받으면 모든 군사적 지원 제공”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0일 김정은과 푸틴 대통령이 전날 평양에서 체결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 전문을 공개했다. 이 가운데 제4조는 “쌍방 중 어느 일방이 개별적인 국가 또는 여러 국가들로부터 무력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타방은 유엔헌장 제51조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과 러시아연방의 법에 준하여 지체 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1961년 7월 북한과 당시 소련이 맺었던 ‘조소동맹조약’ 가운데 제1조는 “체약 일방이 어떠한 국가 또는 국가 연합으로부터 무력 침공을 당함으로써 전쟁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에 체약 상대방은 지체 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온갖 수단으로써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고 돼 있다. 즉 과거 ‘조소동맹조약’처럼 포괄적인 군사적 개입과 지원은 아니지만 외부의 침공에 대해 즉각 지원한다는 점은 ‘군사동맹 복원’으로 평가할 만한 대목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은 20일 기자들에게 보낸 리포트를 통해 북한이 러시아와 체결한 조약 내용 가운데 군사 개입 조항은 1961년 7월 중국 공산당과 체결한 ‘조중동맹조약’에도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한과 러시아가 이번에 맺은 조약 가운데 군사 개입 조항을 보면 한미상호방위조약도 참고했음을 시사한다”면서 “이번 조약 체결로 북러 관계는 냉전시대의 군사동맹 관계를 완전히 복원했다”고 지적했다. 한미상호방위조약 제2조는 북한이 공개한 군사 개입 조항과 매우 유사하다.

북한과 러시아의 ‘유사시 군사 개입’ 조항은 국내 전문가와 언론들의 전망을 뛰어 넘는 수준이다. 국내 전문가와 언론들은 과거 ‘조소동맹조약’처럼 조약을 체결할 경우 제2조가 러시아에 경제적 걸림돌이 될 것으로 지적했다. 해당 조항은 “체약 각방은 체약 상대방을 반대하는 어떠한 동맹도 체결하지 않으며 연합이나 행동 또는 조치에 참가하지 않는다”고 돼 있다.

북한이 강력히 요구할 경우 러시아는 한국과의 관계를 지금보다 대폭 낮추거나 단절할 수밖에 없다는 풀이가 가능한 조항이다. 하지만 러시아는 한국과 ‘조약’을 맺은 건 아니라는 식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한 것으로 풀이된다.

◇ 북러 새 조약으로 북·러·중 VS 한·미·일·나토 대결 구도 가능성 높아져

북한은 냉전 시절 ‘조소동맹조약’과 ‘조중동맹조약’을 동시에 체결·유지했다. ‘조소동맹조약’은 옐친 집권 때인 1996년 러시아가 폐기했지만 ‘조중동맹조약’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중국 공산당이 북한에 매년 중유 50만 톤을 공급하는 근거도 이 조약이다.

북한과 러시아의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조약’을 통해 이제 러시아는 북한에 에너지·자원은 물론 식량, 보건의료, 철도, 교통 등에 대한 지원이 가능해졌다. 뿐만 아니라 해당 조약 제4조에 따라 북한군이 “러시아가 외부의 침략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장과 점령지 재건에 투입될 수도 있다. 이는 북한에는 새로운 외화벌이 사업이 될 수 있다.

북한이 이처럼 러시아와 밀착하면 중국 공산당 입장에서는 ‘조중동맹조약’을 활성화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북한군이 재래식 전력에서는 현대적 무기가 부족하지만 포병과 탄도미사일 등은 한국과 일본은 물론 미국까지 위협할 수준이다. 따라서 인도·태평양에서 ‘반중전선’을 펼치고 있는 서방 진영에 맞서기 위해서 중국에는 북한이 꼭 필요하다.

러시아와의 밀착을 두고 중국 공산당이 경쟁적으로 북한과 밀착관계로 갈 경우 이는 한반도 유사시 북·러·중 대 한·미·일·나토 간의 충돌로 이어져 3차 세계대전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 러, 北에 철도 현대화 필두로 에너지·식량·의료·기술 지원할 듯

국내 언론은 별로 주목하지 않지만 지난 19일 정상회담 배석자의 면면 또한 중요하다. 지난해 9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에서 열린 정상회담 때보다 양측 배석자가 대폭 늘었다. 특히 러시아 배석자는 13명으로 북한의 6명보다 훨씬 많았다. 러시아가 북한에 전폭적인 지원을 한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러시아 관영매체 보도에 따르면 북러 정상회담 때 러시아 측에서는 데니스 만투로프 제1 부총리, 알렉산드르 노박 에너지 부총리,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정책 보좌관,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국방장관,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 알렉산드르 코즐로프 천연자원부 장관, 로만 스타로보이트 교통부 장관, 미하일 무라시코 보건장관, 알렉세이 크리보루치코 국방차관, 유리 보리소프 로스코스모스(연방우주공사) 사장, 올레그 벨로제로프 철도공사 사장이 배석했다.

북한 측에서는 김덕훈 내각 총리, 최선희 외무상, 박정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조용원 당 조직비서, 김성남 당 국제부장, 임천일 러시아 담당 외무성 부상 등이 배석했다.

러시아 측 배석 인사를 보면, 러시아는 북한과 연결된 철도 노선을 대량 화물 운송이 가능하도록 현대화하고, 다양한 교통수단을 제공한 뒤 이를 활용해 북한에 석유·천연가스·광물 자원을 제공하고 보건의료 분야 지원을 하면서 반대급부로 북한 무기를 대량 수입하겠다는 뜻을 품은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우주기술 지원을 명목으로 한 장거리 미사일 기술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지난해 9월 정상회담 때 러시아 측에서는 유리 트루트네프 부총리 겸 극동전권대표,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을 비롯해 교통장관, 극동개발부 장관, 철도공사 사장, 에너지부 차관 등이, 북한 측에서는 김평해 노동당 부위원장 겸 간부부장, 오수용 당 부위원장 겸 경제부장이 배석했다. 회담 이후 북한은 100만 발 이상의 152mm와 122mm 포탄을 보낸 뒤 연말에 240mm 방사포와 포탄 수십만 발, 생산설비를 러시아에 보냈다.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KN-23과 KN-24도 수십 발을 보냈다. 러시아 측은 이보다 앞서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돕기 위해 기술자들을 보낸 사실이 나중에 확인됐다.

이번 회담에 배석한 북한 측 인사 가운데 과거 탄도미사일과 초대형 방사포 개발에 관여했던 박정천 부위원장이 있는 것으로 미루어볼 때 북한은 러시아에 기존의 포탄과 240mm 방사포뿐만 아니라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초대형 방사포까지 다양한 무기를 더 보낼 수 있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 냉전 때와 다른 북-러 군사협력 목표는 “美 패권주의 타도”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경제협력의 궁극적 목표가 무엇인지는 푸틴 대통령이 밝혔다. 러시아 관영매체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회담에서 “러시아는 수십 년간 미국과 그 위성국의 패권적, 제국주의 정책에 맞서 싸우고 있다”며 “양국 간 소통은 평등과 상호 이익에 관한 존중을 기반으로 한다”고 말했다.

이후 북한과 러시아가 ‘조소동맹조약’ 수준의 군사 동맹을 복원한 사실을 밝혔다는 것은 그동안의 북한 대 한미연합군 대결 구도가 이제는 북러 대 한미연합군 구도, 나아가 북러중 대 한미일 및 나토 연합군 구도가 된다는 의미다. 한반도 전역이 러시아의 핵공격 목표로 설정되는 것은 불문가지다. 동시에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북한군을 목격할 가능성도 대폭 높아졌다는 의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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