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군부에 또 먹구름…공산당, ‘軍 감사 규정’ 재차 개정

강우찬
2024년 06월 13일 오후 12:34 업데이트: 2024년 06월 13일 오후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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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부패 조사 절차 및 징계 요건 상세화…“2차 숙청 예고”

중국이 군 부패 청산 작업을 계속 중인 가운데, 군 감사 규정을 재개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패 청산 작업의 고삐를 더 바짝 죄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11일 공산당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이날 시진핑은 중국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신분으로 ‘군대 감사 조례(軍隊審計條例)’ 재개정안을 공포하라는 명령서에 서명했다.

신화통신은 “이 조례는 시진핑의 군사력 강화 사상을 철저히 관철하고 우리가 직면한 새로운 상황, 새로운 임무 및 요구에 적극적으로 적응하기 위한 것”이라며 군대 감사 권한과 절차 등을 더욱 체계적으로 표준화했다고 밝혔다.

이 조례는 다음 달 1일부터 시행되며 총 8장 75개 조항으로 구성됐다. 감사 방식과 함께 징계 요건을 상세히 규정해 감사 업무가 경제 부패 사범을 적발하는 것이 아니라, 군 구성원들의 정치적 성향을 감시·감독하는 데 기여하도록 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군부대에 사령관과 함께 별도의 ‘정치위원’을 임명해, 군이 공산당과 당 지도자의 정치이념을 바짝 추종하도록 관리하는 공산당의 특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시진핑 집권 이후 군 감사 규정이 개정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지난 2016년 말 시진핑은 이듬해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군대 감사 조례’ 개정안 공포 명령에 서명했다. 이 조례는 2007년 처음 제정됐는데, 2012년 집권한 시진핑이 집권 초반부터 시작한 반부패를 군 분야로 확대하면서 9년 만에야 첫 개정을 시도한 것이다.

그런데도 다시 7년 만에 같은 조례를 재개정하게 된 것을 두고 중화권 평론가들 사이에서는 “반부패 숙청에도 불구하고 군 부패가 오히려 더욱 심해졌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시사 평론가 리린이는 “시진핑의 반부패는 부패 관료를 청산하는 동시에 자신의 집권에 반대하는 인사들을 몰아내는 작업이었다”며 “이번 군대 감사 조례 재개정은 군 내부의 반대 세력을 더 촘촘한 거름망으로 걸러내겠다는 의중”이라고 분석했다.

평론가 중위안은 “중국 공산당의 부패는 매우 뿌리 깊기 때문에, 사실 반부패 운동으로 당을 쇄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반부패는 내부 투쟁의 도구일 뿐이며 시진핑은 그동안 군대 반부패로 자신에 반대하는 기득권 장성들을 몰아내고 자기 인물들을 심었지만, 그 ‘충성스러운 측근들’마저 믿을 수 없게 됐기에 한 번 더 솎아내기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시진핑은 지난 2016년 초 로켓군을 재창설했다. 군 현대화를 내세웠으나, 다른 한편에서는 군부 내 반대 세력을 약화하기 위해 아예 자기 사람들로만 구성된 신흥 군 세력을 조성하려는 목적도 있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같은 해 ‘군대 감사 조례’를 개정해 군 부패 관료들을 몰아낸 행보도 그저 우연히 맞아떨어진 게 아니었다고 중국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로켓군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다른 부대의 고위 인사들을 쳐내야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시진핑의 전폭적 지원을 받았던 로켓군은 지난해 사령관을 비롯해 전현직 장성들이 대거 물갈이되는 수모를 겪었다. 그 배경을 두고 시진핑이 ‘믿었던 로켓군 내부 측근들의 배신’을 확인했다는 루머가 확산됐다.

리린이는 “이번 군대 감사 조례 재개정은 측근을 한 차례 쳐내기 하고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 시진핑의 실망과 난처함을 고스란히 보여준다”며 “로켓군을 비롯해 향후 중국 군부에 또 한 번 숙청 바람이 몰아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