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창핑구에 수십 년 동안 설치돼 있던 이자성(李自成)의 동상이 갑자기 철거된 가운데 후난성 창사에 있는 천심각(天心閣) 태평천국 동상도 철거돼 중국 공산당 당국이 ‘봉기’나 ‘농민운동’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베이징 창핑(昌平)구 시관(西關) 로터리에 30년 동안 세워져 있던 이자성의 동상이 갑자기 철거돼 이자성의 고향 산시(陝西)성 틈왕채(闖王寨) 관광지로 옮겨질 것이라는 소식에 베이징 시민과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많은 네티즌들은 당국이 시민 반란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한 네티즌은 “이자성이 베이징에서 300년 동안 떠돌다가 결국 실패하고 고향으로 돌아가네”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자성 동상이 철거된 것과 비슷한 시기에 후난성 창사시에 있는 천심각의 태평군 조각상도 철거된 것으로 알려졌다.
웨이보(微博)에는 “천신각의 가장 유명한 대형 태평천국 조각상 ‘태평군혼(太平軍魂)’이 철거되고 있다”는 동영상이 올라왔다.
둘 다 ‘농민운동’, ‘봉기’와 관련돼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었다. 영상 게시물에는 “농민봉기 관련 조형물들이 최근에 그다지 환영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베이징에 있는 이자성 조각상이 철거됐고, 장사 천심각의 태평천국 부조(浮雕)도 철거됐다. 이 두 가지 일이 동시에 일어나니 상상력을 자극하지 않는가”라는 조롱 섞인 댓글이 다수 달렸다.
한 네티즌은 “역사 교과서에서는 압박에 맞서는 반봉건 사상의 대표적인 사례로 긍정적인 이미지인데 어떻게 함부로 철거할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이에 다른 네티즌은 “우리 역사 교과서에는 농민봉기를 일으킨 영웅이지만, 이는 당시 조정에 반항한 반역자들이다”라고 했다.
현재 중국 경제는 불황에 빠져 실업률이 치솟고 민생이 어려워지면서 전국 각지에서 각종 시위가 잇달아 일어나고 있다.
지난 3월 베이징에서 중국 공산당의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전인대와 정협)가 열린 민감한 시기에 한 남성이 차를 몰고 베이징 중난하이(中南海) 정문 신화문(新華門)을 들이받으며 “살인범 공산당!”이라고 외치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됐다.
3월 7일 장쑤성 장자강 시정부 청사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인터넷에 퍼진 한 전단에는 “장자강 시 정부는 내가 폭파했다. 나는 탐관오리를 처벌하고 있다. 나의 공장, 사택을 돌려달라. 자수를 기다리고 있다”고 쓰여 있고, 자신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공개했다.
우궈광(吳國光) 미국 스탠퍼드대 중국경제제도센터 연구원은 최근 미국의 소리(VOA)에 기고한 글에서 지난 수년간 중국 공산당이 여론 통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 공산당이 여론 통제와 폭력에 의존해 지속해 왔지만, 경제가 악화되고 정부가 이 거대한 진압 시스템을 지탱할 충분한 재력이 없을 때 명나라 말기 이자성의 봉기와 같은 유혈 혁명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