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스타트업 “360도 무선전력전송 성공…우주 태양광발전 기술 진전”

한동훈
2024년 04월 09일 오전 11:36 업데이트: 2024년 04월 09일 오전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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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솔라 “방향 구애받지 않고 무선전력전송 실험 성공”

1978년 첫 공개된 일본 애니메이션 작품 ‘미래소년 코난’에서는 인공위성이 모은 태양광 에너지를 지구에 전송해 막대한 에너지를 충전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공상과학으로만 여겨졌던 ‘우주 태양광 발전’ 계획이 미국, 영국 등 세계 각지에서 진행 중인 가운데, 영국의 한 스타트업 기업이 “획기적인 진전’을 이뤘다고 주장했다.

영국 매체 스카이뉴스, 더넥스트웹 등에 따르면 옥스퍼드에 본사를 둔 스페이스 솔라는 최근 벨파스트 퀸즈대학 실험실에서 무선으로 에너지를 전송해 LED 간판에 불을 밝히는 실험에 성공했다. 업체 측은 이를 “세계 최초 360도 무선전력전송”이라고 밝혔다.

무선전력전송은 선 없이 전력을 공급하는 기술이다. 이미 1899년 니콜라 테슬라가 실험에서 성공한 바 있다. 오늘날에는 이미 자기장을 이용해 스마트폰을 무선충전하는 기술이 일상적이다. 그러나 대량의 전력을 무선전송하는 일은 효율이 낮아 상용화되지 못하고 있다.

우주 태양광 발전은 인공위성을 통해 태양광 발전으로 얻은 전기를 지상으로 무선으로 전송하는 방식이다. 이때 전력 전송에는 마이크로파를 사용한다. 지구의 수신 스테이션에서 이를 수신한 후 전기로 전환해 필요한 곳에 공급하게 된다.

대기나 날씨의 영향이 없어 더 강력한 태양광을 수집할 수 있다. 전력 생산량이 지상 태양광 패널의 10배 이상으로 발전 효율이 크게 높아진다. 기상 조건에 구애받지 않고 24시간 연중무휴 발전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업체 측은 태양광 발전 위성을 적도 상공 약 3만5000km의 정지궤도에 위치시키고, 지구의 자전을 따라 끊임없이 태양 쪽을 향하게 해 가능한 한 많은 에너지를 수집할 계획이다. 발전 단가는 현재 재생 에너지 가격과 비슷하거나 원자력 약 4분의 1 정도 수준으로 추정된다.

우주 태양광 발전은 모든 각도에서 지구로 에너지를 전송하는 능력이 필수적이다. 위성이 지구 주위를 공전하면서도 지구의 특정 지점으로 에너지를 전송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스페이스 솔라 설립자 마틴 솔타우는 언론 인터뷰에서 “매우 강력한 미래 청정에너지 기술”이라며 “거대한 위성을 통해 풍부한 태양에너지를 수집하고 마이크로파로 전환해 다른 곳으로 전송한다”고 말했다.

솔타우는 “전력 전송은 이 시스템의 핵심 기술”이라며 “해리어(Harrier)라고 불리는 무선전력전송 소형 프로토타입 기술이 태양광 위성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해리어 360도 파워 빔 기술 시연기(왼쪽)가 수신기(오른쪽)에 에너지파를 발사해 ‘스페이스 솔라(Space Solar)’라는 LED 조명에 불을 밝히고 있다. | 사진=스페이스 솔라

스페이스 솔라는 10년 내에 상업용 우주 태양광 발전위성을 띄울 예정이다. 발전 용량은 180메가와트로 대도시 한 곳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이를 위해서는 약 68회의 로켓 발사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엄청난 비용이 필요하지만 이런 야심 찬 계획이 가시권에 들어온 것은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같은 민간 우주기업 덕분이다. 재사용 로켓 기술이 개발되면서 로켓 발사 비용이 저렴해졌기 때문이다.

우선 3년 후 첫 번째 프로토타입 위성을 발사하고 2020년대 말에 더 큰 위성을 발사할 예정이다. 시제품을 통해 약 1000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업체 측은 기대하고 있다.

유럽우주국(ESA)에 따르면 우주 태양광 발전은 완전히 새로운 기술적 혁신이 필요한 일은 아니다. 위성방송 수신과 비교하면 규모만 차이가 있을 뿐 지구로 전파를 보낸다는 본질은 같다.

우주 태양광 발전 상용화에 뛰어든 것은 영국만이 아니다. 미국, 중국, 일본 기업들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칼텍) 연구팀은 지난해 6월 1일 우주 태양광 발전 실험에 성공했다. 같은 해 1월 발사한 저궤도 시험위성이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를 이 대학 패서디나 캠퍼스 옥상의 마이크로파 수신기에서 수신했다.

중국은 2028년 우주 태양광 전력 전송 기술을 시연하기로 했고 일본은 2030년대까지 1GW급 우주태양광발전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한국에서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한국전기연구원이 기초적인 연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