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의지도 강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공산당(중공) 총서기가 2일(현지 시각) 전화 통화를 했다. 두 사람이 직접 통화한 것은 지난해 11월 회담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미중은 대만 문제와 미국의 첨단기술의 대중 수출 제한 등을 두고 대립하고 있다.
백악관은 이날 전화 통화 후 성명에서 “두 정상이 협력할 수 있는 분야와 동의하지 않는 분야를 포함해 다양한 양자, 지역 및 글로벌 문제에 대해 솔직하고 건설적인 논의를 가졌다”고 밝혔다.
성명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남중국해의 법치와 항행의 자유 유지의 중요성을 중국 측에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중공 외교부가 발표한 전화 통화 요약에 따르면 시진핑은 “대만 문제가 중미 관계에서 넘어선 안 될 첫 번째 레드라인”이라고 강조한 후 “미국 측이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대통령의 긍정적인 발언을 행동으로 옮기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대만은 현재 미중 갈등의 초점이다. 대만섬은 중국의 태평양 진출 길목을 막는 중요한 위치에 놓여 있다. 6·25 전쟁의 영웅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은 대만을 “가라앉지 않는 항모”라고 평가한 바 있다. 그만큼 지정학적 중요성을 높게 본 것이다.
중공은 이러한 대만을 완전한 영향력 아래 두고자 끊임없이 시도해 왔다. 특히 시진핑은 집권 후 통일을 거듭 다짐해 왔으며 대만 통일을 위해 무력 사용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집권 3기라는 초유의 정권 연장을 이뤄낸 시진핑이 대만 통일을 최대 과업으로 삼고자 한다고 분석한다.
반면 미국은 대만해협의 현상 유지를 강력하게 원하고 있다. 현상 변경을 시도하는 중공에는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미국은 대만의 국방력을 강화하기 위해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를 확대하며 중공의 격렬한 반발을 일으켰다.
이번 회담에서 양측의 또 다른 갈등 지점은 미국의 첨단기술 대중국 수출 제한이었다.
중공은 지난 수년간 대만을 향한 군사적 위협을 고조시키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영토 분쟁을 비롯한 도발을 확대했다. 이에 미국 정부는 자국의 민간용 첨단기술이 중공에 의해 군사력을 증강하고 중국인들에 대한 감시·통제를 강화하는데 악용되는 것을 막고자 동맹국과 함께 첨단 반도체와 제조설비의 대중 수출을 제한했다.
시진핑은 바이든과의 전화 통화에서 “(미국이) 중국에 대한 무수한 경제, 무역, 기술 억압 조치와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 목록을 계속 늘리고 있다”며 “이는 ‘위험 제거’가 아니라 ‘위험 조성’이다”라고 비판했다.
또한 시진핑은 미국이 계속 중국의 첨단기술 발전을 억압한다면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첨단기술 수출 통제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이를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바이든은 “미국은 무역과 투자를 부당하게 제한하지 않고 미국의 첨단기술이 (적들에 의해) 우리의 국가 안보를 약화하는 데 쓰이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계속 취할 것”이라고 응수했다.
이번 전화 통화에서는 중공의 불공정한 무역 관행도 논의됐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노동자와 가족에게 해를 끼치는 중화인민공화국(PRC)의 불공정 무역 정책과 비(非)시장 경제 관행에 대해 지속적인 우려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이 밖에 한반도 비핵화 공약, 중공의 러시아 방위산업 지원, 홍콩 인권 문제 등도 거론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공의 “러시아 방위산업 기지에 대한 지원, 유럽 및 대서양 횡단 안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관한 미국의 지속적인 의지”를 강조했다. 이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억제하는 역할에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중공에 촉구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양측은 홍콩과 인권 문제도 논의했다. 바이든은 홍콩의 국가보안법에 해당하는 ‘기본법 23조’ 제정과 중국 내 소수자 인권 문제, 중국에 구금된 미국인들에 관한 우려도 전달했다. 다만, 시진핑이 어떻게 반응했는지는 전해지지 않았다.
이번 전화 통화는 곧 열릴 양국 고위급 접촉을 위한 분위기 조성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오는 3~9일 중국을 방문해 불공정 무역 관행 개선과 중국의 과잉 생산 문제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도 수주 안에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바이든은 미중 경쟁이 직접적인 충돌로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 차원의 지속적인 교류가 필요하다고 말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