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디어러브 전 영국 해외정보국(MI6) 국장이 “영국 도로가 중국산 전기차로 채워질 경우, 영국의 교통망이 한순간에 마비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디어러브 전 국장은 지난 21일(현지 시각) 영국 주요 매체 런던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중국 정권은 자국산 전기차를 원격으로 조종할 수 있다. 만약 영국과 중국의 관계가 심각하게 악화하면, 그들(중국)은 영국 도로를 순식간에 마비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영국 정부는 우선 국가 기반 시설에서 중국산 전기차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디어러브 전 국장은 중국산 전기차를 두고 “사실상 바퀴 달린 컴퓨터이자 트로이 목마”라고 칭했다.
그러면서 “(중국산) 전기차에는 데이터를 전송하고, 제조업체가 원격으로 접근하거나 조종할 수 있도록 하는 ‘셀룰러 사물인터넷 모듈(CIMs)’이 설치돼 있다”고 알렸다.
지난 1월 영국의 국가안보전략공동위원회에 제출된 한 보고서도 “중국산 전기차는 영국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트로이 목마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점점 더 많은 중국산 전기차가 영국 시장에 들어옴에 따라 심각한 보안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며 “중국의 제조업체가 원격 조종으로 자사 전기차의 주행을 방해한다면, 영국 도로 전체가 극심한 정체를 빚게 될 것이다. 특히 이것이 주요 도시에서 벌어질 경우 그 피해는 매우 심각할 것”이라고 전했다.
보고서는 또한 “중국은 전 세계 배터리 공급의 최대 95%를 차지하는 등 전기차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며 “중국 제조업체들은 영국을 서구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앞으로 몇 년 안에, 영국으로 유입되는 중국산 전기차가 연간 30만 대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고 언급했다.
전기차의 보안 문제는 중국산 제품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4월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테슬라 직원들이 고객의 차량 카메라에 촬영된 사진과 동영상에 접근했음이 밝혀졌다.
하지만 사이버 공격, 대규모 해킹 등 중국공산당의 전력을 고려할 때 중국산 전기차와 관련한 문제는 심각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중국산 전기차의 원격 조종은 중국 현지 매체를 통해서도 이미 널리 알려졌다.
중국의 시장 규제 기관인 중국소비자협회는 지난해 5월 “일부 전기차 제조업체가 ‘안전 위험’을 줄이기 위해 원격으로 차량의 배터리 전력을 제한하도록 업그레이드했다”고 밝혔다.
2018년에는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가 자사 차량 약 50대를 원격으로 잠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당시 차량 소유주 약 50명은 BYD 차량의 품질 문제를 고발하는 한 행사에 참가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이들의 차량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잠겨 이 행사에 참가하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BYD 측이 의도적으로 이들을 방해하기 위해 원격으로 차량을 잠근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다.
이에 대해 BYD는 “피해를 호소한 차량 소유주들은 수개월간 차량 대금을 연체했다. 이에 렌트 업체가 나서서 이들의 차량을 잠근 것”이라며 “일각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