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주재 중국대사 공석 늘어…“中 외교부 혼란상 반영”

닝하이중(寧海鐘)
2024년 03월 25일 오후 4:03 업데이트: 2024년 03월 25일 오후 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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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외교부 인사가 혼란스럽다. 인사이동이 잦은 데다 장기간 공석인 해외 주재 대사도 많다. 지난해 친강(秦剛) 외교부장이 해임된 이후 인적 청산이 계속되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4인 체제로 운영 중이다. 지난 18일 신장 출신 린젠이 대변인에 임명되면서 기존 3인 체제(화춘잉, 왕원빈, 마오닝)에 추가됐기 때문이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통상 3인 체제다. 대변인실(新聞司) 사장(국장)과 부사장(부국장) 2명이 임명된다.

4인 체제가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22년 9월 마오닝이 네 번째 대변인으로 임명되면서 4인 체제로 운영된 바 있다. 그러나 늑대전사(戰狼·전랑) 대변인으로 알려진 자오리젠이 곧 다른 곳으로 발령나면서 석 달 만에 3인체제로 돌아갔다.

이 때문에 현 기존 대변인 3인방인 화춘잉, 왕원빈, 마오닝 중 한 명이 곧 물러나게 되리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대변인 교체가 대수로운 일은 아닐 수 있지만, 최근 중국 외교부의 고위급 인사가 잇따르고 있다는 점에서 외교부 내 혼란상을 반영한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지난해 6월, 친강 당시 외교부장이 해임됐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그가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지 7개월 만이었다. 일국의 외교부 장관이 반년 이상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않은 일은 매우 이례적이다.

해당 인사조치는 서두른 티가 역력했다. 후임에 친강의 전임자였던 왕이(王毅·70) 전 외교부장이 다시 외교부장으로 임명됐기 때문이다.

왕이는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으로 승진 발탁됐으나 외교부장을 겸임하고 있다. 역시 평범하지 않은 형태다.

지난 3월 전인대에서 왕이의 후임으로 류젠차오(劉建超·59)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임명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으나, 소문으로만 끝났다.

여기에 해외 주재 중국대사들이 공석이 비정상적 상황이 길어지고 있다. 현재 인도 대사를 포함해 최소 6개 대사 자리가 공석이다.

중국은 2022년 10월 쑨웨이둥(孫衛東) 인도대사를 외교부 차관으로 승진시킨 후 후임 대사를 15개월째 임명하지 않고 있다. 중국이 인도 주재 중국대사직을 이렇게 장기간 비워둔 것은 1976년 이후 처음이다.

싱가포르, 남아공 대사도 공석이고 홍콩 주재 외교부 특파원 자리도 반년 넘게 비어 있다. 마카오 주재 특파원은 현재 61세로 중국 외교관 정년인 60세를 넘겨 후임자 인선이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2019년 취임한 장쥔(張軍·63) 현임 유엔대사 역시 정년을 2년 넘긴 상태다.

이를 두고 시사평론가 리린이(李林一)는 “친강 사건 이후 중국 외교부가 매우 혼란스러운 상태”라고 지적했다.

리린이는 “과거에도 대사가 장기간 공석인 경우가 있었지만, 지금처럼 집중적으로 발생한 적은 없다”며 외교부의 인재 부족이나 내부 갈등 혹은 외부에 공개하지 않은 숙청 작업 등의 가능성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