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한달 간 모습 감춘 외교부장 면직…전 경위국장 사망은 뒤늦게 발표

닝하이중(寧海鐘)
2023년 07월 26일 오후 10:11 업데이트: 2023년 08월 26일 오후 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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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반체제 인사 “시진핑 주변서 괴이한 사건들” 주장

중국이 한 달째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친강(秦剛) 외교부장을 면직하고 신임 외교부장에 왕이(王毅)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을 임명했다. 당국은 친강 면직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또 지난 4월 ‘병사(病死)’설이 나돌았던 왕사오쥔(王少軍) 전 중앙경위국장의 사망 소식이 최근에야 발표돼 의혹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두 사건이 중국 공산당 내부 권력투쟁의 심각성을 보여준다고 분석한다.

“친강 사건은 내부 투쟁에서 비롯”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25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친강 외교부장을 해임하고 왕이를 외교부장에 임명하기로 한 중국 공산당 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의 결정에 효력을 부여하는 주석령 제8호에 서명했다.

친강은 6월 25일 베트남, 스리랑카 외교장관과 러시아 외무차관을 잇달아 만난 뒤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어 유명 방송국 아나운서와 불륜관계를 맺고 혼외자녀를 낳았다는 루머가 나돌았다. 중국 외교부는 그동안 국제 언론의 질의에 ‘건강상의 이유’라고 밝힌 이후 줄곧 답변을 피했다. 친강이 사라진 진짜 이유와 다음 행보가 관심의 초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호주로 망명한 자유주의 법학자 위안훙빙(袁紅冰)은 친강 은둔과 관련해 지난 25일 에포크타임스에 “왕이 중앙외사판공실 주임과 친강 간 갈등이 심하다”며 “왕이가 친강을 제거하려 한다. 친강이 부임한 후 대대적인 인사를 단행하면서 자오리젠(趙立堅) 등 왕이가 중용한 사람을 모두 교체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이것은 내부 권력 투쟁이며, 외교부 상무부부장 마차오쉬(馬朝旭)도 왕이 편”이라고 했다.

위안훙빙은 친강에게 여러 문제점이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그가 부서를 뛰어넘어 군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점이라고 했다. 자신의 존재감을 높이려는 의도에서 이런 사적 네트워크를 구축했겠지만, 중국 공산당 체제에서 ‘시스템을 넘나드는 비조직적 활동’은 허용되지 않는다.

위안훙빙은 친강 사건을 당내 파벌 간 권력투쟁의 산물로 보았다.

“친강 사건은 시진핑이 중국 공산당 내부를 완전히 장악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권력투쟁에서 정적은 제거했지만, 중국 공산당 체제 내 다양한 파벌과 이익집단 간의 권력투쟁이 심각한 상태에 이르렀다. 공산당 체제 내의 일부 사람들은 현재 공산당 관료체계 전체가 일종의 분열 상태에 처해 있다고 말한다.”

이어 위안훙빙은 “이번 사건에서 친강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며 “그의 면직이 미치는 영향보다는 이 사건으로 인해 시진핑의 이른바 ‘전랑외교 사상’의 지도하에 있는 중국 공산당의 외교시스템이 사실상 궁지에 몰렸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전 중앙경위국장 사망 사실, 3개월이나 은폐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24일 “왕샤오쥔(王小軍) 공산당 중앙판공청 부주임 겸 중앙경위국장이 병환으로 치료받았으나 병세가 호전되지 않아 4월 26일 향년 67세로 베이징에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왕사오쥔 사망 소식을 중국 당국이 3개월 동안이나 숨긴 것이다. 위챗 공식 계정인 ‘중경중성(中警中誠)’은 4월 27일 “제13기 전국정치협상회 상무위원인 전 중앙판공청 부주임 겸 경위국장 겸 중앙경위단 단장인 왕사오쥔 동지가 병환으로 치료받았으나 병세가 호전되지 않아 2023년 4월 26일 23시 10분 베이징에서 별세했다”는 부고를 발표했다. 그리고 ‘영결식은 4월 30일 오전 인민해방군 총병원 영결실에서 거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금은 ‘중경중성’의 관련 부고 링크와 중국 내 관련 소식이 모두 차단된 상태다.

야오청(姚誠) 전 중국 해군 중령은 25일 에포크타임스에 “왕사오쥔의 죽음을 둘러싸고 여러 의혹이 제기되는데, 그 어느 것도 배제할 수 없다”며 “지금 공산당 내부가 서로 죽고 죽이는 분위기여서 당국이 은폐하는 것이 더 의심스럽다”고 했다.

자오위안밍(趙遠明) 전 중국인민공안대학 법학과 강사는 25일 에포크타임스에 “왕사오쥔의 사망 내막이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며 “그가 맡았던 직책이 시진핑 개인의 안전과 직결돼 있기 때문에 매우 민감하다”고 했다. 그는 또 “왕사오쥔의 사망이 고위층 안보 및 경호와 관련된 정보 치안 문제인 만큼 그의 사망 소식을 발표하는 것도 특별한 시점을 택해야 한다”고 했다.

류칭(劉靑) 전 중국인권단체 주석은 25일 에포크타임스에 “전 중앙경위국장이 정말로 병으로 사망했다면 일찍이 발표했을 것”이라며 “발표를 미룬 것은 세상에 알릴 수 없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모반이 있었는지, 상하 결탁이 있었는지 등을 조사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사망 소식을 오랫동안 발표하지 않은 것은 왕사오쥔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을 밝히기 위함일 것”이라고 했다.

재미 시사평론가 란수(藍述)는 25일 에포크타임스에 “왕사오쥔의 사망 소식 발표가 3개월이나 지연된 것은 최근 군 고위 관계자들에게 좋지 않은 일이 생겼다는 소문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최근 들어 중공군 고위 장성들의 실각설이 잇따라 전해졌다. 최근 외신들은 리위차오(李玉超) 로켓군 사령관, 장전중(張振中) 전 로켓군 부사령관이자 현 연함참모부 부참모장, 류광빈(劉光斌) 현 로켓군 부사령관, 웨펑허(魏鳳和) 전 로켓군 사령관이자 전 국방부 장관, 쥐첸성(巨乾生) 전략지원부대 사령관 등의 낙마 소식을 전했다. 퇴역한 지 3년 된 로켓군 부사령관 우궈화(吳國華) 중장이 뇌출혈로 사망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는데 역시 부패와 관련이 있다. 리셴녠(李先念) 전 국가주석의 사위인 류야저우(劉亞洲) 상장(대장)의 실각설은 불거진 지 2년이 지났지만 당국은 아무런 해명을 하지 않고 있다.

란수는 “이 고위 장성들에게 문제가 생긴 것이 왕샤오쥔 전 중앙경위국장의 죽음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닌지, 그래서 중공이 이들을 조사하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이 두 가지가 동시에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란수는 조사 결과 왕샤오쥔은 문제가 없음이 밝혀져 당국이 그의 사망 소식을 발표했다고 봤다.

그러나 위안훙빙은 왕사쥔이 정상적으로 사망한 것으로 봤다. 중국 공산당 내부 규정상 특수 공직에 종사하는 사람이 죽으면 사망 소식을 바로 발표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위안훙빙은 “그러나 지금 시진핑은 측근을 비롯해 많은 사람이 등을 돌리고 있어 고립무원의 처지가 된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류칭은 “왕사오쥔과 친강은 모두 중국 공산당 핵심부에 근접한 인물”이라며 “지금 당 핵심부 주변에서 괴이한 일들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데, 이런 일이 터져도 이유조차 밝히지 못하는 것은 당이 붕괴 직전임을 말해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