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척박사’ 시진핑…“집권 후 9년간 245차례 정책 방향 제시”

박숙자
2024년 03월 20일 오후 5:31 업데이트: 2024년 03월 20일 오후 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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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과학기술부터 고고학 분야, 세계평화 유지 방안까지
지도자 한 명의 원맨쇼…“중국, 정치 코미디의 시대”

중국 공산당 총서기 시진핑이 집권 이후 9년 동안 250차례 가까이 정책 방향성을 제시하며 중국의 거의 모든 분야를 혼자서 이끌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18일 중국 비평가로 유명한 엑스(X·구 트위터) 계정 ‘리선생’을 인용해 시진핑의 정책 방향 제시 건수 집계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 기관지 신화통신과 인민일보 기사를 조사한 결과, 2015년 11월 ‘주식시장의 미래 발전 방향 제시’를 시작으로 지난 3월 중순 ‘신품질 생산력 발전을 막는 장애물 제거를 위한 방향 제시’까지 시진핑의 방향 제시는 9년간 총 245회로 집계됐다.

시진핑이 국가 주석에 오른 것은 2013년 3월이지만, 정책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관영 언론 보도는 2015년 말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조사 결과만 보면, 시진핑의 활약상은 중국의 거의 모든 분야를 총망라하는 수준이다. 그는 인공지능(AI)과 항공우주 기술 등 첨단과학 분야를 비롯해 코로나 19 방역, 금융, 교육, 문화 예술은 물론 고고학 분야에까지 세세한 지시를 내렸다.

또한 시진핑은 세계 2위 대국의 지도자답게 중국은 물론 전 세계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일에 큰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일대일로부터 시작해 아프리카의 전염병 퇴치, 아시아·태평양 지역 발전, 생물 다양성, 기후변화 대응, 세계 평화 유지 등 외교 분야와 글로벌 현안에 관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시진핑은 신조어 장인이기도 했다.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개회 연설에서는 ‘시진핑 신시대 중국특색 사회주의’, ‘중국식 현대화’, ‘전과정 민주주의’, ‘새로운 발전 구도 구축’ 등의 이념적 색채가 강한 정치 신조어를 쏟아냈다.

지난해 9월 동북 지역 개발과 관련한 모임에서는 ‘신품질 생산력(新質生產力)’이라는 용어를 사용했고 이달 초 중국공산당 제14기 전인대 회의에서는 ‘신품질 전투력(新質戰鬥力)’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탁월한 조어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이러한 그의 활약상을 지켜보는 중화권 네티즌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다수의 보좌진을 거느리고 있다고 하더라도 한 사람의 국가 지도자가 다양한 분야의 세부적인 곳까지 개입하는 것이 효율적인지 비판적 반응이 나온다.

한 네티즌은 “목록을 읽는 데만 10분 이상 걸리겠다”며 “방향을 제시하느라 바빴겠다”고 꼬집었다. 관련 기사에 “곧 사각지대 없이 360도로 방향을 제시할 것”이라고 댓글을 쓴 이도 있었다.

재미 시사평론가 차이선쿤(蔡慎坤)은 X에 “시진핑은 지난 9년 동안 중국과 세계에 245차례나 방향을 제시했고, 지난 10년 동안 140권의 책을 출간했다”며 “이 추세대로라면 앞으로 10년 동안 최소 500차례 더 방향을 제시하고, 300권 이상의 책을 더 출간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시진핑이 제시한 방향이 너무 많아서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아무도 모르고 그 자신도 깊은 구덩이에 빠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미 역사학자인 쑹융이(宋永毅) 교수는 “이는 중국이 극단적인 정치 코미디 시대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며 “245개 분야에 방향을 제시했다는 것은 중국 정치가 극도의 어리석음, 코미디의 시대를 경험하고 있음을 말한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