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한국계 작가 갈라 포라스-김 개인전 ‘국보’
남북한 국보·문화재 소환…내년 3월 말까지 전시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리움미술관(삼성문화재단 산하). 2층 고미술 상설 전시장에는 여러 점의 국보 그림과 색연필로 그린 대형 작품이 함께 전시돼 있다. 이번 특별전의 주요 전시작은 콜롬비아·한국계 작가 갈라 포라스-김이 그린 ‘국보 530점’으로, 총길이 12m의 대형 드로잉 작품이다.
‘국보 530점’은 한국과 북한의 국보 총 530점을 국보 등재 번호순으로 교차 배치해 그린 작품이다. 숭례문(한국 국보 1호)과 평양성(북한 국보 1호)을 나란히 그리는 식이다.
이번 특별전의 주인공 갈라 포라스-김은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23’의 후보 중 한 명이자 최근 예술계에서 주목받는 인물이다. 그는 문화유산이 역사 속 주체의 필요와 이해에 따라 각기 다른 방식으로 분류되고 기록됨에 주목했다. 그렇게 탄생한 ‘국보 530점’은 남한과 북한이 각각 문화유산을 어떻게 분류하고 어떤 체계를 통해 순서를 매겼는지, 또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한다.
해외로 반출된 한국 유물을 한눈에
이번 전시에서 ‘국보 530점’과 더불어 주목할 작품은 ‘일제 강점기에 해외로 반출된 한국 유물 37점’이다. 일제 강점기에 해외로 반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한국의 유물을 모아 그린 이 작품은 해외 곳곳에 흩어져 있는 유물들이 그림으로나마 한곳에 모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작품은 삼성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이 일본에서 직접 들여온 것으로 알려진 고려 불화 ‘아미타여래삼존도(국보)’와 나란히 전시돼 있다.
이번 전시에서 포라스-김 작가의 작품과 더불어 리움이 소장 중인 국보 ‘군선도’ ‘금관 및 부속금구’ ‘청동은입사 운룡문 향완’ 등도 함께 만날 수 있다. 이러한 배치는 실물로 전시된 국보와 그림 속 묘사된 국보의 모습을 비교해 보는 즐거움도 선사한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전시된 국보 중 ‘군선도’와 ‘백지묵서 대방광불화엄경 권 44-50’은 보관함에 담긴 채로 전시된 점이다. 각각 유물이 휴식기 또는 입수 당시 어떤 모습으로 보존돼 있었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이러한 전시 방식을 택했다. 문화유산이 어떻게 분류되고 관리되는지에 대한 작가의 관심을 잘 나타낸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이진아 리움미술관 큐레이터는 “문화유산, 미술관, 전시에 대해 종합적이고 비판적으로 생각할 기회를 제공한다”며 전시를 통해 어떤 것을 전달하고자 하는지를 밝혔다.
서울 도심 속에 위치한 리움미술관에서는 이번 특별전뿐만 아니라 상시 전시돼 있는 다양한 문화재를 접할 수 있다.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도자기, 서화, 금속공예 등 한국 전통예술의 다양한 분야를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리움미술관의 고미술 상설 전시장인 M1 2층에서 내년 3월 31일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