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Safeguard Defenders)’가 중국 공산당이 비밀경찰서에 이어 또 다른 비밀 조직을 해외에서 운영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이 조직은 중국 공산당의 통일전선부와 협력해 해외 중국인의 정보를 수집하고 해외 단체를 통제하고 반체제 인사들을 탄압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11월 21일, 스페인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는 ‘중국 영사 지원 자원봉사자’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중국 대사관과 영사관이 최소 10년 동안 전 세계 국가에서 비밀리에 ‘영사 지원 자원봉사자’란 조직을 만들어 운영해 왔다고 폭로했다.
보고서는 “지난 9월 1일 발효된 가장 최근의 중국 국무원 법령은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공동성명에서 중국에 ‘영사관계에 관한 비엔나협약’을 준수할 것을 명시적으로 촉구한 지 불과 몇 달 만에 이러한 영사 지원 자원봉사자 네트워크의 설립을 공식화했다”고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 네트워크는 중국 국무원 교무판공실(OCAO)을 비롯한 중국 공산당 통일전선부 소속 조직을 통해 운영되고 있다. 영사 지원 자원봉사자들은 표면적으로는 중국 재외 대사관·영사관의 지시에 따라 각종 사건·사고로부터 해외 중국인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여권을 교체하는 업무 등을 지원하지만, 이러한 활동 과정에서 다양한 대상의 개인 정보를 획득할 수 있다.
보고서는 이러한 정보는 중국 공산당이 해외 조직을 조종하고 반체제 인사들을 협박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중국 대사관은 이 정보를 이용해 해외 거주자에게 공산당 지시를 따르도록 하거나, 지역 사회에서 정보원 역할을 하거나, 중국으로 귀국하도록 강요할 수 있다.
‘영사 지원 자원봉사자’ 활동, 시작한 지 10년 넘어
공산당 기관지 신화통신에 따르면, 이 ‘영사 지원 자원봉사자’ 조직은 주(駐)벨기에 중국대사관이 2013년 처음으로 구축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 조직이 2013년 처음 결성돼 2017년 벨기에 화교협회 창립식에서 공식 출범했다고 밝혔다. 2018년 1월 벨기에 주재 중국대사관은 벨기에 화교, 중국계 기업체, 중국인 유학생 등 70여 명의 영사 지원 자원봉사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교육 및 표창대회를 개최했다.
이런 ‘영사 지원 자원봉사자 조직’은 이미 스웨덴·이탈리아·스페인·한국·일본·베트남 등 세계 각국에서 운영되고 있고, 지금도 생겨나고 있다. 이 조직을 배치하는 업무는 주로 해외 중국 대사관과 영사관이 담당하지만, 중국 각지의 외사판공실이 맡아서 추진하기도 한다.
지난 수년 동안 공관 웹사이트에 영사 지원 자원봉사자의 임명·훈련 및 표창식 관련 통지가 게시됐다. 또 지난달 20일 주이탈리아 중국대사관이 개최한 ‘영사 지원 자원봉사자 좌담회’에서는 자원봉사자들에게 해외 안보 상황이 복잡하다는 점을 특별히 강조하며 “앙양된 투지로 이러한 ‘안전위험’에 대응할 것”을 요구했다. 이는 이 조직의 정치적 기능을 입증한 것이다.
에포크타임스 기자가 온라인 검색을 한 결과, 중국 외교부 또는 해외 대사관 웹 사이트에서 ‘영사 지원 자원봉사자’ 관련 뉴스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었고, 2019년부터 더 집중적으로 보도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2018년 9월 15일, 한국의 광주(光州) 주재 중국영사관의 총영사가 영사관 대강당에서 영사 지원 자원봉사자와 좌담회를 가졌고, 이때 영사 관할 지역 곳곳의 자원봉사자 17명이 참석했다[링크].
당시 쑨시엔위(孫顯宇) 주광주 중국 총영사가 자원봉사자들을 환영하고, 자원봉사자 13명(연임 6명, 신규 임명 7명)에게 위촉장을 수여하고, 실적이 우수한 2명에게 ‘우수 영사 지원 자원봉사자’ 인증서를 수여했다.
중국 외교부 보도는 “영사 지원 자원봉사자들은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경험을 공유했다”며 “이들은 총영사관이 영사 구역 내 중국동포 보호 및 지원 업무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보좌하겠다고 밝혔다”고 했다.
2019년 10월 4일과 11일에는 콩고공화국 주재 중국대사관이 푸앵트누아르와 브라자빌에서 영사 지원 자원봉사자 조직 발대식과 교육 및 교류 회의를 개최했다. 이 행사에는 두 지역의 자원봉사자 외에도 중국 상공회의소와 화교 상공회의소의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2019년 11월 26일에는 필리핀 주재 중국대사관이 마닐라에서 영사 지원 자원봉사자 회의를 주최했다. 이 회의에는 주필리핀 대사대리 탕칭성(檀勍生), 뤄강(羅江) 총영사, 영사 지원 자원봉사자, 필리핀 화교 커뮤니티 대표, 중국계 기관, 항공사, 공자학원, 중국 유학생 대표, 필리핀 주재 중국 매체, 현지 언론 기자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이 회의에서 주최 측은 “영사 지원 자원봉사자 조직은 중국 외교부가 전 세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혁신적인 조치”라고 밝혔다.
이들 단체의 구성원들은 중국에 파견돼 집중 훈련을 받기도 했다.
쓰촨성 청두시 정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2019년 10월 22~25일 중국 외교부 영사국이 주최한 2019년 제3차 재외 대사관·영사관 소속 영사 지원 자원봉사자 훈련이 청두에서 진행됐다. 또 33개국 37명의 영사 지원 자원봉사자들이 이틀간 이른바 ‘국정시찰(國情考察)’을 진행했다.
그 외에도 피지 주재 중국 영사관이 지난 7월 6일 ‘2023년 영사 지원 자원봉사자 대회’를 개최했고, 체코 주재 중국 대사관도 홈페이지에 영사 지원 자원봉사자 관련 정보를 게재하는 등 이들을 관리했다.
‘영사 지원 자원봉사자’는 비밀 스파이 조직
캐나다에서 정치평론가로 활동하는 중국 법조계 출신 라이젠핑(賴建平)은 22일 에포크타임스에 “소위 ‘영사 지원 자원봉사자’는 사실상 중국 공산당의 스파이”라고 했다.
라이젠핑에 따르면 이러한 조직은 중국 공산당이 해외 중국인을 탄압하는 데 이용될 뿐만 아니라 주재하는 국가의 내정에도 간섭한다. 주재국의 국회의원·주지사·시장 선거에 개입해 친공산당 후보를 지원하고 대중국 정책을 결정하거나 입법을 하는 과정에도 개입해 영향을 미친다.
라이젠핑은 이들이 은밀하게 행동하기 때문에 현장에서 증거를 포착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했다. 그는 “이들이 화교 조직에 특정 후보를 금전적으로 지원하도록 지시를 해도 중국 공산당과 아무런 관련이 없어 보인다”며 “중국 공산당은 서구 법률 시스템과 자유민주주의 정치 시스템의 허점을 파고들기 때문에 서방 국가들은 당해내기 매우 어렵다”고 했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 인권변호사 우사오핑(吳紹平)은 22일 에포크타임스에 소위 영사 지원 자원봉사자들은 국경을 넘어 탄압하는 조직과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국경을 넘어 탄압하는 조직은 종종 공안부나 국가안전부와 같은 중국 공산당의 강력 부서와 연결돼 있다. 하지만 영사 지원 자원봉사자들은 기본적으로 외교 채널을 통해 설립되며 중국 공산당의 통일전선 조직과 관련이 있다. 따라서 강력 부서와는 다른 경로를 통한다.”
그는 이것이 일종의 변칙적인 ‘관할권 확대(Long-arm jurisdiction·법률 적용 범위를 해외까지 확대하는 것)’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현재는 주로 해외 중국인을 위협하고 협박할 수 있지만 결국에는 중국인 이외의 사람들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중국 공산당은 이 시스템을 이용해 외국인의 정보를 수집할 수 있고, 외국인이 공산당을 비판하는 발언을 하면 비자 발급을 거부하거나 중국과의 경제 및 무역 관계를 단절할 수 있다. 이는 매우 무서운 일이다.”
중국계 캐나다 인권활동가이자 여성 작가인 셩쉐(盛雪)는 22일 에포크타임스에 “중국 공산당이 외국, 특히 민주주의 국가에서 화교들을 끌어들여 비밀 첩보원과 정보원으로 양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쉐는 중국 공산당이 해외에 이러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현지 지역 사회에 큰 위협이 된다고 했다.
“(중국 공산당의 스파이 조직으로 인해) 현지 중국인들은 표현의 자유 등 다양한 권리를 누릴 수도 없고 지역 사회에 진정으로 통합될 수도 없다. 그들은 공산당의 통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민주주의 국가로 이주해 살지만, 심리적으로 중국 공산당의 폭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또한 성쉐는 중국인들의 수가 많아지면 이러한 시스템으로 인해 현지 지역 사회를 분열시킬 수 있다며 최근 미국의 사례를 들었다.
최근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했을 때 화교 단체, ‘애국’ 유학생 등이 대거 출동했다. 이들은 심지어 공산당 독재자에게 항의하는 시위대에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지난 20일, 미국 인권단체 ‘중국인권(HRIC)’은 이와 관련해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에 따르면, 중공 부속 단체의 습격자들이 다른 도시에서 버스나 비행기를 타고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다는 증언이 다수 나왔다. 습격자들 중에는 중국인 커뮤니티에서 폭력적인 인물로 알려진 일부 친중파 인사들이 포함됐다.
라이젠핑은 친공분자들이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위대를 폭행한 사건은 영사 지원 자원봉사자 조직과 관련이 있다며 중국 공산당의 지원이 없다면 그들이 미국의 법률을 무시하면서까지 날뛸 수는 없다고 했다.
“중국 공산당은 ‘영사관계에 관한 비엔나협약’ 위반”
지난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7개국 정상들은 공동성명을 내고 중국이 ‘영사관계에 관한 비엔나협약’에 따른 의무를 준수할 것을 촉구하면서 “우리 공동체의 안보, 민주적 제도의 무결성 및 경제 번영을 훼손하는 활동을 자제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중국 국무원은 수개월 후인 9월 1일부터 공식 발효된 ‘중화인민공화국 영사 보호 및 지원 조례’를 통해 영사 지원 자원봉사자 네트워크 설립을 공식화했다. 해당 조례 제24조는 “관련 단체와 개인이 영사 보호 및 지원 업무를 위해 자원봉사를 하도록 장려한다”고 했고, 제25조는 영사 지원 자원봉사자 시스템의 제도화를 “표창 및 장려한다”고 했다.
이는 지난 5월 열린 G7 정상회의의 성명에 명백히 배치된다.
세이프가드 디펜더스는 이번 보고서에서 중국 공산당이 해외에서도 법 위에 군림하는 행위를 하는 데 대해 의문을 제기하면서 중국 공산당과 관련된 행위자들은 이런 활동을 하면서도 주최국에 신고하지 않았고 승인을 받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우사오핑 변호사는 중국 공산당의 행위는 ‘영사관계에 관한 비엔나협약’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자 다른 국가의 주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제 사회에 중국 공산당을 비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외교적으로 저항할 것을 촉구했다.
세이프가드 디펜더스는 민주국가 정부에 영사 지원 자원봉사자 조직을 면밀히 조사할 것과, 민주 국가의 공무원과 이해관계자들에게 ‘이 조직에 합법성을 부여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중국 공산당의 통일전선 관련 조직이 조직한 활동에 참여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