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마트, 구매센터 베트남으로 옮긴다”…기업들, 탈중국 가속

강우찬
2023년 11월 21일 오후 4:59 업데이트: 2023년 11월 21일 오후 4:59
TextSize
Print

금융 블로거 “베트남 이전 확정…중국서 떠난다”
월마트 부사장은 베트남 장관 만나 “공급망 협력”

미국 대형 유통업체 월마트가 중국에서 철수하고 구매센터를 베트남으로 이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의 금융 블로거이자 전문 투자자인 ‘금융샤오후리(金融小狐狸)’는 지난 17일 “중요한 신호! 월마트가 중국에서 철수하고 구매센터를 베트남으로 이전한다”며 “블랙록, 베트남으로 옮긴다. 블랙록, 뱅가드그룹에 이어 월마트도 (중국과의) 이별을 선택했다”는 글을 올렸다.

소셜미디어 웨이보 계정 팔로워 24만 명인 금융샤오후리는 초대형 인플루언서는 아니지만, 월마트가 구매센터의 베트남 이전을 확정했다는 주장은 다른 매체와 인플루언서들도 함께 전하면서 거의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15일 베트남 언론들은 전날 월마트 고위 임원이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한 베트남 산업통상부 장관과 만나, 베트남을 아시아 상품의 주요 공급지로 만들자는 방침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이 자리에서 월마트의 구매담당 부사장인 안드레아 올브라이트는 “베트남은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 캐나다, 멕시코 등 여러 시장에서 월마트의 글로벌 공급망 5대 공급처 중 하나”라며 “베트남에서의 구매 품목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베트남 산업통상부 장관 응우옌 훙디엔은 “글로벌 유통과 도소매 시스템에서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하고 “베트남은 환경보호 및 강제노동방지를 포함해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한 규정을 철저하게 준수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월마트는 베트남 공급망의 안정성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브라이트 부사장은 “전 세계적 무역 갈등과 지정학적 긴장으로 공급망 중단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며 공급망의 안정을 위해 베트남과의 협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언급했다.

월마트 구매담당 부사장 안드레아 울브라이트(왼쪽에서 네 번째)와 베트남 산업통산부 응우옌 훙디엔 장관(왼쪽에서 다섯 번째). | 베트남 산업통상부 제공

환경 보호와 강제노동 방지 역시 중국의 약점으로 지적받는 부분이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 신장 자치구 내 위구르족 강제노동을 방지하기 위한 수입 규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유럽에서도 비슷한 규제를 발효했거나 입법 중에 있다.

금융 블로거들은 “이는 전략적 전환일 뿐만 아니라 중국 유통업계의 경쟁 환경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글로벌 대기업들은 새로운 기회를 찾아 전략을 조정하고 있다. 이것이 우리가 직면한 현실이다”라고 지적했다.

소셜미디어 엑스(X·구 트위터)의 인증 계정이자 22만 팔로워를 거느린 ‘아시안 파이낸스’도 월마트의 베트남 이전 소식을 비중 있게 다뤘다.

그는 “연 매출 6천억 달러의 월마트가 중국에서 철수해 구매센터를 베트남으로 이전한다”며 “식견이 부족한 이들은 월마트를 그저 집 근처의 대형마트 정도로 생각하지만, 월마트가 철수하려는 것은 중국 내 매장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 매장을 위한 구매센터”라고 강조했다.

또한 월마트는 미국 소매업계 1위로 상품 대부분을 중국에서 조달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월마트의 구매센터 베트남 이전 결정이 “중국 제조업 수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1996년 광둥성 선전에 1호점을 열며 중국에 진출했던 월마트는 최근 매년 평균 30개씩 매장을 폐쇄하고 있다. 상징적이었던 1호점 역시 지난 2021년 문을 닫으며 중국 철수를 재촉하고 있다.

한편, 세계 2위 자산운용사인 뱅가드 그룹은 지난 3월 중국 사업을 완전히 접기로 했다. 이달 초에는 오는 12월 상하이 지점을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블랙록은 올해 8월 말 “투자자 수익 보호를 위한 결정”이라며 중국 테마 역외펀드인 ‘차이나 플렉서블 사모펀드’를 종료하며 중국 시장 철수 소문에 휩싸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