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한·중·일 무역, 상호보완적 관계서 경쟁체제로 전환

왕허(王赫)
2023년 09월 25일 오전 11:32 업데이트: 2024년 02월 19일 오후 3:05
TextSize
Print

일본의 8월 대중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해 9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일본 재무성이 20일 발표했다.

한국의 상황도 비슷하다. 1일 관세청에 따르면 수출이 11개월째 감소했다. 8월 대중 수출액은 105억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9.9% 감소했고, 대중 수입액은 117억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3.4% 감소해 대중 무역수지는 12억 달러 가까이 적자를 기록했다.

중국 당국의 데이터는 한국과 일본이 발표한 데이터와 상당한 차이가 있지만, 중국과 한국·일본 간의 무역량이 줄고 무역 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과 일본의 對중국 교역액, 2023년 들어 대폭 감소

일본과 중국은 1972년에 수교했다. 중국 공식 데이터에 따르면 1972년 10억3800만 달러였던 중·일 양국 교역액은 1978년 48억2000만 달러(약 4배 증가)로 급증했다. 이어 1981년에 100억 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1990년 200억 달러, 2002년 1000억 달러, 2006년 2000억 달러, 2011년 3000억 달러를 기록했다. 그러나 2012년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영토 분쟁이 격화하면서 하락했고, 이후 3000억 달러 선을 오르내리다가 2021년에는 3714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아래 그래픽 참조).

출처: 중국 상무부

하지만 2021년 중·일이 외교적으로 갈등을 빚고 2022년 이후 중국 경제가 휘청거리면서 중·일 양자 교역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2022년 중·일 무역액은 3574억 달러로 전년 대비 3.7% 감소했다. 올해 1~8월 중·일 수출입 총액은 전년 동기 대비 12.8% 감소했고, 이 중 대일 수출은 8.6%, 수입은 16.7% 감소했다.

한국의 상황은 어떨까?

한국은 1992년에 중국과 수교했다. 이후 30년 동안 한·중 교역액은 40배 가까이 늘었다. 중국의 공식 데이터에 따르면 2021년 한·중 교역액은 36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중국은 18년째 한국의 최대 교역 상대국이었고, 대중 수출이 한국의 총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5%에 달했다. 이는 한국과 미·일·유럽 간의 무역액을 합친 것에 가깝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변하기 시작했다. 2022년 한·중 교역액은 3622억 달러로 전년 대비 0.1% 증가하는 데 그쳤고, 올해 들어서는 크게 감소했다. 올 1~8월 수출입 총액은 17.0%, 이 중 대중 수출은 7.8%, 대중 수입은 24.2% 감소했다.

중국은 한일 양국과의 무역에서 흑자로 전환

중국은 16년 연속 일본의 최대 교역 상대국이었고, 일본의 대외 무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를 넘었다. 중국의 공식 데이터에 따르면 중·일 무역에서 중국은 장기간 막대한 적자를 기록했다. 2017~2021년(아래 그래프) 중국의 무역 적자는 각각 284억, 335억, 285억, 322억, 398억 달러였다.

2022년 중·일 무역 총액은 3574억2400만 달러였다. 이 중 중국의 대일 수출액은 1729억3000만 달러, 수입액은 1845억 달러로 중국은 115억70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중국은 대일 무역 흑자로 돌아섰다. 1~8월 중·일 수출입 총액은 약 2079억 달러다. 이 중 중국의 대일 수출액은 1041억 달러, 수입액은 1038억 달러로 중국은 3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중국의 대일 수입액 감소폭(16.7%)이 대일 수출액 감소폭(8.6%)보다 훨씬 컸기 때문이다.

다시 한국의 상황을 살펴보자.

중국은 수년 동안 한국의 최대 무역 흑자국이었지만, 점차 최대 무역 적자국으로 바뀌고 있다. 한국의 대중 무역액은 2018년 556억3600만 달러로 글로벌 무역에서 흑자 규모 1위를 차지했지만, 2019년에는 흑자 규모(289억7400만 달러) 2위로, 2020년(236억8000만 달러)과 2021년(242억8500만 달러)에는 3위로 떨어졌고, 2022년(12억1300만 달러)에는 22위로 급락했다.

한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2022년 10월부터 11월 연속 이어지는 중이다. 올해의 연간 대중 무역적자는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1~8월 누적 대중 무역적자 규모는 155억9500만 달러에 이른다.

그러나 중국 당국의 데이터는 이와 큰 차이가 있다.

중국의 공식 통계에 따르면 2022년 중한 교역액은 3622억9000만 달러로 중국이 370억5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8월 교역에서도 적자가 났다. 올 1~8월의 중한 교역액은 2024억 달러였으며 중국의 적자 규모는 38억 달러였다. 교역액은 한국이 발표한 것과 다르지 않으나, 올 들어서도 한국이 흑자를 내고 있는 것으로 집계했다.

본문에서는 중국 측 데이터는 신뢰도가 떨어져 한국 측 데이터를 채택한다. 하지만 중국 데이터에 근거한다 하더라도 2022년 대한국 수출은 9.5% 증가하고 수입은 6.5% 감소했고, 올 1~8월에는 사실상 수입과 수출 규모가 같아졌다. 이 추세라면 올 연말쯤에는 중국은 흑자로 돌아설 확률이 매우 높다.

한·중·일 산업구조, 상호보완에서 경쟁 관계로 전환

중국과 한국·일본 간의 교역이 축소된 데는 몇 가지 특별한 요인이 있다. 중국 당국이 일본의 ‘핵처리수 방류’ 결정을 문제 삼아 일본 수산물 수입을 금지한 것도 중요 요인 중 하나다. 중국의 이 조치로 8월 일본의 대중국 수출이 작년 동월 대비 41.2% 감소했다. 이는 2011년 3월 일본 대지진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이 외에 중국 당국의 ‘내부 순환’ 전략, 한국과 일본의 ‘경제 안보’ 정책, 서방의 ‘디리스킹’ 전략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근본적인 요인은 최근 10년간 한·중·일 산업구조가 상호 보완에서 경쟁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과거 상당 기간 일본은 산업 수준에서 중국보다 크게 앞섰고, 한국도 중국보다 한발 앞섰다. 중국은 후발국으로서 산업구조를 최적화하고 업그레이드하면서 한국·일본과의 격차를 점차 좁혀왔다. 현재 한·중·일 3국의 경쟁은 주로 컴퓨터, 전자 및 전기장비 제조업, 기계장비 제조업 등 자본집약적·기술집약적 중·고급 제조업과 첨단 제조업에 집중돼 있다.

예전에는 일본산 가전제품이 중국에 수출됐지만 지금은 더 많은 중국산 가전제품이 일본에 수출되고 있다. 한국이 경쟁 우위를 점하고 있는 액정패널·스마트폰·전기차·신에너지배터리 분야에서도 이제는 한국의 최대 경쟁자로 떠오른 중국 업체를 찾을 수 있게 됐다. 한·중·일의 산업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 한·중·일 중간재 무역 패턴, 즉 일본과 한국이 중국에 장비·기술·부품을 수출하고 중국이 이를 최종 제품으로 조립해 세계로 수출하던 패턴이 2022년부터 바뀌었다. 이는 한·일의 대중 무역이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선 주요 요인이다.

맺음말

2012년 한중일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기로 하고 지금까지 16차례나 협상을 진행했지만 의견 차이가 커 결렬됐고 지금까지 돌파구는 찾지 못하고 있다. 반면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와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가 각각 2018년과 2022년 발효됐다.

한·중·일 FTA 협상이 진전을 이루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협정 내용을 두고 의견 차이가 큰 데다 지정학적 갈등이 겹친 것이 원인으로 작용했지만, 근본적으로는 한국과 일본이 중국 공산당 정권을 불신하기 때문이다. 2022년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의 GDP 규모는 일본의 약 4배, 한국의 약 10배에 달한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은 대중국 경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고, 중국과 일본·한국의 경제적 이해충돌도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중국이 경제력 및 대외 영향력을 지나치게 확대하는 것에 한국과 일본이 위기감을 느끼는 데다 대중국 무역 적자가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중국 공산당이 과도한 대외 확장 정책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한·중·일 FTA 협상은 진전되기 어렵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이 바뀌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로 볼 때, 중국과 한·일 간에 조성된 경쟁 관계가 다시 상호 보완 관계로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고, 또 한·중·일 FTA를 경제 위기 탈출의 한 축으로 삼으려는 중국 공산당의 계획도 성공하기 어렵다.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