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중앙정부 공무원과 공공기관 및 공기업 직원의 애플 아이폰 사용을 금지한 데 대해 미국이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지난 13일(현지 시간) 브리핑에서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우리는 (중국의 아이폰 금지 조치를) 우려하는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날 커비 조정관은 “이것은 중국의 미국 기업에 대한 공격적이고 부적절한 보복의 일환인 것 같다”는 입장을 밝혔다.
커비 조정관은 “사실 우리는 그들(중국)이 무엇을 왜 하는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인정하면서 “중국 당국은 보고 있는 것과 하는 것에 대해 더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같은 날 중국 외교부는 애플 브랜드 및 아이폰 사용 금지 조치 시행을 부인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애플 등 기타 외국 브랜드의 구매 또는 사용을 금지하는 법률이나 규정을 통과시키지 않았다”며 ‘아이폰 사용금지설’을 반박했다.
그러면서도 “중국 정부는 보안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며, 중국에서 활동하는 모든 기업은 중국 법과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에포크타임스는 애플에 논평을 요청한 상태다.
앞서 이달 8일 중국 지방 공무원들은 에포크타임스에 “이미 중요 회의에 아이폰이나 다른 외국 브랜드 휴대전화를 가져오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전했다. 신변 안전을 이유로 취재진에 익명을 요청한 이들 현지 공무원들은 중국의 이러한 금지령과 관련한 공식 문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중국 허난성 안양시의 한 관계자 A씨는 “(공식 문서와는 상관없이) 최근 몇 달 동안 아이폰과 같은 외국 휴대폰에 대한 제한 조치가 내려졌다”고 말했다.
광둥성 선전시에 위치한 정부부처 소속 직원 B씨는 “외국 기술에 대한 제한은 지난 1년 동안 지속돼 왔다”고 증언했다. B씨에 따르면, 중국 공공기관 내 중요 회의에서 아이폰 반입이 금지됐다. 테슬라 자동차의 경우 정부청사 출입이 제한됐다.
산둥성의 또 다른 공무원 C씨도 “내가 있는 부서에서도 아이폰과 테슬라 사용에 대해 비슷한 제한 조치가 내려왔다”고 진술했다.
중국공산당, 자국민 통제 강화
전문가들은 중국의 이러한 움직임이 놀라운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 전문가 중산은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공산당은 중국의 공공기관들과 국영기업들로 하여금 컴퓨터, 운영체제, 소프트웨어 같은 외국 기술을 당이 통제할 수 있는 국산 기술로 대체하도록 장려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번 아이폰 금지도 마찬가지다. 중산은 “중국공산당은 수십년 동안 자국 국민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지적했다.
일본 닛케이아시아가 공식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한 바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임기 동안 중국 당국이 사회 전반의 치안 유지를 명목으로 지출한 비용은 중국의 국방 관련 예산을 넘어섰다. 그 결과 중국은 이미 전국적인 감시 시스템을 구축했다. 자국 기업은 물론 외국 기업도 단속 중이며,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간주되는 모든 사람을 처벌하는 데 막대한 자원을 쏟아붓고 있다.
중산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통제를 더욱더 강화하기 위해 창사시 등 일부 중국 도시 공무원들에게 디지털 위안으로 급여를 지급하기 시작했다.
“중국공산당의 최종 달성 목표는 ‘유비쿼터스 디지털 모니터링’이다.”
영향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국의 해외 휴대전화에 대한 제한을 두고 “게임의 규칙을 바꾸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표현했다.
지난 10일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문제는 중국이 무역을 비롯한 기타 문제들에 있어 게임의 규칙을 바꾸려 한다는 것”이라며 “중국 정부의 서구 핸드폰 금지가 최근 사례”라고 이야기했다.
중국은 미국이 중국을 봉쇄하고 있다고 주장, 미·중 관계를 대하는 미 정부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느낀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나는 관계를 바로잡는 데 진정성을 가지고 있다”며 해명했다.
다만 “나는 단지 중국이 국제적 규범에 따르기를 원할 뿐”이라면서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을 문제로 삼았다.
세계 최대 시장 중 하나인 중국의 아이폰 판매 금지 조치 보도가 나왔던 지난주 애플 주가는 약 7% 하락했다. 시가 총액 기준 약 2000억 달러가 공중에 사라진 셈이다.
미국 경제학자 데이비 왕은 애플의 사례는 미중 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에 크게 의존하는 외국 기업의 위험을 잘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행정 정책은 통제할 수도, 예측할 수도 없다는 얘기다.
전임 트럼프 행정부는 2018~2019년 불공정 경쟁 등을 이유로 2200여 개 중국 제품 3000억 달러 규모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바이든 행정부도 이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 유지 여부와 관련, 미국 무역대표부는 오는 연말까지 이를 검토할 계획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공무원들에게 아이폰을 쓰지 말라고 지시했다.
데이비 왕은 에포크타임스에 “중국이 아이폰을 트럼프 시대의 무역 관세를 완화하도록 미국을 설득할 수 있는 ‘협상 카드’로 보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한편, 6일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는 “오는 12월 31일까지 352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예외적 관세 면제 조치를 추가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타이 대표실 측은 연말 이후에도 추가 연장을 검토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타이 대표는 한 인터뷰에서 “우리가 고려해야 할 한 가지 핵심 질문은 ‘지난 몇 년 동안 중국이 우리의 관세를 바꿀 만한 가치 있는 행동을 했는가’이다”라고 덧붙였다.
*황효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