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소비자물가 2년 반 만에 첫 하락…“디플레이션 공포 확산”

인드라지트 바수(Indrajit Basu)
2023년 08월 10일 오후 11:03 업데이트: 2023년 08월 11일 오전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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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2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생산자물가지수(PPI)는 10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중국이 경기 침체와 물가 하락이 동시에 일어나는 ‘디플레이션’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9일 중국 국가통계국(NBS)에 따르면 중국의 7월 CPI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0.3% 하락했다.

중국의 CPI가 전년 동월 대비 하락한 것은 2021년 2월 이후 처음이다.

중국의 월별 CPI는 지난 1월 2.1%를 기록한 뒤 꾸준히 하락 추세를 보였다. 지난 6월에는 0.0%를 기록해 마이너스 전환을 예고한 바 있다.

7월 PPI는 전년 동월 대비 4.4% 낮아졌다. 중국의 PPI는 지난해 10월 이후 10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글로벌 수요 감소, 내수 부진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결과라는 분석이 나왔다.

수요 악화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감소하고 중국공산당이 내놓은 경기 부양책이 실패함에 따라 중국의 경기 회복세가 주춤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중국이 ‘일본의 잃어버린 수십 년’과 같은 장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프랑스 투자은행 나틱시스의 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 게리 응은 “최근 중국에서는 제조업과 서비스업 간의 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다”며 “여기에 부동산 위기까지 닥쳤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의 경기 반등이 예상치를 밑돌고 있다. 글로벌 수요 악화, 원자재 가격 하락 등의 위기 요인을 극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디플레이션의 늪에 빠지면 제품 및 서비스의 가격이 하락한다. 이는 단기적으로 소비자에게 이득이 될 수 있지만, 소비자들이 더 큰 가격 하락을 기대해 소비를 미루는 현상으로 이어져 경제성장이 둔화한다.

기업은 수요 부족으로 인해 생산량을 줄이거나 고용을 축소하고, 물가 하락에 따라 제품의 가격을 동결 또는 인하해 결과적으로 수익이 감소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중국 주택단지 건설현장 | 연합뉴스

안일한 대처

중국공산당은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이후 금리를 인하하고 기업에 세금 감면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경기침체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리오프닝 효과는 기대 이하였다. 내수 회복이 더딘 데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까지 더해져 물가 하락 추세가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부동산 위기’까지 덮쳤다. 지금까지 중국 경제를 지탱해 온 부동산 시장이 흔들리자 중국인들의 지갑이 꽁꽁 닫히고 있다. 이렇게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고 소비가 위축되는 현상은 다시 물가 하락으로 이어지고, 결국 디플레이션의 늪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머지않아 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런 조치만으로 경기침체를 극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중국 규제당국이 대출금리 인하, 대출 지원 대상 확대, 현금 지원 등 각종 부동산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을 녹이기엔 역부족이다.

현재 중국공산당은 디플레이션 위험을 경시하고 있으며, 중국 경제가 성장 동력을 잃고 침체에 빠졌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주요 경제지표에 모두 빨간불이 켜지면서 중국 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확산하고 있다.

한편, 지난 6일 대만 중앙통신사의 보도에 따르면 최근 중국공산당은 자국 내 경제 전문가들에게 “중국 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언급을 피하라”며 압력을 가하고 있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