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중국 경제위기, 디플레이션 아닌 과잉생산 탓” 칭화대 교수

2023년 07월 23일 오후 4:26

중국의 현 경제 상황에 대한 내부 진단이 나왔다. 디플레이션 위기라는 국제 전문가들과는 달리 ‘과잉생산’이 문제의 본질이라는 시각차를 보였다.

중국의 대표적인 사회학자인 칭화대 사회학부 쑨리핑(孫立平) 교수는 지난 19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공식계정에 올린 글에서 “중국 경제가 직면한 것은 상대적 과잉과 절대적 과잉이 혼재하는 특수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쑨리핑의 사회관찰’이라는 이름으로 중국 사회의 주요 사건들을 고찰해 온 쑨 교수는 먼저 과거 중국에서 발생했던 두 가지 경제위기를 언급했다. 하나는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다른 하나는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주택담보대출 사태에 따른 금융 위기였다.

쑨 교수는 두 차례의 경제위기 때 중국은 모두 과잉생산이 문제가 됐었다며 아시아 금융위기 때는 중국 공산품의 95%에서 공급이 수요를 앞질렀고, 2008년 금융위기 때도 공급이 수요를 크게 넘어서는 사태가 벌어졌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의 경제 문제를 디플레이션이라고 표현하는 경제학자들도 있지만 나는 경기 회복의 지연, 실업 등 디플레이션과 관련된 많은 현상 뒤에 생산과잉 문제가 놓여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우리가 현재 직면한 생산과잉 문제는 기존의 생산과잉과 완전히 동일하진 않다”며 상대적 과잉과 절대적 과잉이 혼재된 것이 차이점이라고 주장했다.

쑨 교수가 말한 상대적 과잉은 소비자의 구매력 대비 생산과잉으로 원인은 구매력 하락이며, 절대적 과잉은 생산량이 수요를 웃도는 상태를 나타낸다.

상대적 과잉의 대표적 사례는 중국의 주택 시장이다. 각지에서 벌어지는 주택 미분양 사태는 소비자들이 주택을 구매할 여력이 줄어들어서 생기는 일이라는 것이다.

중국은 경제성장의 20~30%를 부동산 시장에 의존해 왔으며, 착공하기도 전에 분양부터 할 정도로 과도한 투자 열기가 장기간 지속돼 왔다.

그러나 은행 빚을 끌어다가 일단 짓고 보자는 식의 무분별한 개발사업이 만연하면서 중국 주요 업체들의 경영난이 심화됐다. 특히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인 헝다그룹은 사실상 디폴트에 처했다.

여기에 코로나19 기간 경제 활동이 중단된 이후 중국 당국의 ‘리오프닝’에도 경제는 중국 안팎의 예상과 달리 회복이 더뎌지면서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는 모습이다.

쑨 교수는 절대적 과잉의 원인으로 “20년 이상 지속된 고도의 대중소비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부동산 시장도 거의 한계에 달했다”며 “경제 규모가 비교적 큰 지방 중소도시에서는 이미 부동산이 포화상태이거나 과잉상태에 있다”고 밝혔다. 더는 이전처럼 부동산 개발로 경제 성장을 지탱할 수 없다는 것이다.

부동산뿐만이 아니다. 전 세계 자동차 제조사들이 경쟁하고 있는 중국의 자동차 시장도 비슷하다. 현재 중국의 자동차 생산능력은 연간 6천만 대 이상인데 반해, 수요 상한선은 연간 3천만 대 수준이다.

그동안 중국 공산당이 자랑해오던 중국의 거대한 소비시장도 주요 소비층의 수요는 이미 포화상태이며, 아직 소비 잠재력이 큰 계층은 저소득층만 남았다.

중국은 여전히 세계의 공장이며 최대 공장이지만, 생산능력의 대부분이 향하고 있었던 수출시장은 디커플링 혹은 디리스킹 과정에서 사라지고 줄어들고 있다.

내수와 수출 모두 ‘감축’이 필요하다는 게 쑨 교수의 해법이다.

그는 “중국이 직면한 진정한 문제는 내수에 있어서는 고도의 대중소비 시대가 끝나고, 수출에 있어서는 대규모 디커플링이라는 안팎의 압력으로 과잉 생산에 처해 있다는 것”이라고 재차 정리했다.

그러면서 “중국 기업들이 처한 문제는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대출을 받지 않는 게 아니라, 대출을 받아 생산을 해도 제품이 팔리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수요가 넘쳐나던 시절에서 생산 과잉의 시대가 됐는데, 과거와 같은 경기부양책을 사용하면 역효과라고 지적했다.

쑨 교수는 “이제 단기간에 효과를 낼 수 있는 경기부양책은 없다”며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구조개혁이다. 우호적인 국제 환경을 구축하고 가능한 한 대외 시장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산업의 고도화를 실현하고 과잉된 생산능력을 낮추며 저품질 제품을 생산하는 일부 기업을(시장에서) 퇴출시켜야 한다”며 “시장 메커니즘을 통해 중소기업에 활력을 주고 가능한 한 고용을 유지해 가계가 더 많은 부와 자원을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이렇게 해야 구조개혁의 여건이 마련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