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中 ‘과잉생산’ 저가품 공세에 반발…관세인상 움직임

멕시코, 브라질, 콜롬비아 등 중남미 국가들이 중국산 저가 공세에 맞서 관세 인상을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유럽의 중국 과잉생산 견제와 맞물린다.
8일(현지시각) 멕시코 연방관보(DOF) 웹사이트에 따르면, 멕시코 경제부는 전날 중국산 SBS(세티렌-부타디엔-스티렌) 고무 제품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SBS 고무는 아스팔트 도로 포장 첨가제, 접착제, 신발 밑창이나 타이어 제조에 많이 쓰이는 소재다.
이번 조사는 멕시코의 글로벌 합성 폴리머(고분자) 소재 생산업체인 다이나솔의 조사 신청에 따른 것이지만, “일자리 50만 개 창출을 위해 중국산 수입품을 멕시코 국내산으로 대체할 필요가 있다”는 로헬리오 라미레스 데라 오 재무장관의 발언 이후 약 2주 만에 발표된 것이기도 하다.
데라 오 재무장관은 지난 달 하순 “중국은 우리에게 팔기만 하고 사지는 않는다”며 양국 간 불공정한 무역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멕시코의 교역 정책 재검토를 강력하게 주장한 바 있다.
합성 폴리머 생산 분야 세계 10대 기업에 속하는 다이나솔 측은 중국의 SBS 고무 생산량이 멕시코 시장 수요의 35배에 해당하는 연간 91만7천 톤을 생산할 수 있을 정도로 대규모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멕시코 경제부는 이번 조사를 위해 현지 타이어 및 기타 고무 제품 수입·생산·제조업체 84곳을 상대로 심층적인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발표한 사전 분석 결과에서는 중국산 수입 고무가 멕시코산보다 38.9~45.1%, 외국산에 비해 최대 55.3% 낮은 가격에 판매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 업계 단체에 따르면, 멕시코 타이어 시장은 이미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로 함락 위기에 놓였다. 올해 중국산 수입 타이어의 시장 점유율은 45%였으나, 지난 5년간 88% 급성장했다.
브라질·콜롬비아·칠레도 중국산 철강에 반덤핑 관세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 조치 및 검토는 멕시코에만 한정된 일이 아니다. 브라질, 콜롬비아, 칠레가 중국산 철강 제품에 대한 관세를 줄줄이 인상하거나 인상이 예상된다.
브라질은 지난 6월 일부 철강 제품 관세를 기존 9~12.6%에서 25%로 인상했다.
지난해 수입량이 2020~2022년 대비 30% 이상 증가한 제품들만을 대상으로 했지만, 중국산 철강 제품을 겨냥한 조치라는 게 로이터통신의 평가다. 브라질의 지난해 중국산 철강 수입량은 전년 대비 50% 급증한 반면, 자국 생산량은 6.5% 감소하면서 자국 주요 철강업계 순익이 급감하고 직원 고용계약이 중단됐다.
콜롬비아 일간 라레푸블리카는 현지 철강업계가 관세를 현행 5%에서 20∼25%로 높일 것을 압박하고 있다고 보도했고, 칠레는 지난 4월 중국산 철강의 덤핑 공세를 차단하기 위해 최대 33.5%의 잠정 관세를 매긴다고 발표했다.
미국·서방의 대(對)중국 견제…디커플링에서 과잉생산으로
중국의 과잉 생산 제품에 대한 견제는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주장해온 것이기도 하다. 미국은 그동안 중국과의 디커플링(탈동조화), 디리스킹(위험완화)에 초점을 맞춰 왔으나, 최근에는 과잉 생산 쪽으로 중심을 이동하고 있다.
이는 과다한 생산설비에 막대한 자원을 투입, 과잉생산된 제품들이 다른 나라의 산업을 붕괴시켜 일자리에 타격을 주고 더 나아가 중국 업체들이 해당 산업을 장악하게 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의 과잉 생산이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등 미래산업 주도권을 쥐기 위한 도전이자, 중국 공산당의 세계 패권을 노린 장기적 전략의 하나로 보고 있다.
지난 4월 중국을 방문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중국의 생산 능력은 내수뿐 아니라 현재 세계 시장이 감당할 수 있는 규모를 상당히 넘어섰다”며 “(중국은) 타국 경제를 압박하는 과잉 생산 능력을 줄임으로써 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압박했다.
옐런 장관은 5월에는 중국의 과잉 생산에 대응하기 위해 대중 관세 인상에 동참할 것을 유럽연합(EU)에 촉구했으며, 비슷한 움직임이 중남미에서도 확산될 것을 기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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