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시행된 중국 반간첩법(방첩법)이 외국인들의 중국 출입을 금지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정상적인 비즈니스 활동도 간첩 행위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일(현지 시간)부터 시행에 들어간 중국 반간첩법 개정안은 국가안보 관련 정보 수집 및 전송에 대한 항목을 신설하고 국가안보 개념의 정의를 확대했다. 간첩행위 규정 범위도 더 넓혔다.
새로 규정된 간첩행위에는 기밀정보 및 국가안보와 이익에 관한 문건·데이터·자료·물품 등을 절취·정탐·매수하는 조직 또는 개인의 행위가 포함됐다.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 국가에서는 국가기밀을 훔치려는 행위 외 통상적인 정보 수집이나 검색(일반적으로 정탐 및 매수하는 행위)은 합법적인 영업활동 영역에 해당한다. 다시 말해 일반적인 국가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행위가 공산주의 중국에서는 간첩행위로 판단될 수 있다는 뜻이다.
질문이 허용되는 게 당연한 가치관으로 확립된 서양인들에게는 반간첩법 개정안에 쓰인 모호한 표현들이 특히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는 단순히 질문하는 행위만으로도 불법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이는 외신 기자부터 감사관까지 중국에 주재 중인 외국인 모두를 위험에 빠뜨리는 문제다.
국가안보와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됐다는 중국 반간첩법은 국가기관 및 인프라 관련 문서·데이터·자료와 연관된 모든 정보로 확대 적용될 수 있다.
여기에 반간첩법은 국가안보기관의 권한을 확대해 수사관들에게 개인의 컴퓨터와 휴대폰 데이터, 전자 장비 및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수사관들은 또한 조사 대상자의 출국을 금지할 권한도 갖게 됐다.
국가안보기관뿐만 아니다. 개정안 제7조는 “중화인민공화국 국민은 국가의 안보·명예·이익을 수호할 의무가 있다”, 제8조는 “모든 국민과 조직은 방첩 활동을 지지하고 협조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제레미 다움 미국 예일대 폴 차이 차이나센터 선임연구원은 AFP와의 인터뷰에서 “반간첩법 개정안은 광범위하게 정의된 국가안보에 위험이 되는 모든 것을 다루기 위해 사회 전체에 접근하는 방식”이라면서 “민간 기업과 개인을 중국공산당의 대리인으로 참여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사회 전반적 접근 방식은 앞서 지난 2018년 개정된 중국 국가정보법 제7조와도 일맥상통한다. 중국 국가정보법 제7조는 “모든 조직과 국민은 국가 정보활동을 지지·지원·협력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제24조는 공안과 민정 외에도 “금융·보건·교육·인사 및 사회보장·의료 등 공공기관 및 국유기업 사업단위는 반드시 국가안보기관의 정보 수집 업무에 협조해야 한다”고 명시해 두었다. 이러한 법들은 모든 중국 기업 및 조직과 중국 개개인에 협조 의무를 부여해 사실상 이들을 중국공산당의 대리인으로 만든다.
주의 깊게 생각해 볼 부분은 중국 국가정보법이 이러한 정보수집 활동을 중국 국경 안에 국한한다고는 명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외국 기업에서 근무하는 중국 국민들이 곤경에 처했다. 반간첩법에 따르면 “간첩조직과 그 대리인 이외에도 국내외 기관·조직·개인과 결탁해 국가기관, 기밀 관련 부처, 핵심 정보 인프라 등에 사이버 공격이나 침입·방해·통제·파괴 활동을 수행 혹은 수행하도록 교사받거나 자금 지원을 받는 행위”로 유죄 판결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간 중국공산당은 국민들이 외국 기관과 결탁하는 것을 막기 위한 도구로 기독교 탄압을 정당화해 왔다. 이번 개정안을 통해서 중국공산당은 외국 기업 및 외국 기업의 중국 지사에서 근무하는 모든 중국 국민에게 간첩죄를 물을 수 있게 됐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반간첩법 개정안은 외국인에게도 적용된다. 개정안은 반간첩법을 위반한 것으로 간주되는 외국인에 대해서도 중국 입국을 금지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법을 위반한 것으로 간주되는 행위가 중국이 아닌 다른 국가에서 발생했을 수도 있으므로 이 같은 입국 금지 조항은 명백한 치외법권에 해당한다.
더욱더 우려스러운 조항은 반간첩법을 위반하는 외국인에 대한 추방 및 잠재적인 출국 금지 조항이다. 개정안 제33조는 “국가안보기관은 간첩 행위가 의심되는 자의 출국을 허용하지 않도록 출입국관리기관에 통보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앞서 지난 4월 중국 공안은 미국 경영컨설팅 기업 베인앤드컴퍼니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그보다 몇 주 전에는 미국 기업실사업체 민츠그룹 베이징 사무소를 압수수색하고 폐쇄했다. 이에 기업 경영컨설팅 업계에서는 회사에 민감한 질문을 하고 자료와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으로 이뤄지는 분야인 컨설팅 자체가 반간첩법을 위반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또한 중국공산당이 기업의 영업기밀이나 독점 데이터 및 고객정보를 취득하기 위한 구실로 반간첩법을 악용할 수 있다는 의문도 제기됐다.
이에 미 국가정보국 산하 국가 방첩안보센터(NCSC)는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과 미국인을 대상으로 경고 안내를 발송했다. 방첩안보센터는 “반간첩법은 중국 정부로 하여금 중국 내 미국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에 접근하고 통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제공한다”며 “중국 내 미국 기업과 미국인 개인은 일반적인 비즈니스 활동에 대해서도 간첩 또는 중국에 대한 외국의 제재를 돕는 행위로 간주돼 처벌받을 수 있다. 중국공산당은 또한 미국 기업의 중국 지사에 고용된 현지 중국 국민에게 중국의 정보활동을 지원하도록 강요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미 방첩안보센터는 중국 내외에서 개인 데이터를 취급·수집·보유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지난달 미 국무부는 출국 금지와 관련된 중국 현지 법률의 자의적 집행과 부당한 구금의 위험이 있다는 점을 들어 미국인들에게 중국, 홍콩, 마카오 여행을 재고할 것을 권고했다.
지난 3년 동안 외국 기업들은 중국이 사업하기에 매력적인 국가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새로운 반간첩법 개정안은 기업들이 중국을 떠나는 가장 최근의 원인에 불과하다. 유럽연합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중국에 대한 기업들의 비즈니스 신뢰도가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반면 기업들이 중국에 유치했던 투자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사례는 사상 최대치 수준에 도달했다. 상공회의소 회원사 10곳 중 1곳은 이미 중국 밖으로 투자를 이전했으며, 5곳 중 1곳은 다른 곳으로의 투자 이전을 고려 중이다.
안토니오 그레이스포 박사는 아시아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중국 경제분석가다. 상하이체육대학을 졸업하고 상하이교통대학에서 중국-MBA를 취득했으며 현재 미국 군사대학에서 국방을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일대일로를 넘어서: 중국의 글로벌 경제 확장'(2019)이 있다.
*이 기사는 번역 및 정리에 황효정 기자가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