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상하이 등 중국 주요 도시 중고주택 가격이 일제히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민간 싱크탱크인 ‘상하이이쥐팡디찬(易居房地产)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베이징·상하이·광저우·선전·충칭·청두·난징·톈진 ·우한·시안·선양·항저우·허페이 등 13개 주요 도시 중고주택 매물은 199만 건으로 올해 초 159만 건에 비해 반년 만에 무려 2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미 중국경제 전문가 황다위(黄大衛)는 중국 부동산 시장의 매물 급증에 관해 “경기 부진과 가계의 소비력 저하가 원인”이라고 에포크타임스에 밝혔다.
황다위는 “생계 유지를 위한 현재 소비뿐만 아니라 미래에 일어날 위험을 피하기 위해 부동산 매각을 선택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며 “하지만 부동산이 팔리지 않아 매물이 누적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에서는 모든 토지가 국가 소유이므로 개인이나 단체는 토지 위에 건축된 건물만 소유할 수 있으며, 토지는 사용권을 장기간 임대해 사용한다. 따라서 중국 부동산 시장 매물은 건축물에만 해당한다.
공산주의 혁명 이후 들어선 중화인민공화국에는 부동산 시장이 존재하지 않았다. 정부가 주택을 배급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은 1998년 7월부터 관공서·국유기업에서 무료나 저가로 배급하던 주택을 개인이 매입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중국에서도 부동산 광풍이 시작됐다. 1990년대 말부터 시작된 투자 열기는 중국 경제의 고속 성장과 맞물려 10년간의 급속한 버블 팽창으로 이어졌다. 부동산 시장은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8%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아졌다.
평범한 사람들의 ‘내 집 마련’ 꿈은 일확천금의 욕망으로 바뀌었다. 사람들은 아직 착공하지도 않은 고가의 아파트를 도면만 보고서도 빚을 내가며 ‘묻지마 구매’를 했다. “지금 사두면 반드시 값이 오른다”는 확신이 중국을 휘감았다.
뜨거웠던 부동산 투자 열기는 2015년을 기점으로 급격히 식기 시작했다. 부동산 시장과 내수 시장의 위축은 이미 수년 전부터 시작됐으나 이 무렵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심각한 부채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중국 공산당은 경제 붕괴를 막기 위해 부동산 업체의 부채를 가계부채로 전환하는 정책을 도입했다. 빈민근로자(農民工·농민공)에게는 주택을 구입하면 도시에 거주지 등록(호구·戶口)을 할 수 있도록 해주었고 대학생들에게도 혜택을 제시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들이닥치면서 건설 현장은 멈춰 섰다. 무분별하게 아파트를 짓던 기업들은 자금난을 겪게 되자 이미 계약금을 받고도 주택 건설을 무기한 연기하기 시작했다. 2021년에는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그룹이 파산위기에 빠졌다.
중국 전역에는 미완성 상태로 방치된 고층 아파트 단지를 뜻하는 ‘유령도시’가 즐비하다. 영국 거시경제 연구기관 캐피털 이코노믹스 분석에 따르면, 중국에서 공급 과잉으로 비어있는 주택은 3천만 채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 명의 이전까지 마치고도 입주하지 못한 구매자들은 잔금 납부를 거부하며 항의하고 있다. 작년에는 전기·가스·수도 시설도 없는 짓다 만 아파트에 사는 중국인들의 사연이 외신을 타고 국제적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부실공사로 유명한 중국 아파트이지만, 그나마도 건설 재개 전망이 어둡다. 현지에서는 철근에 녹이 슬면서 건설 중인 아파트들이 그대로 쓸모없는 잔해로 돼가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인구감소기에 접어들면서 사회구조적 측면에서도 부동산 수요 감소가 예고됐다. 중국 공산당 당국은 올해 1월, 작년 인구가 전년 대비 85만 명 줄었다고 밝혔다. 중국 인구가 감소한 것은 61년 만에 처음이다.
판매자는 조급하지만 구매 측은 느긋하다. 황다위는 “집이 잘 팔리지 않는다. 이미 집값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수요자들은 기다리면 더 싸지는 것을 알기에 더 지켜보자는 입장”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13개 주요도시 중고 주택 매물이 반년 사이 25% 급증한 이유다.
중국 부동산 전문지인 중국방지산보는 지난달 28일 복수의 부동산 중개업체 직원을 인용해 “올해 들어 중고 물건 거래 현황이 좋지 않아 매도 대기 중인 물건 수가 점점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공산당 국가통계국이 최근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5월 현재 70개 주요 도시 가운데 중고 주택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보합세이거나 상승한 곳은 15개 도시에 그쳤다.
황다위는 “중국이 인구 감소 국가가 됐다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납덩이처럼 부동산 소유자들을 짓누르고 있다”며 “더 손해 보기 전에 빨리 집을 팔아야 한다는 위기감이 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