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는, 일본 정부 발표에 따르면, ‘다종핵물질제거장비(ALPS)’로 여러 번 처리한 물이다.
이는 국제원자력에너지기구(IAEA)도 동의한 사실이다. IAEA는 지난달 4일 발표한 중간 보고서에서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의 관리 감독에 “문제없다”고 밝혔다.
최종 보고서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IAEA는 결국 일본의 방류를 승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처리를 거쳤다 하더라도 원전에서 나온 ‘오염 처리수’가 바다로 방류되는 것이 썩 유쾌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국제규제기관이 승인한 일을 다른 국가에서 과학적 근거 없이 반대하는 것은 정치적·외교적 문제로 비화될 우려가 있다. 이런 부분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은 눈길을 끈다.
지난12일 ‘더불어민주당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대책위원회’는 국회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정부에 후쿠시마 원전 방류시설 시운전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이 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기준치 180배가 넘는 세슘 우럭이 우리 국민의 식탁을 넘보고 우리 어민과 수산업 종사자의 생업터전이 원전 오염수에 무방비로 뒤덮일 위기에 직면했다”고 경고했다. 2008년 ‘광우병 파동’이 연상되는 위기감이다.
이날 일본 원전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예고한 오염 처리수를 원전 앞 바다에 방류하는 설비의 시운전에 들어갔다.
도쿄전력은 먼저 2주간 방사성 물질이 없는 물을 바닷물과 섞어 방류하면서 설비의 작동 상황을 점검하고, 시운전을 마친 후 이달 말까지 설비 공사를 완료할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올여름쯤 방류를 예고하고 있다.
국회 과반을 차지한 제1야당이 국민의 건강과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는 사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자 의무다.
그러나 방사성 물질에 관련해서는 국내에 더 시급한 사안이 있다. 바로 지난 60년 동안 중국 내몽골 일대에서 편서풍을 타고 우리나라로 날아온 ‘방사능 미세먼지’다. 아직 국내 어느 정당에서도 대책위원회를 설립하지 않은 사안이다.
◇카이스트 교수 “중국발 미세먼지, 후쿠시마 원전 오염물질보다 위험”
중국발 미세먼지가 인체에 매우 유해하다는 연구 결과는 오래전부터 나왔다. 지난 2019년 4월 8일에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보다 중국발 미세먼지가 더 위험하다”는 과학자의 주장이 나왔다. 당시 ‘사이언스타임스’는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이 한국과학기술회관 회의실에서 주최한 ‘미세먼지와 원자력, 무엇이 진실인가’ 오픈 포럼을 보도했다.
이 자리에서 발제를 한 정용훈 한국과학기술연구원(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일본발 방사능 물질과 중국발 미세먼지의 위해도에 대해 설명했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25㎍/㎥으로, 연간 21갑의 담배를 피우는 위험과 같고, 초미세먼지로 인한 연간 조기 사망자가 1만 1900명을 넘어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초미세먼지 농도가 25㎍/㎥일 경우 약 6개월의 수명 단축을 초래한다. 한편 원전 작업자가 연간 피폭당하는 방사능은 연간 35mSv이며, 생애 총 피폭량은 약 1655mSv 정도다. 정 교수는 “반면 후쿠시마 주민의 평생 피폭량은 10mSv 내외이며, 후쿠시마 원전 사고 복구 작업자의 초기 19개월 피폭량은 12mSv 수준”이라며 “초미세먼지를 방사능 피폭량으로 치환할 경우, 후쿠시마 피해보다 초미세먼지로 인한 피해가 크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는 또한 초미세먼지 위해도가 흡연의 10분의 1이지만, 원전 사고 때 방사능 피폭 위험과 비교하면 100배 수준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미세먼지 문제는 국가적으로 해결해야 할 중대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정용훈 교수는 그러면서 중국발 미세먼지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미세먼지를 만드는 원인에 대해서도 정부가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탈원전 지지측 “정 교수 주장 잘못돼…日 후쿠시마 원전이 더 위험”
정 교수의 발표는 곧 언론을 통해 “중국발 미세먼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 물질보다 100배는 더 위험하다”는 식으로 보도됐다. 탈원전 지지측에서는 반론을 제기했다.
“서울대 홍윤철 교수는 2018년 미세먼지로 매년 1만 1900명이 조기 사망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우리나라 인구를 5125만 명으로 가정하면, 미세먼지에 의한 조기 사망률은 4307분의 1이다. 그런데 탈핵으로 유명한 동국대 김익중 교수 말로는 연 1mSv의 방사능에 노출되면 1만 명 중 1명이 치명적인 암에 걸린다고 한다. 즉 정영훈 교수는 미세먼지 위험성을 방사능 위험의 5~10배 더 부풀려 이야기한 것이라 볼 수 있다.”
탈원전 지지측에서는 또한 2019년 8월 20일 JTBC가 보도한 내용을 근거로 “일본 후쿠시마 주민들이 실제로 노출되는 방사선량은 정 교수 주장의 70~210배 이상”이라고 주장했다.
이 논리에는 중요한 사실 한 가지가 빠졌다. 중국발 미세먼지는 편서풍을 타고 연중 몇 달 이상 우리나라로 직접 날아오지만,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한 대기 중의 방사능 물질은 그 편서풍을 타고 동쪽으로 지구 한 바퀴를 돌아 우리나라로 온다는 것이다.
사실 중국발 미세먼지에는 방사능 물질도 포함돼 있다. 1960년대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중국 공산당이 실시한 지상 핵실험이 원인이다.
◇ “중국발 미세먼지에 핵실험 방사능 물질 섞여온 지 수십 년”
2011년 4월 후쿠시마 원전 노심 용융으로 인한 방사능 물질의 대기 유입 우려가 제기됐을 때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측에 문의했다. KINS 측은 “강대국들의 핵실험 때문에 (중국 쪽에서 날아오는) 황사(미세먼지)에는 늘 방사능 물질이 극미량 포함돼 있었다”면서 “하지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KINS 측은 “매일 전국의 측정소에서 대기 시료를 채취해 분석한 뒤 다음 날 수치를 발표하는데, 이 추이를 보면 방사능 황사인지 알 수 있다”면서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발견되는 방사성 물질은 인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양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KINS 측이 제공한 자료를 확인한 결과 방사능 물질이 미세먼지 형태로 황사에 섞이는 지역은 중국과 구소련의 핵실험 장소였다. 특히 중국은 첫 핵실험을 고비사막에서 실시한 뒤 1964년 10월 16일부터 1996년 7월 29일까지는 신장위구르의 로프누르에서 핵실험을 했다.
KINS 측 설명은 그로부터 12년 전 ‘경향신문’ 보도와 비교가 된다. 1999년 5월 21일 ‘경향신문’은 “중국 핵실험 지역의 방사능 물질이 수십 년에 걸쳐 이동해 오면서 우리나라 전역의 토양을 오염시킨 사실이 처음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당시 신문은 “KINS가 1992~1995년 전국 27개 지역을 대상으로 측정한 한국 표층 토양 중 플루토늄 239·240 농도 분포를 확인한 결과 기준치 이상의 플루토늄이 발견된 것”이라 전하면서 “전국이 방사능에 오염돼 인체에도 피해를 입힐 것으로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 김대중 정부는 “국내 표층 토양에서 발견된 플루토늄 농도는 인체에 영향을 끼치기에는 극미량”이라며 “걱정할 필요 없다”고 반박했다.
◇KINS “중국발 미세먼지 방사능 물질, 걱정 안 해도 돼”
방사능 물질을 담은 중국발 미세먼지의 위험성에 대한 기사는 또 있다. 2011년 3월 20일 CBS 노컷뉴스는 “KINS가 1998년 1월~2010년 12월까지 조사한 방사능 낙진 및 대기 부유 먼지의 방사능 세슘 농도가 유의치를 넘어섰다”며 “이는 식료품 반출 또는 소비 통제의 결정 기준치에 비해서는 극히 미량이기는 하지만 방사능 유의치는 넘어서는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같은 해 4월 9일 ‘동아사이언스’는 “중국 환경부 국가핵안전국이 지난 6일 발표한 ‘중국 방사성 물질 검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중국 내 관측소 31곳에서 방사성 요오드와 세슘이 검출된 만큼 9~10일 중국에서 유입되는 황사에 방사능 물질이 붙은 채 국내로 들어올 수 있다”는 기상청 발표를 전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기상청은 “중국 내 일부 지역에서는 한국보다 2~3배 많은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두고 “매우 위험하다”고 주장한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이를 두고 “황사에 붙은 방사성 물질보다는 중금속이나 공해 물질이 섞인 황사가 훨씬 더 위험하다”며 “평소 황사를 피할 때처럼 마스크를 쓰고 외출을 삼가면 방사성 물질도 자연히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원전 연간 삼중수소 방출량, 후쿠시마 연간 제한 기준 50배 이상”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와 관련해 첨예한 대립 주제인 삼중수소와 관련해서도 일본보다는 중국이 더 문제라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지난 7일 다수 언론이 한국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가 발표한 내용을 인용해 중국이 연간 배출하는 삼중수소가 후쿠시마 원전 연간 방출 제한 기준보다 50배 이상이라고 보도했다.
원안위는 중국이 2021년 발간한 ‘중국핵능연감’을 분석한 결과 중국이 2020년 배출한 삼중수소 총량은 1054 테라베크렐(T㏃)이었다. 이는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처리하고 희석해 방류할 때 연간 제한치 22T㏃의 50배에 달한다. 일본은 오염수를 태평양에 방류하는 반면 중국은 우리 서해 쪽으로 거의 대부분을 방류하고 있다.
중국이 2020년 배출한 삼중수소 총량은 우리나라가 2022년 배출한 214T㏃의 5배, 일본이 2019년 배출한 175T㏃의 7배를 넘는다. 원안위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 가동을 절반 이하로 줄인 일본의 삼중수소 배출량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반면 중국은 2010년 215T㏃에서 2018년 832T㏃, 2019년 907T㏃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중국은 2022년 말 기준 55기의 원전을 가동 중이고, 지난해에만 10기의 원전 건설을 승인해 우리 서해 쪽으로 방류할 삼중수소 총량은 갈수록 증가할 것이라는 게 원자력 업계의 전망이다.
아직 국내 수역에 중국 원전 방류에 따른 유의미한 변화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누군가의 관심과 목소리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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