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13일 치러질 대만 총통 선거는 3파전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집권 민주진보당(民主進步黨·민진당), 제1야당 중국국민당(中國國民黨·국민당)에 더해 제3정당 대만민중당(臺灣民衆黨·민중당) 후보가 경쟁할 예정이다.
5월 9일, ‘연합보(聯合報)’ 등 대만 매체들은 “커원저(柯文哲) 전 타이베이(臺北) 시장이 민중당 총통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고 보도했다. 이로써 대만 정계에서 제기되던 국민당 후보와 단일화는 무산됐다.
민중당 주석 커원저 전 시장은 국민·민중 양당 후보 단일화 주장에 대해서 “양당은 양립할 수 있는 가치와 철학을 공유하고 있지 않다. 밀실정치에 반대한다.”고 밝혀 단일화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2019년 커원저 전 타이베이 시장, 차이비루(蔡壁如) 입법위원 주도로 창당한 민중당은 대중(大衆)주의를 표방하는 중도 정당이다. 대만 독립을 추구하는 민진당을 위시한 범록(泛綠)연맹, 친중국 노선의 국민당 등 범람(泛藍)연맹과는 다른 제3의 노선을 추구한다. 지지층 면에서 민진당과 국민당의 중도층과 겹친다.
민중당은 창당 이듬해인 2020년 1월 치러진 입법원 선거에서는 원내 113석 중 5석을 획득하며 당단(黨團·원내교섭단체) 구성에 성공하였고, 2022년 11월 지방선거에서도 총 22석의 직할시·현·시장 중 진먼(金門) 현장, 신주(新竹) 시장을 당선시키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제1야당 국민당을 위시한 대만 야권에서는 집권 민진당에 맞서 내년 총통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국민·민중 양당 간 후보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 속에서 커원저 전 시장이 이를 일축하고 총통 선거에 출마함에 따라 2024년 선거는 3자 대결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민중당은 5월 17일, 대선 후보를 공식 지명할 예정이다.
민중당 대선 후보 지명이 유력한 커원저는 의사 출신 정치인이다. 국립대만대 의학부를 졸업한 외과의사로 국립대만대 부속병원 외상(外傷)의학센터장을 지냈다. 2014년 11월 지방선거에 출마하여 ‘커원저 돌풍’을 일으키며 롄잔(連戰) 전 부총통의 장남 롄성원(連勝文) 국민당 후보를 상대로 승리했다. 이후 2018년 선거 재선에 성공했다. 대만의 서울대로 불리는 국립대만대 출신, 의사, 정치 신인, 수도 시장이라는 점이 종합되어 ‘대만판 안철수’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타이베이 시장 임기 8년 동안 무소속을 유지했으나, 퇴임 이듬해인 2019년 대만민중당을 창당하여 주석을 맡고 있다.
지난 4월, 총통 후보로 공식 지명된 라이칭더(賴清德) 현 부총통 겸 민진당 주석에 맞설 국민당 후보는 결정되지 않았다. 현재로서는 허우유이(侯友宜) 신베이(新北) 시장, 궈타이밍(郭台銘) 폭스콘 창업주가 유력하다.
허우유이 시장은 인구 기준 대만 최대 광역지방자치단체장이다. 경찰대학 출신 경찰 관료로 내정부 경정서(警政署·경찰청 해당) 서장, 신베이시 부시장을 거쳐 2018년 신베이 시장에 당선됐고 2022년 선거에서 62.42%의 득표율로 압승하여 재선에 성공했다. 청렴한 이미지, 오랜 행정 경험이 강점으로 꼽힌다. ‘대만의 트럼프’라는 별칭의 궈타이밍 창업자는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것이 장점이지만 정치 경험이 전무할 뿐더러 중국 본토에 막대한 투자를 했기 때문에 중도층 유권자를 끌어들일 가능성이 낮은 것은 약점으로 꼽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익명의 국민당 소식통을 인용하여 “지난해 12월 실시한 국민당 내부 여론조사에서 허우유이 시장의 지지율이 잠정 후보들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꼽혔다.”며 “내부 여론조사 결과 허우유이 시장이 80% 이상의 국민당 소속 입법위원, 지방자치단체장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비영리 싱크탱크 재단법인 대만민의교육기금회(臺灣民意教育基金會·TPOF)가 4월 9~11일 성인 1068명을 대상으로 한 총통 선거 가상 대결 여론조사에서는 라이칭더 부총통이 국민당 후보, 커원저 전 타이베이 시장 등 3자 대결 시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라이칭더 부총통은 국민당 총통 후보로 허우유이 시장이 지명돼 커원저 전 시장을 포함한 3자 대결이 이뤄질 경우 33.4%의 지지율로 허우유이 시장(29.7%)과 커원저 전 시장(22.6%)을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당 후보로 궈타이밍 폭스콘 창업자가 선출될 경우에도 라이칭더 부총통은 35.1%의 지지율로 궈타이밍 창업자(26%)와 커원저 전 시장(24.1%)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5월 8일 발표된 최신 여론조사 결과에서 허우유이와 커원저가 단일화에 성공할 경우 라이칭더 부총통에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만 매체 ‘메이리다오전자신문(美麗島電子報)’이 5월 2~3일 대만 성인 107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민진당과 국민당이 양자 대결을 펼칠 경우 라이칭더 45.0%, 허우유이 侯友宜 39.3%로 나타나 오차범위 내에서 민진당이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당 후보로 궈타이밍이 지명될 경우에도 라이칭더 45.0%, 궈타이밍 37.6%를 기록하여 역시 민진당이 승리할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국민·민중 양당이 단일화에 성공할 경우 허우유이·커원저 46.6%, 라이칭더 40.7%를 기록하여 승리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