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2010년대 초 중·일 관계 악화에 NSC 출범
日정부 내 국방 안전 인식 형성, 美백악관 NSC와도 직접 소통
일본이 최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준비하면서 미국과 더욱 긴밀한 관계를 맺어가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중국에 대항하는 국가 가운데 일본의 역할도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
일본 닛케이 아시아판은 4월 11일 전·현직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지난 10년 일본의 대중 정책 변화에 핵심 역할을 했다.”고 보도했다.
일본에서 NSC는 외교·안보 정책 ‘사령탑’이다. 2013년 12월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는 종전 안전보장회의(SC)를 ‘국가안전보장회의(NSC)로 개편했다. NSC의 핵심 구성원은 총리, 내각관방장관, 외무대신, 방위대신 등 4인이다. 이들은 보통 2주에 한 번씩 회의를 개최한다.
2014년 1월 NSC의 사무국 역할을 하는 국가안전보장국(NSS)이 공식 출범했다. NSS 직원 110명은 외무성, 방위성, 자위대 소속 직원 중 가운데 가장 뛰어난 인재로 구성됐다. 최근에는 경제산업성에서 경제 안보를 담당하는 관리도 NSS에 파견됐다. 이들은 정보 수집 및 검토, NSC 구성원들에게 정책 건의 등 업무를 수행한다.
신문에 따르면 NSC 출범은 2010년대 초반 중·일 관계 악화 사건 이후 이루어졌다.
2010년 중국 어선과 일본 해상보안청 소속 경비함이 일본 관할 센카쿠 열도(댜오위다오) 인근 해역에서 충돌한 사건이 발생했다. 중국은 이 사건을 이유로 일본 당국과의 모든 교류를 중단했다. 2012년 일본이 센카쿠 열도(댜오위다오) 내 사유지를 국유화하자 중국 당국은 반일 시위를 선동했다.
NSC 출범 당시 차장을 맡은 타카미자와 노부시게는 “우리는 무력으로 현상을 바꾸려는 중국 당국의 강한 결심을 느꼈다. 그들이 남중국해에서의 활동도 점점 활발해졌다. 당시 미국 정부의 다수 관계자는 여전히 중국과 열심히 관계를 맺고 있었지만, 우리는 이러한 우려를 미국과 공유했다.”고 회상했다.
노부시게는 “NSC 출범을 계기로 정부 내에서 중국의 위협을 비롯한 국제·지역 안전 인식이 형성됐다. 정부 지도층이 민감한 정보를 공유하면서 일본은 국제 형세를 전면적으로 평가하게 됐다. 이는 훗날 일본이 미국 등 뜻을 같이하는 국가와 의견을 공유하는 데 기반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NSC가 출범하면서 일본이 백악관 NSC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채널도 열렸다. 노부시게와 함께 NSC 초창기 차장을 지낸 가네하라 노부카쓰는 닛케이 아시아판에 “그전까지 일본 방위성은 미국 국방부와, 외무성은 미국 국무부와 대화했지만 백악관 NSC와 직접 대화하는 부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2019~2021년 NSS 사무총장을 맡은 기타무라 시게루는 “당시 나는 2주에 한 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인 제이크 설리반, 백악관 인도·태평양 담당 조정관 커트 캠벨과 연락했다.”며 “백악관에서 일어난 일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임인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취임 전에는 일본 국내에서 ‘비둘기파’로 알려졌지만 취임 후 의외로 강경한 외교 정책을 펼쳤다.
기시다 총리는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바로 “러시아를 규탄하고 제재한다.”며 미국과 행동을 같이했다. 군사 반격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국방 예산을 국내총생산(GDP)의 2%로 인상해 역대 최고 규모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기시다 정부는 국가안보전략보고서, 국방보고서 등 두 편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일본 정부는 보고서에서 “지정학적 맥락과 안보 측면에서 한국은 매우 중요한 이웃이다.”라고 명시했다. 중국에 대해서는 “일본과 중국은 지역과 국제 사회 평화 번영에 중요한 책임이 있다. 일본은 소통을 통해 중국과 ‘건설적이고 안정적인 관계’를 추구할 것이며 이를 통해 일본의 입장을 주장하고 중국에 책임 있는 행동을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익명의 한 NSS 고위 관계자는 닛케이 아시아판에 “이것은 ‘우리’와 ‘그들’의 문제다. 일본인은 한국에 대해 개인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을지언정 한국은 기존 국제 질서를 지키는 편에 서 있다. 한국은 ‘우리’ 가운데 하나다.”라며 “하지만 중국은 그렇지 않다. 중국은 분명히 ‘그들’이다. 중국 공산당이 집권하는 한 그들은 ‘우리’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중국은 현재 서태평양 지역에서 미사일 2000개 정도를 보유하고 있지만 미국이 보유한 미사일은 0이다. 이 지역의 군사력 균형은 미국과 동맹국에 불리하다.”라고 말했다. 군사력 경쟁을 피하기 위해 미국과 옛 소련은 지난 1987년 ‘중거리핵전력조약’을 체결했다. 그 결과 미국은 이 지역에서 미사일을 보유할 수 없다. 그러나 중국은 꾸준히 미사일 보유량을 늘려왔다.
NSS 관계자는 신문에 “미사일 보유량 차이가 너무 커서 미국만으로는 힘의 균형을 유지할 수 없다. 중국 대 미국이 아니라 중국 대 미국·일본·기타국가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인은 ‘평화를 위해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분명한 건 맨손으로 약속하면 중립은 이뤄지지 않는다. 평화는 역내 힘의 균형을 직시하고 억지력을 키워야만 지켜진다.”며 “NSC가 출범한 10년 동안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입지는 점점 명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