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인권연맹(FIDH)과 북한인권정보센터(NKDB)가 중국 내 탈북 여성 인권 문제를 다룬 공동 보고서를 유엔(UN)에 제출했다.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둔 FIDH와 한국의 NKDB는 지난 11일(현지 시간) 인신매매, 강제 결혼, 강제 송환 등 중국 내 탈북 여성이 겪고 있는 심각한 인권 유린 문제를 다룬 보고서를 UN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 제출했다.
FIDH 홈페이지에 공개된 해당 보고서 요약본에 따르면 중국 내 탈북자는 1만 명 이상으로, 이 중 대부분이 여성인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이들 탈북민은 중국에서 합법적 신분이 없어 아무런 제도적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숨어서 지내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북한에서 탈출해 중국에 온 북한 여성들은 법적 신분이 없어 인신매매와 강제 결혼 범죄에 특히 취약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탈북 여성 상당수는 북한과 인접한 중국 동북부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중국 동북 3성의 농촌 지역은 중국 당국의 ‘한 자녀 정책’의 폐해로 남성이 여성보다 많은 성비 불균형 문제를 겪고 있다”며 “이 때문에 이 지역 중국 남성들은 결혼 상대를 찾기 어려워 탈북 여성을 대상으로 한 인신매매 조직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탈북 여성들은 중국에서 성 착취 범죄에 노출되더라도 마땅히 도움을 청할 곳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는 “탈북 여성은 법적 신분이 없어 (언제라도) 북한에 강제 송환될 위험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인권 유린을 당해도 신고하거나 보호를 요청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탈북 여성이) 중국 남성과 결혼해도 사실혼 관계일 뿐 중국 국적을 취득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중국 당국이 탈북민에 법적 신분을 제공하지 않는 문제는 중국에서 가정을 꾸린 탈북 여성이라도 강제 북송 위험에 늘 노출되도록 만들어 또 다른 인권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에서 결혼한 탈북 여성을 강제 북송해 이산가족을 만드는 것에 대해 보고서는 “이는 가족생활권, 사생활권, 비(非)차별권 등과 관련한 인권 침해”라며 “또한 어린 자녀에게는 분리 불안 및 트라우마 등 심리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중국 정부는 1986년 북한과 체결한 ‘국경지역업무협정’에 따라 중국 내 탈북민들을 ‘불법 경제 이주민’으로 규정해 강제 송환해 왔다. NKDB는 보고서에 “2003년 이래 중국 내 탈북민 강제 송환 사례는 8125건에 달하며 이 중 74%(6036건)가 여성”이라고 밝혔다.
강제 송환된 탈북민은 북한에서 각종 고문, 자의적 구금, 즉결 처형 및 기타 심각한 인권 유린 위험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중국 당국의 강제 북송은 1951년 중국이 가입한 ‘난민 협약’과 1967년 체결한 ‘난민 의정서’ 등 국제 인권 의무를 위반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중국 내 탈북 여성들의 인권 유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권고 사항도 제시됐다.
보고서는 “중국은 강제 송환 금지 원칙을 존중해야 한다”며 “중국 당국은 탈북민을 난민으로 인정하거나 제3국에 안전하게 정착할 수 있도록 관련 경로를 제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중국 내 탈북 여성을 대상으로 한 인신매매를 방지하고 피해자를 지원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탈북 여성과 중국 남성의 결혼을 합법으로 인정해 북한 여성에게 중국 국적을 부여하는 등 법적 신분을 보장하고 제도적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