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만 외교부가 아프리카 가나와 외교 관계 수립을 추진하다 거액의 사기를 당했다.”는 뉴스가 대만 외교부를 곤혹스럽게 했다.
중국의 전방위 외교 공세 속에서 고립이 심화되어 2023년 4월 현재 수교국이 13개밖에 남지 않은 대만에 있어 ‘외교’는 대표적으로 취약한 부분이다. 중국이 집중 공략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 속에서 중국의 가짜 뉴스가 대만 정부를 당혹스럽게 하는 실제 사례가 밝혀지기도 했다. 대만 정보당국은 이를 중국의 대대만 인지전의 하나로 파악하고 있다.
지난 3월 출간된 이지용 계명대 중국어 중국학과 교수의 저서 ‘중국의 초한전(超限戰): 새로운 전쟁의 도래’에 따르면 인지전은 중국 공산당의 여론전, 심리전, 교육·문화전을 포괄적으로 정의하는 개념이다. 중국 공산당은 이러한 전술을 통해 상대국 국민, 정치인, 군인 등의 인식과 판단 능력을 중국 공산당이 원하는 방향으로 변화시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중국 공산당에 대한 대응 태세를 무력화한다.
지난 3월, 중국 국무원 국가안전부가 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중앙아메리카 공식 수교국 방문 시점에 맞춰 ‘대만이 아프리카 가나와 외교관계를 맺기 위해 금전 외교를 시도했다가 사기당했다’는 허위 정보를 유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가안전부(MSS)는 한국 국가정보원(NIS), 미국 중앙정보국(CIA), 영국 비밀정보국(MI6)에 해당하는 중국의 핵심 정보기관이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미국을 경유하여 중앙아메리카 2개국 순방에 나선 3월 29일, 대만 인터넷 매체 ‘경정시보(警政時報)’는 “대만 당국이 금전 외교를 시도했다가 사기당했다.”는 내용의 글을 공개했다. 경정시보는 보수, 친중국 성향 매체로 양안관계 안정을 중시한다.
기고자 훙치궁(洪七公)은 “2022년 1월 대만 외교부 동아시아태평양사(司·국) 장줜위(張鈞宇) 부사장(부국장)을 아프리카 가나 인접국 나이지리아에 ‘주나이지리아 대만대표처’ 처장(공사급)으로 발령, 파견했다. 나이지리아에 부임한 장 장쥔위는 가나와 외교 관계를 수립하기 위해 외교 브로커 황모씨와 첩촉했다. 황씨가 외교 관계 수립을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하다고 하자 장쥔위 부사장은 총통부의 승인을 거쳐 미화 2천300만 달러를 황씨에게 줬다.”고 밝혔다.
이어 훙치궁은 “주나이지리아 대만대표처는 이미 ‘2급 공관’ 격인 무역사무처로 격하됐으며 그곳에는 기존 처장이 근무하고 있다. 대만 외교부가 장진위 부사장을 처장으로 임명한 것은 가나와 외교 관계를 수립한 후 그를 주가나 대만대표처 대표로 임명하려는 의도이다. 하지만 현재 대만은 가나와 외교관계 수립에 진척이 없는 상황으로 대만 당국은 사기를 당한 것이다.”라고 기고문에서 주장했다.
지난 2017년 나이지리라 정부는 수도 아부자에 설치된 대만대표처를 무장 경찰을 동원해 강제 폐쇄했다. 이후 ‘무역사무처’로 격하하여 옛수도 라고자로 축소 이전할 것을 요구했다. 상응 조치로 대만 정부도 수도 타이베이의 나이지리아 무역대표처를 외곽 신베이로 이전시켰다.
3월 29일, 캄보디아 현지 중국어 매체 ‘젠화일보(柬華日報)’도 “3월 27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소식에 따르면 대만 당국이 금전 외교를 통해 아프리카 가나와 외교 관계 수립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며 훙치궁의 기고 내용과 같은 소식을 보도했다.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발간되는 중국어 매체 ‘서던뉴스(Southern News)’도 이날 젠화일보의 보도를 인용 보도했다.
3월 30일 ‘중국시보’ 등 대만 주류 언론들은 잇따라 ‘전날 소식통과 홍콩 매체를 인용’하여 해당 소식을 전하기 시작했다. 국민당 입법위원(국회의원)도 이에 기반하여 의혹 제기를 했다.
이에 대만 외교부는 공식 성명을 내고 다음과 같이 반박했다. “장진위 동아시아태평양사 부사장이 나이지리아 대표처 처장을 맡은 것이 사실이지만 해외 교대 근무는 기존 절차에 따라 운영하고 있다. 일부 언론이 대만 외교 당국이 사기를 당했다고 보도한 모든 내용은 해외 친중(親中) 매체를 인용한 악의적인 허위 정보이다.”
대만 정보당국 책임자도 반박했다. 차이밍옌(蔡明彥) 국가안전국장은 3월 30일 기자들에게 “여러 언론이 ‘홍콩 매체 보도를 인용’해 해당 소식을 보도했다. 하지만 정보 당국은 이른바 ‘홍콩 언론의 보도’를 어디에서도 찾지 못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 게시글을 인용한 인터넷 매체의 보도를 언론이 퍼나르도록 유도하는 것은 중국 당국이 자주 사용하는 ‘인지전(認知戰)‘ 수법’이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사태에 대하여 대만 매체 ‘상바오(上報)’는 “중국 국가안전부가 캄보디아 친중매체 ‘젠화일보’에 ‘대만 당국이 금전 외교를 시도하다가 사기당했다’는 정보를 제공했다. 대만 외교부 인사 발령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포함됐기 때문에 외부에서는 해당 정보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판단하기 어려웠다.”라고 전했다.
한편 차이밍옌 국가안전국장은 “중국 당국은 내년에 치러질 대만 대선을 앞두고 다양한 정치 공작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정보 당국은 그들의 침투 활동에 대해 주의 깊게 파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