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이공계 명문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이 중국 방위산업체가 지원하는 공동연구시설 2곳을 폐쇄하기로 했다.
폐쇄하기로 한 시설 2곳은 ‘중국항공공업집단공사(AVIC) 구조설계·제조 센터’와 ‘베이징항공재료연구소(BIAM)-임페리얼 재료 특성화·가공·모델링 센터’이다.
영국 가디언의 11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은 올해 말까지 두 연구소를 폐쇄하고 진행 중인 연구 프로젝트를 모두 중단할 방침이다.
중국항공공업집단공사는 중국 공산당 인민해방군 군용기를 생산하는 국영회사다. 이 회사는 AVIC센터에 자금을 지원하며 최첨단 항공우주재료 연구에 영국 최고 인재들을 빌려 써왔다.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은 웹사이트에서 AVIC센터가 “금속, 폴리머 및 복합재료에 관한 지식, 설계, 제조, 테스트 등 기초 분야의 연구 능력을 갖춘 임페리얼과 양질의 협력관계를 이루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베이징항공재료연구소는 중국항공공업집단공사 산하 연구소 겸 자회사다. 이 연구소 역시 BIAM-임페리얼 센터에 자금을 주고 기초소재 연구에서 제트엔진 부품, 내충격 유리 등 산업응용 분야까지 연구해왔다.
이 센터의 연구 프로젝트에는 자동차·항공기 산업 핵심 분야인 ‘전고체 리튬 배터리’도 포함됐다. 전고체 배터리는 배터리 부피를 줄일 수 있어 한국, 일본, 중국 간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민간 항공우주 기술 향상을 영국과 공동 연구사업의 주요 목표로 내세워왔다. 이 연구가 중국 공산당 정권의 군사적 야심을 키우는 데 이용될 수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 연구소 폐쇄는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이 영국 정부에 제출한 시설의 인가 신청이 다른 나라와의 기밀연구 공유를 감독하는 영국 규제당국인 국제통상부 수출관리국(ECJU)에 의해 기각됐기 때문이다.
영국은 최근 수년간 중국 스파이 침투에 대한 대응을 강화해왔다. 이번 영국 규제기관의 중국 공동연구시설 인가 불허는 영국 정부의 강경한 대응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로 평가된다.
지난 7월 영국과 미국의 정보기관 수장은 사상 최초로 공동기자회견을 개최해 중국이 대규모 사기와 절도로 양국 경제와 국가안보를 장기간 위협하고 있다며 선거 등 정치에도 개입했다고 밝혔다.
영국 국내보안국(MI5)의 켄 매컬럼 국장은 이 회견에서 중국 스파이들이 영국 대학 등 연구시설을 노리고 있다면서 대학 측에 경계를 당부하기도 했다.
영국 싱크탱크인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중국 문제 전문가는 “민간과 군용 기술의 구별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적대세력을 도와선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