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당국, 음성증명서 요구하며 구조대 막아
주민들 “골든타임 놓쳐…뭐가 더 중요하냐”
중국 남부 쓰촨성에서 지난 5일 발생한 규모 6.8 강진으로 사망자가 늘어나는 가운데, 현지 방역당국이 제로 코로나 우선 정책으로 주민들의 반발을 샀다.
소식통에 따르면 현지 방역당국은 지진 발생 당일 이후 지진 피해지역의 중공 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이재민과 구조대원을 대상으로 매일 1회 PCR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또한 외부로부터의 감염자 유입을 막기 위해 피해 소식을 듣고 지원하겠다고 알려온 민간 단체나 개인의 구호활동 참여를 전면 금지했다.
중국 관영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의 8일 보도에 따르면, 이날 오전까지 이번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와 실종자는 각각 82명, 부상자는 270명으로 늘어났다. 실종자는 35명으로 집계됐다.
쓰촨성 당국은 중국 공산당 인민해방군과 무장경찰, 소방대, 의료진 등으로 구성된 6500명과 헬기 4대를 파견해 구조와 피해 복구를 돕고 있다.
그러나 피해 지역에 도착한 구조대원들은 PCR 검사를 받고 활동을 시작하라는 현지 방역당국의 요구에 따라야 했다. 이로 인해 인명을 구조할 귀중한 시기를 놓쳤다고 주민들은 반발하고 있다.
현지 방역당국에 따르면 구조대원들은 도착 직후 24시간 이내 발급된 PCR 검사 음성증명서를 제시할 것을 요구받았으며, 외출 제한이 내려진 지역에 진입하려면 먼저 진입로에서 PCR 검사를 받아야 했다.
중국 소셜미디어인 웨이보와 위챗에는 줄을 서서 PCR 검사를 기다리는 구조대원들의 모습을 촬영한 동영상이 퍼졌다.
일반적으로 재해 발생 후 72시간이 지나면 생존율이 급격히 떨어진다. 따라서 재난 구조에 있어서 이 72시간을 ‘골든타임’으로 부르며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중국 네티즌들은 “인명 구조라는 중대한 임무를 앞두고도 상부의 ‘정치적 명령’을 우선하느냐”며 “국민의 목숨보다 당의 명령이 더 중요하다는 거냐”, “골든 타임만 놓치지 않았어도 사망자가 더 적었을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재민이 건물 잔해에 깔려 숨지면 재난 탓으로 돌리면 되지만, 코로나19로 사망자가 나오면 윗선에서 책임을 물어 사퇴시키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한편 신화통신 등 관영매체들의 재난 현장 보도에서는 이러한 주민 반발은 찾아볼 수 없었으며 구조대원의 활약상을 다루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