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준, 큰 폭 금리 인상·고금리 유지 시사
한은, 기준금리 0.25%p 인상…한미 금리 같아져
美 연준 9월 ‘빅스텝’만으로도 재역전 가능성
한은 “금리인상 기조 지속할 것”…물가·환율 방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올리면서 지난달 미국 우위로 역전됐던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는 같아졌지만, 다음 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큰 폭의 금리인상을 예고하면서 한미 금리가 다시 역전될 가능성이 커졌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8월 26일(현지 시간) “큰 폭의 금리인상이 이어질 수 있다”며 높은 수준의 금리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연준이 오는 9월 ‘빅 스텝(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5%p 올리는 것)’ 이상을 밟을 가능성이 예고되면서 한미 금리가 다시 뒤집힐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파월 의장은 이날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주최로 열린 연례 경제정책 심포지엄에서 물가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또 한 번 이례적으로 큰 폭의 금리인상이 적절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두 달 연속 0.75%p의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한 직후 기자회견에서 물가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며 당분간 초강수를 유지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7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8.5%로 전월(9.1%)보다 둔화했지만, 연준은 9월에도 여전히 비슷한 수준의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파월 의장은 “단 한 번의 월간 물가 지표 개선만으로는 물가상승률이 내려갔다고 확신하기에는 한참 모자란다”며 “멈추거나 쉬어갈 지점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물가상승률을 2%로 되돌리기 위해 충분히 제약적인 수준까지 의도적으로 통화정책 스탠스를 가져갈 것”이라며 “역사는 통화 정책을 조기 완화하면 안 된다고 강력히 경고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8월 25일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연 2.25%인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해 한국의 기준금리는 2.50%가 됐다. 이로써 지난달 미국 우위로 역전됐던 한국과 미국(2.25%~2.50%)의 금리는 같아졌다.
한국은행의 이번 금리 인상은 지난 4월과 5월에 각각 0.25%p, 7월 0.5%p(빅스텝) 인상에 이은 추가 인상으로, 4회 연속 기준금리를 올린 건 한국은행 사상 처음이다. 지난해 8월 26일 기준금리를 0.25%p 올리면서 시작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은 같은 해 11월과 올해 1월, 4월, 5월, 7월, 8월까지 0.25%p씩 여섯 번, 0.50%p 한 번 오르면서 약 1년 사이에 총 2.00%p 높아졌다.
한국은행이 빅스텝까지 단행하면서 연속적으로 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무엇보다 치솟는 물가를 억제하기 위해서다. 7월 소비자물가지수(108.74)는 외식비,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6.3% 올랐다.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이 밖에 한국·미국 기준 금리가 역전되는 것을 우려한 ‘환율 방어’ 조치로도 해석된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우리나라보다 높아지면 더 높은 수익률을 내기 위해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이 대거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더 급격하게 떨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의 이례적인 빅스텝에도 불구하고 지난 7월 27일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의 기준금리(2.25%)보다 높아지는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미 연준이 40여 년 만에 닥친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제어하기 위해 공격적 금리 인상을 지속하면서 지난 6월과 7월 2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를 0.75%p 올리는 것)’을 밟으면서다.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진 것은 2020년 2월 이후 약 2년 반 만이다.
한국은행은 앞으로도 0.25%p씩 점진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물가 상승에 대응한 통화정책을 이어갈 것임을 시사했다.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원화 약세, 환율 변화에 따른 수입 물가 상승 등을 억제하기 위해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를 좁혀 나가겠다는 취지다.
금융통화위원회는 향후 금리 인상 방향과 관련해 “국내 경기의 하방 위험이 커지고 대내외 여건의 높은 불확실성이 상존하지만, 물가가 목표 수준을 크게 상회하는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금리 인상의 폭과 속도는 높은 인플레이션의 지속 정도, 성장 흐름, 자본 유출입을 비롯한 금융안정 상황,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미 연준의 자이언트 스텝이나 빅 스텝에 대응해 금융통화위원회가 다시 빅 스텝에 나서기에는 경기 상황이 불안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