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0억 달러 쥔 中 부유층, ‘공동부유’에 탈중국 재촉

강우찬
2022년 08월 10일 오전 7:11 업데이트: 2022년 08월 10일 오전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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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시장경제 퇴보에 부유층 위기감”
‘제로 코로나’로 느낀 권력 앞 무력감도 계기

올해 중국 부유층 1만 명 이상이 해외로 이주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시장경제 퇴보와 사회주의 노선 강화가 탈(脫)중국의 중요한 이유로 분석됐다.

지난달 투자이민 컨설팅업체 헨리&파트너스는 중국에서 다른 나라로 이민하는 중국인 부자 숫자를 1만 명으로 추산했다. 러시아(1만5천명)에 이어 세계에서 2번째로 큰 규모다.

이들의 해외 이민과 함께 중국에서 빠져나갈 자금은 1인당 480만 달러(약 62억원), 총 480억 달러(약 62조원)로 예상했다.

홍콩에서도 올해 부유층 3천 명이 중국을 빠져나갈 것으로 추산됐다. 홍콩의 사회 분위기가 급격하게 불안정해지고, 자유와 민주주의 제도가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데 대한 불안이 이들을 중국 밖으로 내몰고 있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문제 전문가인 탕징위안은 에포크타임스에 “부유층이 중국을 떠나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민간기업을 억제하고 국유기업을 밀어주는 동시에 공동부유를 추진하는 중국 공산당(중공)의 정책”이라고 말했다.

탕징위안은 “개혁개방 이후 급격히 벌어진 빈부 격차를 줄이겠다는 취지로 공동부유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실상은 법률과 세금 등으로 부유층의 돈을 빼앗는 강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 부유층은 더는 중공의 시장경제, 사유재산 보장 약속을 믿어서는 안 된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며 2020년 후반부터 본격화된 알리바바 등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 규제를 예로 들었다.

탕징위안은 “중공은 정권 안정을 강화하기 위해 ‘반독점법 위반’을 이유로 알리바바와 텐센트를 규제하고 차량공유업체 디디추싱에 1조 원이 넘는 벌금을 부과했다. 이런 규제의 폭풍으로 사실상 시장경제의 궤도가 완전히 망가졌다”고 했다.

또한 “중공은 대외적으로는 공격적인 전랑(戰狼)외교로 국제적 고립을 자초하고, 정치는 사회주의 노선을 강화하고 있으며, 경제는 계획경제 모델로 퇴보하고 있다. 부유층은 이에 염증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공이 공동부유를 들고나왔을 때, 부유층과 중산층은 사유재산권을 보장하지 않겠다는 신호라는 걸 알아차렸다”고 밝혔다.

재산을 언제든 빼앗길 수 있다는 불안감과 함께 중국 부유층의 해외 탈출을 촉발한 또 다른 중요한 계기는 ‘제로 코로나’였다.

탕징위안은 “주민들의 기본적인 생존권을 무시하는 야만적이고 획일적인 정책에 중국 부유층, 특히 상하이 상류층은 재산은 물론 자신과 가족의 생존조차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부유층 사이에서는 중공 고위층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다”며 “이들은 자신과 가족, 자녀를 위해 인간의 존엄성과 생활 환경이 보장되는 곳에서 살기를 원한다”고 설명했다.

중국에서는 지난 수년간 해외 투자나 해외 주택 구입, 역외 신탁 등을 통해 재산을 해외로 빼돌리고 일이 증가해왔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1년간 미국에서 주택을 구매한 외국인은 중국인이 가장 많았다. 중국인은 이 기간 61억 달러(약 7조9천억원)어치 미국 주택을 매입해 2014년 이래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인 구매자의 주택 1건당 평균 매입 가격은 100만 달러(약 13억원)를 약간 웃돌았으며, 10명 중 6명(58%)이 전액 현금으로 구매했다. 중국인 구매자의 31%가 캘리포니아 지역의 주택을 매입했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에이킨대학의 프랭크 셰 교수는 “중국인들은 캘리포니아와 더불어 미국 동부의 뉴저지, 뉴욕, 미주리와 캐나다 벤쿠버에서도 현금다발을 들고 와 주택을 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에이킨대학의 프랭크 셰 교수. | 화면 캡처/에포크타임스

셰 교수는 “봉쇄가 해제되자 상하이를 탈출해 해외로 이민한 사람들이 3천~5천 명 정도로 추산된다”며 “그들은 재산이 권력 앞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깨달았다”고 했다.

그는 미국의 부동산 구매에 사용되는 자금 중 권력형 비리에 연루되거나 부패 관료들이 부당하게 착복한 돈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셰 교수는 지난달 중국 허난성 정저우에서 “예금을 돌려달라”며 예금주 수천 명이 항의한 시위를 거론하며 “허난성의 시골 소규모 은행 예금이 인출 중단 사태를 빚은 것은 사실 금융당국의 감독이 소홀한 틈을 타 중앙 고위직과 지방 정부 당국자들이 공모해 은행 예금을 빼돌렸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시골 은행에 보관 중이던 예금 400억 위안(약 7조7천억원) 가운데 약 200억 위안이 중공 고위층 뇌물로 빼돌려졌다”며 “뇌물을 받은 자들은 중공 중앙정치국 상무위원과 그 가족, 측근들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과정에서 100억 위안이 넘는 돈을 지방 정부 당국자들이 착복했다”며 “결국 남은 돈은 수십억 위안에 그쳤고, 예금주들이 맡긴 돈 400억 위안을 메울 방법이 전혀 없었다. 부패 관료들은 돈이 생기면 즉각 해외로 빼돌린다”고 말했다.

셰 교수는 “선전의 은행에서 벌어진 예금 인출 중단 사태 역시 누군가 고객이 맡긴 예금을 유용해 재테크 상품에 투자하는 등 부당하게 사익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국유기업도 은행에 맡긴 돈을 찾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은행 돈이 다 어디로 갔을까. 이 사건의 배후에는 거대한 이익집단이 도사리고 있다. 위장 투자 등으로 빼돌려진 막대한 자금은 지하시장을 통해 돈세탁을 거쳐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중공 당국은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해외 송금과 외화 매입을 제한하고 있다. 중국 내에서는 5만 달러까지 환전이 허용되며, 해외 부동산 매입을 위한 달러 환전은 차단돼 있다. 지난해 9월 말부터는 가상화폐를 전면 단속해, 가상화폐를 이용한 해외 송금도 틀어막았다.

그동안 가상화폐는 중국에서 자본이 해외로 유출되는 주된 통로의 하나였다. 블록체인 분석회사 체이널리시스 조사에 따르면 2019년 하반기부터 2020년 상반기 사이에 가상화폐를 이용해 중국에서 해외로 빠져나간 자금이 500억 달러(약 65조원)에 이른다.

탕징위안은 “당국의 규제에도 자본을 해외로 옮기려는 부유층의 시도는 그치지 않을 것”이라며 “이들 중 상당수는 중국 사회의 엘리트들이다. 사회 핵심 집단의 해외 탈출은 사회 전체의 창의성, 지적 자원의 부족을 초래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와 엘리트의 이탈은 그 사회가 위기에 처했다는 의미”라며 “지금 중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