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베이징 대형종합병원에서 직접 경험
파룬궁 수련자가 ‘기증자’…일종의 사형 집행
“고위층 비호 없이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
“브로커에게서 ‘옆방에 장기 기증자가 있으니 보지 않겠느냐’는 권유를 받았다.”
전직 야쿠자 두목이 15년 전 지인의 간 이식 수술을 돕다가 중국의 은밀한 장기이식을 목격한 일을 털어놨다.
일본 3대 야쿠자 조직의 하나인 야마구치구미(山口組)의 조장(組長·두목)이었던 스가와라 우시오(菅原潮·58) 씨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2007년 중국에 건너가 장기이식 수술을 직접 봤다고 말했다.
야쿠자 생활을 청산한 스가하라씨는 현재 ‘네코 쿠미초(猫組長·고양이 두목)’라는 필명으로 경제 평론가 겸 투자자로 활동 중이다.
그는 “간 건강이 악화돼 시한부 선고를 받은 지인이 마지막 남은 수단으로 장기이식을 선택했고 미국, 프랑스 등을 두고 고민하다가 가장 빠르게 수술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에 중국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지인은 브로커를 통해 중국 원정 장기이식을 알선받았다. 이 브로커는 일본 유학 경험이 있는 중국인이었으며, 중국 부유층에게 일본 병원을 소개하는 의료관광 업체를 운영하고 있었다.
브로커에 장기이식을 신청하고 한 달 만에 “기증자가 나타났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스가하라씨의 지인은 즉각 중국으로 건너가 수술 준비에 들어갔다.
하지만 수술 직전 큰 난관을 만나게 됐다. 병원 측이 준비한 알부민 수액이 가짜로 판명된 것이다. 알부민 수액은 핏속 단백질을 보충해 주는 역할을 한다. 병원에서 긴급하거나 큰 수술을 할 때 꼭 필요하다. 장기이식 환자에게는 혈압 저하로 인한 쇼크사를 막아준다.
일본에 있던 스가와라씨가 중국에서 벌어지는 불법 장기이식 수술과 강제 장기적출을 알게 된 것은 바로 이 가짜 알부민 때문이었다. 그는 브로커에게 “일본에서 알부민을 구해 베이징으로 직접 전달해달라”는 부탁을 받게 됐다. 이 과정에서 자초지종을 들었다.
스가와라씨는 브로커로부터 다롄을 거쳐 베이징으로 와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러나 베이징 공항에 도착했을 때 뜻밖의 어려움을 만났다. 허가 없이 알부민을 반입했다는 이유로 붙잡힌 것이다.
이런 상황을 브로커에게 알리고 나서 얼마 후 한 무장경찰 고위 간부가 공항에 나타났다. 이 간부가 나서면서 스가와라씨는 무사히 풀려났다. 게다가 무장경찰 4명의 호위를 받으며 고위 간부와 함께 VIP 전용 통로로 공항을 빠져나와 베이징 시내까지 갈 수 있었다.
스가와라씨는 이 일을 통해 “중국의 장기이식 사업은 뒤를 봐주는 권력층이 없다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직접 목격한 장기 기증자의 참혹한 상태
알부민을 전달하고 숙소에 머물던 스가와라씨는 수술 전날, 지인을 문병하러 그가 입원하고 있는 병원을 찾았다.
이 병원은 베이징 하이뎬구에 있는 대형종합병원인 중국무장경찰총병원이었다. 총 1800병상을 갖춘 이 병원은 베이징시가 공시한 장기이식 가능 병원 13개 중 한 곳이다.
병원에 도착한 그는 브로커에게서 “옆방에 장기 기증자가 있으니 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병실에 들어서서 커튼을 젖히자 네 팔다리에 모두 붕대를 감은 사람이 병상에 잠들어 있었다. 브로커는 “21세 남성”이라고 말했다. 이 남성은 약으로 잠들어 의식이 없었다.
브로커는 “두 팔과 두 다리의 힘줄을 모두 끊는 수술을 받았다”며 “달아나지 못하도록 하고 힘을 빼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또한 “장기를 좋은 상태로 유지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간이 아주 젊고 건강하다”고 말했다. ‘기증자’라는 설명과 앞뒤가 맞지 않는 설명이었다.
이 남성에 대해 궁금해하는 스가와라씨에게 브로커는 “사형 판결을 받은 범죄자”라고 말했다. 더 캐묻자 브로커는 “파룬궁(法輪功)”이라고 털어놨다.
파룬궁은 1990년대 초 중국에서 일반에 공개된 심신수련법이다. 중국에서는 파룬궁 수련자들을 그냥 파룬궁이라고도 한다. 건강에 대한 효과가 알려지면서 선풍적 인기를 끌어 1990년대 말 중국 내 수련인구가 7천만명으로 급격히 불어났다.
중국 공산당은 1999년께 파룬궁을 정권에 위협이 된다며 탄압 대상으로 지정했고, 그해 7월 대대적인 탄압에 돌입했다. 수백만명이 감옥과 수용시설에 갇혔고 이들의 체포 시점과 맞물려 중국에서는 2001~2년을 전후해 장기이식수술 건수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스가와라씨에 따르면, 브로커는 “어차피 죽는데, 남에게 도움이라도 되고 죽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자신이 옳은 일을 하고 있다는 듯한 말투였다고 했다.
이 브로커는 “중국은 사람이 많아 적합한 기증자를 얼마든지 준비할 수 있다”고 했다.
스가와라씨는 병원에서 독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왔다는 환자들도 봤으며 “일본인도 많이 오고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또한 장기는 ‘기증자’가 살아 있는 상태에서 적출돼 이식됐으며 가장 건강한 상태로 이식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을 들었다고도 했다.
하지만, 이식수술은 실패로 끝났고 지인은 그대로 숨졌다. 시신을 일본으로 이송하는 것까지 포함해 총 3천만엔(약 2억9천만원)의 비용이 지출됐다.
파룬궁 수련자, 위구르족이 주된 피해자
스가와라씨가 중국 원정 장기이식을 경험하기 한 해 전인 2006년 4월 미국으로 망명한 중국인 간호사 애니(가명)는 워싱턴DC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에서 동의를 얻지 않고 사람의 장기를 강제로 적출하는 범죄가 대량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군의관인 전 남편이 중국 군병원에서 2년간 2천 건 이상의 각막 적출수술을 했으며, 희생자들이 모두 파룬궁 수련자라고 밝혔다. 그녀가 미국으로 망명해 이같은 내용을 폭로한 것은 죄책감으로 인한 악몽에 시달리던 남편 때문이었다.
이 폭로를 계기로 캐나다의 인권변호사 데이비드 마타스와 인권활동가 고(故) 데이비드 킬고어가 조사팀을 구성해, 중국 병원 수백 곳을 대상으로 전화를 걸거나 관련 기록을 뒤져 조사를 벌였고, 그 결과 중국에서 장기이식이 연간 6만~10만건 벌어진다고 추산했다.
중국은 이식용 장기를 사형수에게 얻고 있다고 했지만, 연간 수천 건으로 알려진 중국의 사형 집행 건수와 장기이식 건수는 큰 격차를 보였다.
마타스 변호사는 파룬궁 수련자와 위구르족이 살아있는 장기 공급은행 역할을 하고 있으며, 주문이 들어오면 살인을 하는 식으로 장기를 적출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각국 의료계 역시 중국에서 사용되는 장기의 출처가 불투명하고 인권범죄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알고 있지만 쉬쉬하는 실정으로 알려졌다. 스가와라씨는 인터뷰에서 “지인의 이식 수술 때 일본 의사가 베이징까지 함께 갔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범죄를 저지해야 한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이스라엘, 스페인, 대만, 이탈리아 등 7개 국가와 지역에서는 중국 원정장기 이식을 금지하거나 규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한국에서도 지난 2020년 4월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국외에서 장기 등을 이식받은 사람은 귀국 후 관련 서류를 국립 장기이식 관리 기관에 제출해야 하는 의무를 부과했다. 원정 장기이식 규제를 위한 첫발을 내디딘 것으로 평가된다.
* 이 기사는 왕원량, 가오위안 기자가 기여했습니다.
* 야마구치구미 조장의 이름을 ‘스가하라 우시오’에서 ‘스가와라 우시오’로 바로잡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