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는 중국의 통신회사 화웨이와 ZTE를 5G 무선 인프라 네트워크에서 금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캐나다 기업들은 이들 회사가 만든 장비를 4G와 5G 네트워크에 배치할 수 없게 됐으며, 이미 설치된 장비는 제거해야 한다.
캐나다의 마르코 멘디치노 공공안전부 장관은 지난주 오타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하고 “캐나다의 무선 인프라 방어에 취약점을 이용할 준비가 되어 있는 적대 행위자들이 많이 있다. 우리의 방어 노력을 배로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것이 캐나다 정부가 5G 무선 통신 기술에 대해 광범위하고 철저한 보안 검사를 실시하는 이유입니다. 통신 부문의 무결성에 있어 높은 위험성을 보여주고 있는 서비스 제공업체들을 포함해서 말입니다.”
이번 결정으로 캐나다는 이미 앞서 화웨이를 금지하거나 자국 내 무선통신사 사용 장비 가운데 화웨이 제품의 단계적 폐기를 선언한 정보 동맹체 ‘파이브아이즈(Five Eyes)’ 회원국과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됐다. 이 동맹에는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영국, 미국이 포함된다.
캐나다가 수년간 이 문제를 저울질하는 동안, 캐나다의 주요 무선통신사들은 5G 장비를 유럽 회사인 에릭슨과 노키아에 의지했다.
캐나다 기업들은 이제 2024년 6월까지 기존 화웨이 또는 ZTE 5G 장비를, 2027년 12월까지 4G 장비를 모두 제거해야 한다. 화웨이나 ZTE의 4G 또는 5G 장비 신규 조달은 2022년 9월부터 금지된다.
멘디치노 장관은 또한 캐나다 정부가 자국의 통신 시스템과 중요 인프라를 보호하기 위해 단기간 내에 관련 법안을 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화웨이와 ZTE는 캐나다 정부기관에서 ‘공공의 적’으로 부상하고 있다. 캐나다 혁신과학경제개발부는 성명을 통해 두 중국 기업의 기술이 “악성 행위자들이 악용할 수 있는 새로운 안보 우려를 불러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성명은 또 “5G 시스템에서 민감한 기능은 대기 시간을 줄이기 위해 점점 분산되고 가상화될 것이며, 이들이 연결할 장치의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통신 공급망 침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경제적, 그리고 보안상 연쇄적 영향을 고려해 파이브아이즈 동맹국은 5G 통신 네트워크에서 화웨이와 ZTE 제품 및 서비스 배치를 금지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화웨이가 그동안 중국군과의 관계를 부인해왔지만 이들의 연관성을 둘러싼 우려는 중국 국가 정보법에 중국 기업들이 국가의 정보 수집을 지원하도록 돼 있다는 점에서도 제기돼왔다.
미국 관리들은 지난 2020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화웨이는 백도어를 통해 전 세계 무선망에 은밀하게 접근할 수 있었음에도 지난 10년 넘도록 이를 부인해왔다”고 밝힌 바 있다.
캐나다는 그간 화웨이 등 중국 통신기업의 인프라 5G 허용 여부에 대한 결정을 미뤄왔다. 미국은 캐나다에 대해 수차례 화웨이에 대한 정보 제공을 금지하지 않으면 정보 유출을 우려해 미국 정부의 정보 공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중국은 지난 2018년 12월 캐나다 당국이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와 멍완저우 창업주의 딸을 미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으로 체포하자 캐나다에 대한 보복 조치를 잇달아 단행했다.
여기에는 캐나다인 마이클 코브릭과 마이클 스페이버가 간첩죄로 체포된 일도 포함된다. 두 사람은 지난해 9월 미국 법무부가 멍 부회장과 기소유예 합의를 한 이후에야 33개월 만에 중국에서 풀려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