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65세 연장…재계 “투자·고용 위축 우려”
65세 법정 정년 연장 입법 연내 통과 촉구 기자회견 | 연합뉴스 정부·노동계 입법 압박에 기업 불안 고조
“고령층 보호만으론 청년·중소기업 부담 커질 것”
정부와 여당이 법정 정년을 현행 60세에서 65세로 연장하는 입법을 서두르고 있는 가운데, 재계가 “기업의 부담이 커지고 청년층의 진입이 막힐 수 있다”며 강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노동계가 가세하면서 연내 입법 가능성까지 거론되자 기업들은 경영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진단한다.
정부는 초고령사회 진입과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 상향(2033년 만 65세) 등을 감안해 정년을 단계적으로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정년과 연금 수급 시점 사이의 ‘소득 공백(크레바스)’을 해소하고 숙련 인력을 더 오래 활용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기업계는 제도 도입 시점과 방식이 현실과 괴리돼 있다고 지적한다.
재계는 정년만 연장되면 임금과 인건비 부담이 급격히 늘고, 특히 인건비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의 타격이 클 것으로 내다본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은 중소기업이 17.7%로 대기업(9.2%)의 약 두 배 수준이다. 경영계는 “정년 연장이 청년층 신규채용을 위축시켜 세대 간 갈등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2016년 60세 정년 연장 당시에도 대기업 정규직 고령자 고용이 20년 새 4만 2천 명에서 24만 7천 명으로 6배 가까이 늘어난 반면, 청년 고용은 19만 6천 명에서 19만 3천 명으로 오히려 줄었다는 분석이 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정년을 65세로 늘릴 경우 60~64세 정규직 근로자 고용에 필요한 추가 비용이 연간 3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이는 25~29세 청년층 90만 명을 고용할 수 있는 규모다.
이에 재계는 정년을 일괄 연장하기보다 고령자 재고용을 촉진할 별도 법률 제정을 제안하고 있다. 퇴직자를 재고용하는 제도를 통해 숙련 인력을 유지하면서도 신규채용 위축과 임금 왜곡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다. 또한 단시간 근로나 유연근무제 확대,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처우 격차 해소, 모든 근로형태를 포괄하는 사회안전망 강화 등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한국은행 고용연구팀 서동현 박사는 “현재 한국의 편중된 고용 형태와 낮은 유연성은 AI 기술 발전에 따른 노동환경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게 만드는 핵심 제약 요인”이라며 “유연한 근로 형태와 사회안전망 정비가 병행돼야 지속 가능한 노동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제언했다.
정부와 여당은 연내 입법을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지만, 재계와 노동계의 입장 차가 커 제도 설계까지는 상당한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정년 연장이 초고령사회 대응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 하더라도, 임금체계 개편과 청년고용 보완책이 함께 마련되지 않으면 기업 투자와 일자리 창출이 위축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다.
결국 정년 65세 연장은 단순한 근로연한의 문제가 아니라, 청년고용·노동유연성·기업경쟁력 등 한국 노동시장의 구조적 개혁을 시험하는 분기점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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