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소 ‘이대남’ 하원의원 젤렌스키 비판
“미국에 잘못된 정보 주고 전쟁 개입 유도”
“우크라이나 정부는 엄청나게 부패하고 악랄한 집단이며, 깨어 있는 이념을 강요하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미국의 최연소 하원의원인 공화당 초선의원 메디슨 코손(26)이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직격했다.
코손 의원은 “젤렌스키는 악당”이라며 젤렌스키 대통령이 만들려는 우크라이나는 “정말로 새로운 깨어있는 세계 제국”이라고 말했다.
깨어있는(woke)은 ‘정치적으로 깨어있다’는 의미다.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PC), 인종차별, 사회적 정의에 대해 예민한 감수성을 지니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는 경우를 가리킨다.
두 개념 모두 말이나 행동, 정부 정책에서 차별을 피하자는 취지를 내세우지만, 민주주의에서 보장한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특정 이념의 독재로 치닫는 결과를 나타낸다.
다른 공화당 의원들은 즉각 비판 성명을 냈다. 성명에서는 코손 의원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몰아세웠다.
지난 3일 “러시아에서 누군가 나서서 푸틴 대통령을 암살해야 한다”는 발언으로 논란이 된 공화당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러시아 국민 90%는 우크라이나 편이며, 푸틴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레이엄 의원은 “여러분이 알았으면 하는 점은 (코손 의원이) 아웃라이어(Outliers·일반인의 범주를 뛰어넘은, 특이한 사람)라는 것”이라며 공화당 전체 의견이 아니라 개인의 일탈에 가까운 언행이라고 강조했다.
공화당 조니 에른스트 의원도 “(코손 의원에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침공당한 것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며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은 러시아”라고 말했다.
민주당에서도 “푸틴이야말로 악당”, “우리는 젤렌스키 대통령과 자신의 생명, 자유를 위해 싸우는 우크라이나의 용감한 사람들을 위해 하나로 단결해 기도하는 국민이 돼야 한다”는 발언을 내놨다.
올해 11월 하원의원 선거(중간선거)에서 코손 의원과 경쟁하는 민주당 측 미첼 우드하우스는 “우크라이나가 악랄한 공격을 받고 있는데 어떻게 미국 의원이 젤렌스키를 ‘멍청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코손 의원은 러시아의 침공을 정당화하자는 게 아니라며, 침공에 찬성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푸틴과 러시아의 행동은 역겹다”면서 “하지만 젤렌스키를 포함한 (우크라이나) 지도자들은 미국에 잘못된 정보를 주면서 잘못된 방향으로 유도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나 또한 우크라이나와 그 국민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미국이 외국 지도자의 잘못된 정보 제공으로 분쟁에 휘말리지 않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의 침공 전까지 “침공은 없을 것”이라며 침공 가능성을 우려하는 미국과 서방에 “위험을 과장하지 말라”고 비난하는 등 러시아와의 군사적 긴장 고조에 대해 오판한 전례가 있다.
또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침공하자, 미국과 나토에 “우크라이나 영공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해달라”며 거듭 요청해왔다.
미국과 나토는 만약 자신들이 우크라이나 영공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면, 러시아 전투기와 직접 교전이 발생해 전쟁이 세계대전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현재 미국 의회에서도 미군의 우크라이나 파병이나 비행금지구역 설정은 “안 될 일”이라는 입장이지만, 이를 요청한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해 “잘못된 요청을 하고 있다”며 직접 말하는 의원은 코손 의원 등 몇몇에 그친다.
미국에서도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동정하고 젤렌스키 대통령을 영웅화하는 여론이 고조되면서 정치인들도 여론에 거슬리는 발언을 삼가는 분위기다. 공화당의 리더 격인 미치 매코널 상원의원 등 “미국이 강력하게 개입해야 한다”는 의원들도 있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면서 파문이 일자 코손 의원 측은 감성이 아니라 차분하게 이성으로 대하자는 주장이라고 해명했다.
코손 의원실은 성명을 통해 “러시아의 침공으로부터 국가를 지키기 위한 우크라이나 국민들과 대통령의 노력을 지지한다”며 “다만, 미국이 감정을 조작당해 또 다른 분쟁에 휘말리지는 말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