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중국어판, 中 쇼트트랙 ‘반칙성 플레이’ 상세 보도

한동훈
2022년 02월 10일 오후 3:40 업데이트: 2022년 02월 15일 오후 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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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 등 중국 매체, 반칙성 플레이 침묵
중계방송에서는 다른 각도 영상만 내보내
에포크타임스, 영상 캡처해 ‘팩트 제시’

중국 올림픽 선수의 반칙을 꼼꼼히 분석한 에포크타임스 중국어판 기사가 독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기사를 본 해외 및 중국 본토 독자들은 “부끄러운 일”이라면서 “중국 공산당의 늑대전사 외교가 스포츠 무대로까지 번졌다”고 비판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가 공산당과 합작한 것 아니냐는 성토도 쏟아졌다.

지난 7일 중국 대표팀 판커신(29) 선수는 쇼트트랙 여자 500m 준준결승 1조에 출전해 ‘수상쩍은’ 행동을 했다. 판커신은 경기 도중 트랙의 경계를 표시하는 검은색 블록을 앞질러 가던 선수의 스케이트 날을 향해 밀었다.

이로 인해 마지막 곡선주로에서 2위를 달리던 캐나다 앨리슨 샤를 선수가 넘어졌다. 그 여파로 판커신도 넘어졌지만, 해당 장면을 슬로우장면으로 분석한 심판진은 판커신에게 아무런 페널티를 주지 않았다. 오히려 샤를을 앞질러 간 다른 선수에게 반칙을 선언했다.

샤를은 어드밴스가 인정돼 2위로 진출했지만, 전 세계에서 심판진의 편파적 판정과 판커신의 비열한 행위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중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 판커신 선수(빨간 유니폼)가 지난 7일 열린 쇼트트랙 여자 500m 준준결승에서 반칙성 플레이를 하는 모습. 빨간 화살표는 블록의 위치를 나타낸다. | 화면캡처

중국 네티즌들은 오히려 캐나다 선수가 판커신의 어깨를 밀었다며 역공을 펼쳤다. 중국인들의 이 같은 적반하장 반응은 해외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또 다른 비난을 촉발했다.

해외 언론에 잘 조망되지 않은 것은 중국 본토 언론의 침묵이다. 중국 본토 언론들은 “판커신이 밀려 넘어졌다” “마지막 바퀴에서 판커신이 바깥쪽 코스로 추월하려 했으나 캐나다의 샤를이 넘어지면서 판커신을 밀어낸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중국 본토 언론들은 판커신의 반칙성 행위에 대해 전혀 다루지 않았다.

그러나 에포크타임스 중문판에서는 판커신의 반칙 장면을 중계영상 캡처한 이미지로 상세히 보도했다. 캡처한 이미지에서는 판커신이 블록을 왼손으로 잡은 뒤 자신의 앞에 달리던 샤를의 스케이트날로 정확히 밀어 넣는 장면이 고스란히 나타났다.

현재 이 기사는 10일 오후 2시(한국시간) 기준 에포크타임스 중문판 홈페이지(epochtimes.com)에서 가장 많이 본 기사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조회수와 독자 반응 등을 고려한 인기도는 3만3417로 2위 기사(2만5천)보다 8천가량 높다.

에포크타임스가 캡처 이미지를 이용한 것은 중국 본토 방송과 언론에서는 넘어지는 장면의 슬로우 모션 영상을 전혀 방송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기를 중계하는 CCTV와 중국 온라인 영상 플랫폼에서는 다른 각도에서 촬영한 영상만 내보냈다.

이 영상만 본다면, 판커신의 반칙성 행위가 나타나지 않고 오히려 샤를이 혼자 넘어지면서 판커신까지 피해를 본 것처럼 보인다.

이에 대해 중국계 해외 네티즌으로 보이는 트위터 이용자 메이(Mei_49123)는 “중국 언론이 슬로우 모션 영상을 전혀 방송하지 않고 다른 각도에서 방송한 것이 이상하다. 사람들은 넘어지는 것만 볼 수 있었고 다른 상황은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트위터 캡처

즉, 중국 공산당 관영매체인 CCTV를 비롯해 본토 매체들이 진상(眞相·사물이나 현상의 거짓 없는 모습)을 은폐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에포크타임스 기사를 본 중국 본토와 해외 독자들은 공산당 매체만 본 중국인들과는 다른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중국 공산당은 매일 금메달을 따내고 있다. 금메달을 따내지 못하면 치욕으로 몰아간다. 직접 판단할 수 있는 일” “중국의 민족주의는 수치를 모르는 수준까지 이르렀다”고 댓글을 달았다.

이날 중국 선수의 반칙과 심판진의 편파 판정 논란은 다른 경기에서도 발생했다.

한국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 1조와 2조 경기에서는 각각 황대헌과 이준서가 1,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두 선수 모두 레인 변경 반칙이 선언돼 실격됐다. 대신 3, 4위였던 중국 선수들이 결승에 진출했고 결국 금·은메달을 차지했다.

이 경기에서도 중국 선수가 황대헌의 무릎을 잡아채며 방해하는 모습이 영상에 잡혔지만, 반칙이 선언된 것은 오히려 황대헌이었다.

이 때에도 시나스포츠 등 중국 본토 매체들은 “한국 코치진이 상당히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혼란스럽고 무기력했다”며 오히려 한국이 스스로 무너진 것처럼 보도했다.

7일 한국 쇼트트랙 대표 황대헌 선수의 충격적인 실격 이후 시나스포츠가 게재한 기사. 한국 코치의 어두운 표정 사진을 싣고 마치 한국팀이 스스로 무너진 것처럼 보도했다. | 화면캡처

시나스포츠은 별도 기사에서 한국 내 논란을 전하기는 했지만, 언론과 여론의 격렬한 반응만 전하면서 중국 네티즌들에게 ‘어떻게 생각하느냐’며 욕설과 비난을 유도하는 행태를 보였다.

이에 대해 중국 전문가들은 “공산당 매체와 인터넷 선동꾼들은 거짓말과 감성, 민족주의로 자극해 대중에게 증오를 심고, 외국에 적개심을 품도록 세뇌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적지 않은 중국인들이 실체적 진실을 알게 되면 공산당을 거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중국 공산당은 만리방화벽으로 불리는 인터넷 방화벽으로 해외 사이트와 소식을 차단하고 있으며 어떠한 국가나 정치집단, 기업의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언론인 에포크타임스도 공산당이 차단하는 매체 중 하나다.

그러나 공산당의 탄압을 피해 해외로 이주한 이공계 전문가들이 구축한 방화벽 우회 프로그램인 ‘프리게이트(自由門, Free gate)’를 통해 적잖은 본토 독자들이 에포크타임스 뉴스를 열독하고 있다.

프리게이트는 개발 초기, 사람의 손에서 손으로 전해지는 과정을 거쳐 중국에 전달됐으며, 현재는 본토에서만 수십만 명 이상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프로그램을 가동했을 때 처음 열리는 웹사이트가 지난 2020년 ‘차이나게이트’ 논란으로 유명해진 동태망(動態網·dongtaiwang.com)이다.

한편, 에포크타임스 홍콩판은 홍콩에서도 공산당의 압력 속에 거의 유일한 독립언론으로 취재·보도활동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