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대사, 미국과 군사 충돌 이례적 언급…“절박한 속내”

한동훈
2022년 01월 30일 오전 11:59 업데이트: 2022년 01월 30일 오전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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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미 중공대사가 “중-미 군사적 충돌”을 언급하며 대만 ‘독립’을 지원하지 말라고 미국을 위협했다. ‘전쟁’에 대한 공포증을 자극해 이익을 취하려는 전형적인 공산당식 외교 술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정부와 정치권은 단호한 반응을 보였다. 중국과 경제적 관계로 인해 정책을 변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없었다. 국방부는 “(미국은) 대만이 자기 방어 능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논평했고, 정치권에서는 “공산당이 동맹을 괴롭히는 것을 그냥 보고만 있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냈다.

친강(秦剛) 주미 중화인민공화국(중공) 대사는 28일 미국 공영라디오(NPR)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대만 독립 문제를 통해 미국을 위협했다.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는 작년 7월 추이톈카이(崔天凱) 대사 후임으로 취임한 이후 처음이다.

친강은 이날 대만 문제를 미·중 간의 “화약통”이라고 묘사하며 “대만 당국이 미국에 힘입어 지속적으로 독립을 추진하면 두 강대국인 중국(중공)과 미국이 군사적 충돌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그는 “대만 해협의 양쪽 주민들은 모두 중국인”이라며 동포끼리 전쟁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통일을 위해 비평화적 수단을 포기하겠다고 약속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로 군사적 선택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NPR은 그동안 중공이 미국에 대해 ‘불장난’이라는 비유적 표현을 사용해 경고하긴 했지만, 군사적 충돌을 직접 거론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미국 정부는 차분한 반응을 보였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국방부는 “미국은 ‘하나의 중국’ 정책과 미국의 대만관계법에 따른 대만의 자기방어 지원을 고수한다”고 밝혔다.

국방부 대변인은 “대만이 충분한 자기방어 능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 대만 사람들의 안보를 위태롭게 할 어떠한 무력 사용에도 저항할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은 다소 강경하게 대응했다. 공화당 낸시 메이스 의원은 중공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의 갈등을 보면서 ‘게임’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메이스 의원은 자신의 트윗을 통해 “(중공이)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일을 지켜보고 있는 게 분명하다”며 미국과 러시아와의 갈등이 고조되자, 중공이 이 기회를 틈타 미국에 대해 군사적 충돌을 운운하며 압박해 대만과 외교적으로 가까워지는 것을 막으려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친강이 지난해 11월 대만을 방문하기 위해 출발한 미국 하원의원단을 향해 “발길을 돌려라”라고 했던 인물임을 언급했다. 이 의원단에는 메이스 의원도 포함됐다.

친강은 취임 이후 미국과 대만이 가까워지는 것을 경계하고 막으려는 움직임을 계속 보여왔다. 작년 대만을 방문한 하원의원단 중 한 명이었던 민주당 엘리사 슬로킨 의원도 “의원 사무실에 여행 취소를 요구하는 중국(중공)대사관이 보낸 서한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공화당 미셸 박 스틸(한국명 박은주) 의원은 28일 트위터를 통해 “미국은 자유롭고 독립적인 대만을 지지하며 중국 공산당이 우리와 동맹을 계속 괴롭히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며 친강의 발언을 직접 비판했다.

박 의원은 “이 같은 협박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다른 곳에서 개최돼야 할 또 다른 이유”라며 국제 화합과 평화의 상징인 올림픽을 개최할 자격이 중공에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이 같은 (중공의) 지속적인 적대감이, 공식명칭이 중화민국(ROC)인 주권국가로서 대만과의 외교관계 회복과 대만의 국제기구 참여 지지를 요구하는 내용의 미국경쟁법 개정안을 제안한 이유”라고 덧붙였다.

‘2022년 미국경쟁법'(America COMPETES Act of 2022)은 작년 6월 상원이 통과시킨 ‘미국 혁신 및 경쟁법’의 하원 버전이다. 미국의 반도체 산업을 강력하게 지원하고 중공의 도전을 뿌리치는 내용이 담겼다.

박 의원은 최근 이 법안 수정안을 제출하며 중공을 견제하기 위한 카드로 대만과의 외교관계 강화를 제안했다. 수정안에는 대만의 최첨단 반도체 산업과의 협력 강화 방안도 제시했다.

대만은 아시아태평양의 전략적 요충지다. 일찍이 더글라스 맥아더 장군 역시 대만을 “가라앉지 않는 항공모함”이라며 중공을 견제하기 위해 반드시 확보해야 할 지역으로 강조한 바 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미국 국가안보보좌관 역시 대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작년 11월 닛케이 신문과의 온라인 인터뷰에서 대만을 “핵심적인 이익”으로 여기는 중공이 2024년 미국 대선 전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그는 중공이 대만을 장악해 군사적 거점으로 삼으면 태평양 진출이 쉬워지고 조만간 미국 서부해안에 출몰하게 될 수도 있다며 “대만에는 미국의 막대한 국가안보와 외교적 이익이 걸려 있다”고 말했다.

군사전문가 선저우는 “미국이 대만의 안보를 튼튼히 할수록 중공이 받는 위협은 더욱 커진다. 반면 중공이 대만을 가져가면 미국은 물론 호주, 일본 등 주변국이 받게 될 안보 위협은 심각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에 이어 바이든 행정부 역시 대만과의 관계를 강화함으로써 중공의 우려는 나날이 깊어지고 있다. 친강이 이번에 직접 ‘군사적 충돌’을 거론하는 무리수를 둔 것도 이 같은 중공 지도부의 초조함을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선저우는 “미국 차기 대선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재집권 가능성이 약해질수록, 트럼프나 공화당 행정부 집권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중공은 그 전에 대만 문제에서 승부를 봐야겠다는 압박감을 받을 수 있다. 중공은 시간에 쫓긴다”고 전했다.

그는 대만이 계속 자유민주 체제를 유지하는 것도 중공 해체에 필수적 조건이라고 말했다.

선저우는 “대만이 일군 성공적인 방역, 자유민주 정착, 최근의 경제 발전은 공산당 압제에 불만이 커진 본토 중국인들에게 새로운 정치 시스템에 대한 희망을 품게 하는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며 “홍콩 민주화를 질식시킨 중공이 노리는 다음 타깃은 대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