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로스앤젤레스(LA) 카운티가 클럽, 술집 등 유흥시설과 대규모 행사장 입장을 위해 코로나19(중공 바이러스 감염증) 백신 접종 증명서인 이른바 ‘백신 여권’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바바라 페러 LA 카운티 공중보건국장은 15일(현지시간) 집행관위원회에 야외 공연장 등 다중이용시설에 입장하는 손님들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 증명서 또는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요구할 방침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에 따라 시설을 이용하려는 고객은 오는 10월 7일까지 백신을 최소 1회 이상 접종해야 하며 11월 4일까지 접종을 완료해야 한다.
백신 여권의 도입은 카운티 전역에 걸쳐 백신 접종 속도를 빠르게 올리고 대유행을 종식하기 위한 중요한 전략이라는 게 카운티 측 입장이다.
페러 국장은 조정된 방역 지침이 “감염 확산의 위험을 줄이고 백신 접종을 확대하려는 지속적인 필요성과 일치한다”라며 “합리적인 길”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에선 뉴욕시가 지난 13일부터 식당, 헬스장 등 실내 시설 입장 시 코로나19 백신 접종 증명을 요구하고 있다. 빌 드 블라시오 뉴욕 시장은 해당 지침을 위반하는 기업에 벌금을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 역시 실내 시설에 입장할 때 백신 접종 사실을 증명하도록 했다.
해외 국가들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프랑스·스위스·이스라엘·캐나다 등 일부 국가에서 백신 여권을 의무화했다.
이런 조치에 반발하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지난 13일 뉴욕시에서 수천 명의 시위대가 거리로 나와 백신 여권 의무화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당신은 자신의 몸에 대해 결정할 권리가 있다”라며 백신 접종 여부를 선택할 권리를 주장했다. 백신 접종이 자유나 개인적 선택에 관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뉴욕시장 후보인 빌 페피톤은 2001년 9.11테러 사태에 빗대면서 “이제는 선출된 관료들이 공포와 위협으로 우리의 자유를 빼앗으려 하고 있다”며 “2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절대 안 된다’라고 말한다”라고 했다.
백신 여권 도입 찬성론자들은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하기 위한 대책이라고 주장하지만, 반대 측에서는 미접종자에 대한 차별이 제기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론 드산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를 비롯해 일부 공화당 주지사들은 기업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백신 접종 증명을 요구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에 서명하거나 행정명령을 내렸다.
국제적 비영리 단체인 전자 프런티어 재단(EFF)은 지난달 자체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에서 “전 세계 정부 관계자들은 백신 여권 시스템을 도입할 때 심각한 실수를 저질렀다”라며 이런 시스템 도입으로 “비자를 소지한 이들을 포함한 수억 명의 사람들이 주요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해 고립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새로운 신뢰 기반 시스템이 백신 접종자를 자동으로 자격을 박탈하는 방식으로 구현된다면 향후 몇 년 동안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이는 특정인이 쉽게 움직일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이미 비자로 어려움을 겪은 사람들은 또 다른 벽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