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건당국이 코로나19 백신 접종 사실을 증명하는 ‘백신 여권’ 시스템 도입에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셸 월렌스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은 28일(현지시간) 미국에서 백신 여권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월렌스키 국장은 이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유럽에서 술집, 나이트클럽 등에 입장할 때 사용되는 ‘보건 패스’와 같은 제도를 의무화할 것이냐는 질문에 “앞으로 나아갈 좋은 방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도 코로나19에 감염되거나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것이 “가능하다”라며 당국자들이 이런 사례를 “본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월렌스키 국장의 이날 발언은 CDC가 전날인 27일 전염력이 높은 지역에서 백신 접종자의 마스크 착용을 권고한다고 발표한 이후 나왔다.
특히 올 가을학기부터 학생들이 백신 접종 여부와 관계없이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권고했는데, 이는 몇 주 전 백신 미접종자에 한해 마스크 착용을 권고했던 지침을 변경한 것이다.
CDC가 수정된 지침을 발표한 지 몇 시간 만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모든 연방 직원의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연방정부 직원의 백신 접종 의무화 조치에 대한 질문에 “현재 검토되고 있다”고 답했다.
연방 정부는 미국의 최대 고용주다. 백신 의무 접종 방안이 시행되면 단일 고용주에 의한 최대 백신 의무화 조치가 된다.
앞서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26일 정부가 연방 공무원에 백신 접종을 요구하는 것이 합법인지 여부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29일 미국 내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한 일환으로 ‘다음 단계’의 코로나19 정부 대응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그는 “델타 변이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지역에서 더 많은 백신 접종과 마스크 착용 조치가 이뤄지면 2020년에 직면했던 봉쇄 조치와 학교 폐쇄, 붕괴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2020년과 달리 질병 확산을 막기 위한 과학적 지식과 도구들을 갖고 있다”며 “다시 그때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신 여권 도입에 대해 공화당과 시민 자유 단체들은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며 반대해 왔다.
플로리다주를 중심으로 공화당이 주도하는 일부 주들은 주 및 지방정부가 백신 접종 증명서를 요구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여기에 더해 론 드산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지난 5월 모든 민간기업도 백신 여권 제시를 의무화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헬스 패스를 도입한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에선 최근 백신 접종을 사실상 의무화한 정부의 조처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 시위에 참여한 수천 명의 시민들은 정부가 폭군적인 강제 조치를 취했다고 비판했다.
/잭 필립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