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치 “美 정부, 백신여권 의무화하지 않을 것”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5일(현지시간) 연방정부가 백신여권을 의무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파우치 소장은 이날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연방정부가 백신여권 개념의 주도자가 될지는 의문”이라며 이처럼 말했다.
민간 기업이 백신여권을 도입할 때 공정과 형평성을 위해 과정에 일부 관여할 수 있지만, 백신여권을 의무화하는 등 이를 직접 주도할지는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다만 파우치 소장은 일부 사업체 또는 학교는 백신여권을 요구할 것이라고 봤다.
그는 “그들이 그렇게 해야 한다거나 할 것이라는 게 아니라, 독립 기관이 ‘백신을 접종했다는 것을 확인하지 못하면 우리는 당신을 상대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을 예측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짚었다.
이러한 행위가 연방정부에 의해 나타나진 않을 것이라고 파우치 소장은 강조했다.
파우치 소장의 이번 발언은 미 백악관이 백신여권을 도입하는 민간 기업과 협력해 제도의 기준이 될 만한 지침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이후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달 바이든 행정부가 민간 기업과 함께 백신여권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백악관은 이 같은 보도가 나온 뒤 기자회견에서 백신여권 제도의 기준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현재 백신 검증과 관련한 질문들을 검토하는 부처 간 절차가 있고, 검증은 잠재적으로 사회 많은 부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많은 기관들이 작업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지침을 제공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백신 여권의 개발 또는 결정은 민간 기업에 의해 추진될 것”이며 정부는 기준 삼을 수 있는 지침 마련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침에 대한 몇 가지 핵심 원칙을 구상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도 했다. 정부 차원에서 백신여권 도입을 검토하고 이를 논의하는 것은 처음이다.
백신 접종을 입증하기 위한 디지털 증명서인 백신여권은 중공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전 세계 각국은 이미 백신여권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아이슬란드 등 일부 국가들은 국민들의 일부 활동에 있어 백신여권을 의무화했고, 독일 당국은 백신 접종자에 대한 특권을 부여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일부에선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이들의 자유를 제약하고 개인정보를 침해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 인권단체인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은 백신여권 도입은 잠재적으로 미국인들의 사생활을 침해할 것이며 스마트폰 접근이 어려운 저소득층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ACLU는 “우리는 특정한 맥락에서 백신 접종을 증명해야 한다는 생각에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그러나 디지털 여권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고,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타협과 실패를 감안할 때 우리는 초래할 부작용과 장기적 결과를 경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백신여권 의무화 조짐에 일부 주정부는 대응에 나섰다.
공화당 소속 론 드산티드 플로리다 주지사는 백신여권 제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이와 유사한 입법을 주의회에 촉구했다. 행정명령은 주민들이 공공장소 방문 시 백신 접종을 증명할 필요가 없도록 했다.
내년 말 중간선거를 앞둔 공화당 의원들이 백신여권 문제를 정치적 이슈로 부각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공화당 전략가들은 더힐과 인터뷰에서 2022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이 상·하원 다수당 지위 확보를 위해 백신여권 통제 문제를 부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