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가 훈련 매뉴얼에서 가톨릭과 개신교 신자들을 ‘종교 극단주의’로 규정했다는 증언이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미 해병대 예비부대 장교인 마이클 베리는 지난 24일(현지시간) ‘군대 내 극단주의(Extremism in the Military)’라는 주제로 열린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이처럼 밝혔다.
텍사스 소재 공익법률 회사 ‘퍼스트리버티인스티튜트’(FLI)의 고문이기도 한 베리는 이날 민간인 자격으로 청문회에 참여했다.
베리는 국방부 훈련 매뉴얼 슬라이드는 가톨릭 신자와 복음주의 기독교인을 종교 극단주의로 규정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퍼스트 리버티는 미 육군 훈련 매뉴얼에서 기밀이 아닌 슬라이드의 스크린샷을 확보했다”면서 “이 슬라이드에는 ‘종교 극단주의’라는 제목이 붙어 있고, 종교 극단주의자들의 신원 확인을 목적으로 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폭력을 사용해 목적을 달성하는 과격 단체인 알카에다(Al-Qaeda)와 하마스, 쿠 클럭스 클랜(Ku Klux Klan·KKK) 역시 종교 극단주의 집단에 포함됐다. 그러나 이들 집단과 달리 폭력을 옹호하지 않는 복음주의 기독교와 가톨릭도 극단주의자 집단에 포함된 것이다.
베리는 복음주의 기독교인과 가톨릭 신자들이 결혼과 성에 대한 오래된 견해를 고수한다는 사실이 그들을 극단주의자로 만들지 않는다는 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나라가 많은 외부 위협에 직면해 있는 혼란과 불안정한 시기에, 이 같은 메시지는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베리가 언급한 훈련 매뉴얼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군대 내 극단주의에 대응하기 위해 내린 ‘스탠드 다운(stand-down)’ 명령의 일환이다. 극단주의 군인들을 가려내고 근절하는 데 매뉴얼이 사용된다.
스탠드 다운 명령은 지난 1월 6일 미 연방 의사당 난입 사태 당시 다수의 전·현직 군인들이 시위에 참여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나왔다.
오스틴 장관은 국방부 영상에서 “각 부대의 모든 구성원들이 헌법에 대한 맹세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며 명예와 존엄, 인격을 가지고 국가를 위해 봉사한다는 데에는 아무런 의심이 없다”면서도 “그렇긴 하더라도, 우리의 믿음에 어긋나는 극단주의와 극단적 이데올로기, 견해, 행동 때문에 스탠드 다운 명령이 필요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극단적인 견해는 미국과 군대 내에서 새로운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다만 극단적 견해를 가진 이들이 누군지에 대한 예는 제시하지 않았다.
민주당 소속 애덤 스미스 하원 군사위원장은 이날 청문회 개막 성명에서 “만약 당신이 군복무를 한다면 미국 헌법과 이 나라의 법에 맹세할 것”이라면서 “만약 당신이 헌법과 이 나라의 법에 강하게 반대해 더는 정부를 합법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미군에 복무할 자격이 없으니 당장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청문회에서 증인들과 의원들은 군대 내 극단주의를 근절하려는 시도에 우려를 표명했다.
극단주의의 범위와 무엇이 허용 불가능한 견해의 표현인지에 대한 신뢰할 만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마이크 로저스 공화당 하원의원은 청문회에서 군대 내 폭력적 극단주의가 만연해 있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로저스 의원은 지난 2018년 이후 총 17명의 해병이 극단주의자로 분류됐다는 점을 거론, “20만 명 중 17명이다. 이 숫자가 0이 돼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이는 우리 군이 직면한 가장 큰 군사 문제와는 거리가 멀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