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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베네수엘라 해상 봉쇄…전 정보국장은 마약테러·선거조작 ‘내부 고발’

2025년 12월 19일 오후 3:32
지난 8월 베네수엘라 해역에 파견되었다고 알려진 미국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 USS 샘프슨(DDG-102)함. 사진은 지난해 6월 29일 콜롬비아 인근 태평양을 항해하는 모습이다. | AFP/연합뉴스지난 8월 베네수엘라 해역에 파견되었다고 알려진 미국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 USS 샘프슨(DDG-102)함. 사진은 지난해 6월 29일 콜롬비아 인근 태평양을 항해하는 모습이다. | AFP/연합뉴스

미 매체 댈러스 익스프레스, 베네수엘라 전 고위층 서한 보도
“마두로 정권은 범죄 조직…마약 유통은 정권 차원의 파괴 공작”
트럼프에게 발송, 전자투표시스템 통한 선거 조작 가능성도 거론

트럼프 행정부가 베네수엘라 연안에서 입·출항하는 유조선에 대한 봉쇄 조치를 단행한 가운데, 같은 시기 베네수엘라 정권 핵심부 인사들의 내부 고발 소식이 전해졌다.

16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을 통해 베네수엘라 해안 봉쇄 조치를 명령했다고 밝혔다. 그는 “불법적인 마두로 정권은 강탈한 유전에서 나온 석유를 자신들의 자금, 마약 테러, 인신매매, 살인, 납치에 사용하고 있다”며 “외국 테러 조직에 지정됐다”고 말했다.

미국 측은 이번 조치를 ‘연안 완전 봉쇄’로는 설명하지 않고 있다. 일반 상선이나 국제 항로 전체를 막는 군사적 봉쇄가 아니라, 베네수엘라 석유 수출과 직결된 유조선과 제재 대상 선박의 입·출항을 차단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다. 다만 베네수엘라의 원유 수출이 국가 재정과 정권 유지의 핵심 축이라는 점에서 경제적 압박 효과가 상당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베네수엘라산 원유의 최대 수입국은 중국이다. 중국 공산당은 국영 석유기업을 통해 장기 차관 상환 구조로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지속적으로 수입해 왔다. 미국의 제재 이후에는 말레이시아나 싱가포르 등을 경유해 우회 수입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주요 수입국이었던 인도는 제재 이후 공식 수입을 크게 줄였고, 유럽에서는 스페인의 국영 석유기업 렙솔이 채무 상환 성격의 제한적 거래를 유지해 왔다. 쿠바는 정치·안보 동맹 차원에서 원유 지원을 받아온 국가로 분류된다.

미 매체 “마두로 정권 고위 정보 장성 2명, 트럼프에 내부 고발”

이번 초강경 조치 발표에 앞서 미국 보수 성향 매체 ‘댈러스 익스프레스’는 베네수엘라 정권 내부 인사들이 트럼프 대통령 앞으로 보낸 서한을 이달 2일과 9일, 두 차례로 나눠 공개했다.

이 서한의 작성자는 차베스·마두로 정권에서 핵심 역할을 했던 전 군사정보 국장 우고 카르바할 바리오스와 차베스 정권에서 육군 소장을 지내고 퇴역한 클리베르 안토니오 알칼라 코르도네스다. 두 사람은 현재 모두 미국에 수감 중이다.

카르바할은 2021년 9월 미국을 상대로 한 마약 테러 혐의로 스페인에서 체포돼 2023년 7월 미국에 범죄인 인도됐으며, 올해 6월 모든 혐의를 시인했다. 영국 BBC는 혐의 시인이 늦어진 배경에 정권 내부 정보를 미 당국에 제공하고 형량을 낮추는 협상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알칼라는 1992년 차베스의 쿠데타를 지지한 군 장교 중 한 명으로, 2013년 퇴역 후 마두로 정권을 비판해 왔다. 그는 2020년 마약 테러 혐의로 체포 현상금이 걸리자 미국 당국에 자수하며 혐의가 철회됐으나, 테러 조직 지원 혐의로 2024년 4월 21년형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다.

보도에 따르면 두 사람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각각 보낸 서한에서 베네수엘라의 실질적인 권력 구조와 초국경적 범죄 조직의 결성 과정, 베네수엘라 스파이들의 미국 침투 등을 항목별로 폭로했다. 다만 이 서한이 정확히 언제 발송됐는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서한은 두 사람의 법률 대리인을 통해 언론사에 제공된 것으로 알려졌다.

카르바할은 서한에서 베네수엘라 정권을 단순한 권위주의 정부가 아니라 “마약을 무기로 삼아 미국을 공격하는 조직”으로 규정했다. 그는 “미국 도시로 흘러 들어간 마약은 부패의 부산물이나 독립 범죄 조직의 소행이 아니라, 미국을 겨냥해 정권 차원에서 의도적으로 추진된 정책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전략은 2000년대 중반 쿠바 정권의 제안으로 시작됐으며, 이후 콜롬비아 무장혁명군(FARC), 민족해방군(ELN), 쿠바 정보기관, 헤즈볼라 등과의 협력을 통해 실행됐다고 밝혔다. 또한 차베스 정권이 무기와 여권, 사실상의 면책권을 제공해 자국을 국제 범죄 조직의 근거지로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알칼라는 자신의 퇴역 배경을 설명하며 “범죄 조직의 수장이 권력을 장악하고 있다는 점이 분명해졌다”고 썼다. 그는 퇴역 전 수행했던 토코론 교도소 군사 작전을 언급하며, 이곳이 단순한 수감 시설이 아니라 ‘트렌 데 아라과’ 지도부를 보호·관리하는 무기 저장 및 지휘 거점이었다고 주장했다. 이 조직이 “선거 과정에서 수감자들의 투표 성향을 통제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도 했다.

‘트렌 데 아라과’는 토코론 교도소에서 시작한 마약 카르텔이다. 이후 남미 여러 국가로 활동 반경을 넓히며 초국경적 범죄 조직으로 성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트렌 데 아라과’ 조직원 238명 등 중범죄 혐의자 260여 명을 비행기에 태워 엘살바도르로 추방한 바 있다.

알칼라는 특히 마두로 집권 이후 이 범죄 구조가 해외로 확장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마두로 정부는 범죄 조직을 다른 나라, 미국을 포함한 해외로 수출했다”며 “이 조직은 정권의 범죄를 위해 활용돼 왔다”고 말했다. 석유 수출, 마약 밀매, 오리노코 지역 불법 채굴이 얽힌 자금 흐름과 돈 세탁도 언급했다.

두 서한은 공통적으로 베네수엘라의 해상·항만·석유 수출 인프라를 ‘정상적 경제 활동’이 아닌 ‘범죄 수익 창출의 핵심 기반’으로 묘사했다. 이는 마두로 정권을 정상적인 집권 세력이 아니라 범죄 집단으로 규정한 트럼프 행정부의 인식과 맞물리는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매틱 전자투표 시스템, 구조적인 취약점…선거 결과 조작 가능”

서한에는 전자투표 시스템에 관한 주장도 담겼다. 카르바할은 “스마트매틱 전자투표 시스템은 선거 도구로 만들어졌지만, 곧 정권의 영구적 집권을 돕는 수단으로 변질됐다”며 “이 사실을 아는 이유는 내가 국가선거위원회의 IT 책임자를 임명했는데, 그가 내 직속 부하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시스템이 기술적으로 조작 가능하다며 “이 기술은 미국을 포함한 해외로 수출됐고, (마두로) 정권 관계자들이 미국의 선거 관계자나 투표기 제조업체와 접촉을 유지해 왔다”고 주장했다.

알칼라 역시 스마트매틱과 연동된 투표 시스템이 베네수엘라 선거 결과 조작에 이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며 “조작은 반대 측 선거 감시인이 없는 곳에서 일어났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 선거와의 연관성은 직접 언급하지 않았으며, 해당 기술이 구조적으로 취약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스마트매틱은 베네수엘라 출신 개발자들이 2000년 영국 런던에 세운 전자투표 시스템 및 정부 인증 시스템 개발업체다. 설립 약 4년 만인 2004년 차베스 대통령 재선거를 앞두고 베네수엘라의 투표기 교체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급속히 성장했다.

이 회사는 2005년 규모가 훨씬 큰 투표 시스템 업체 세쿼이아 보팅 시스템즈(이하 세쿼이아)를 인수해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세쿼이아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회사로, 미국 16개 주 300개 이상 선거구와 계약을 맺은 미국 내 최대 전자투표 시스템 공급업체 중 하나였다.

스마트매틱은 세쿼이아 인수를 통해 미국 선거 시장에 대한 진입 경로를 빠르게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하드웨어 교체는 아니더라도, 자사 기술과 소프트웨어를 미국 주정부 선거 시스템에 합법적으로 연결할 통로를 마련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을 미국 정부도 주시했다. 재무부 산하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가 조사에 착수해 2007년 11월 “국가안보 우려”를 이유로 스마트매틱에 세쿼이아 매각을 명령했다. 이후 세쿼이아의 장비와 지식재산권 등은 캐나다 업체 도미니언 보팅 시스템즈에 일부 인수됐다.

전자투표 시스템과 외국 세력의 개입 가능성 문제는 2020년 대선 이후 정치적 쟁점으로 부각됐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변호인단은 도미니언의 전자투표 시스템이 중국 혹은 이란과 연계돼 선거 결과가 조작됐다는 주장을 펼쳤고, 선거 사기 의혹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수감 중인 두 명의 전직 베네수엘라 고위 장성의 서한은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을 테러 집단으로 인식하고 전자투표 시스템의 신뢰성 문제를 지적해 온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사를 정확히 꿰뚫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