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 제친 中 ‘핀둬둬’ 회장 돌연 사임…추측 무성

류지윤
2021년 03월 19일 오후 10:50 업데이트: 2021년 03월 19일 오후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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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 핀둬둬(多多)가 알리바바를 제치고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로 등극한 가운데 황정(黃崢·콜린 황) 회장이 사임을 발표해 각계의 추측이 분분하다.

황정의 이러한 이례적인 행보를 두고 중공의 빅테크 응징이 전략적으로 강화되면서 핀둬둬 등 중국의 빅테크 거물이 화를 피해 도망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7일 오후 핀둬둬는 2020년 4분기 및 연간 회계보고서를 발표했다. 2020년 말, 핀둬둬 플랫폼에서 활동 중인 구매자는 7억 8840만 명으로, 알리바바 등 다른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제치고 핀둬둬가 중국 1위에 올랐다.

이와 함께 핀둬둬 창업자인 황정은 주주들에게 2021년 서한을 보내 이사회 승인을 거쳐 천레이(陳磊) 현 CEO에게 회장직을 넘기겠다고 밝혔다.

회장과 핀둬둬 관리직에서 물러난 뒤에는 황정의 1대 10 슈퍼 투표권은 사라지고 그의 명의로 된 주식에 대한 의결권은 핀둬둬 이사회에 위임돼 투표로 결정된다.

황정은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외부 환경의 급격한 변화가 내부 업무와 관리의 세대교체 속도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창업자로서 “여기서 벗어나서 10년 뒤 길의 돌을 만져보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중국 ‘증권시보’에 따르면 실적 발표 이후 핀둬둬의 주가는 5% 넘게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황정의 사임 여파로 핀둬둬는 한때 8%가량 급락하며 9%대로 주저앉았다.

핀둬둬는 2018년 7월 26일 미국에서 상장했으며 당시 중국 3위 전자상거래 플랫폼이었다. 지난해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황정 회장의 재산은 631억 달러로, 세계 15위, 아시아 3위를 차지했다.

핀둬둬는 오랜 기간 ‘짝퉁’ 혐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에도 7억 8천여만 명의 가입자를 끌어모았다. 중국에서 2명 중 1명꼴로핀둬둬를 이용하는 셈인데 그만큼 중국에서 저렴한 제품 수요가 많다는 뜻이다.

중국 매체 훙싱신문(紅星新聞)은 핀둬둬를 포함한 플랫폼 경제가 중요한 변혁의 시기를 겪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15일 시진핑은 중앙재경위원회 회의를 주재하며 막대한 데이터를 축적하고 시장 호소력을 갖춘 ‘플랫폼’에 대해 “국가 경쟁의 새로운 우위를 구축할 전략적 고도에서 관리 감독의 권위를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이는 중공의 인터넷 분야 공격이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은 분석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시진핑과 그의 아랫사람들이 이례적으로 강한 표현을 쓴 것은 베이징이 마윈의 알리바바와 산하의 앤트 그룹을 시작으로 ‘가장 크고, 가장 실력 있는 개인 기업’을 대상으로 한 ‘운동’을 확대할 준비가 돼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플랫폼 경제’라 불리는 빅테크 기업들, 디디(DiDi∙중국판 우버), 메이투안(美團∙중국판 배민), 징둥닷컴(JD∙중국판 쿠팡), 핀둬둬 등은 모두 빠져나갈 수 없을 것이다.

지난 12일 중공 시장감독총국은 기업 인수를 통해 시장을 독점한 텐센트∙바이두 등 12개 중국 인터넷 회사에 공식적으로 총 600만 위안(약 10억 5천만원)의 행정 벌금을 부과했다.

이 밖에 2008년 8월 이후 시행된 ‘반(反)독점법’도 1월 말 개정판의 ‘공개 의견 수렴’ 단계를 마쳐 정식으로 시행되면 중국 빅테크 기업들을 뒤흔들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