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한 줄 알았더니…중국 ‘얼굴인식’ 쓰레기통의 반전

류지윤
2020년 09월 22일 오후 4:10 업데이트: 2020년 09월 22일 오후 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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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당국의 스마트 쓰레기통 시험이 실패로 끝나고 있다.

중국 당국이 지난 1년간 베이징, 톈진, 광저우 등 대도시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보급해온 인공지능(AI) 얼굴인식 쓰레기통에 대해 주민들은 개인정보 유출을 우려해 사용을 꺼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일 명보 등 홍콩 언론은 쓰레기를 버리려면 미리 이름과 주소 등 개인정보를 입력하고 이후 얼굴인식으로 인증을 받아야 하는 스마트 쓰레기통을 주민들이 탐탁지 않아 한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7월 베이싱 시청구 아파트 단지에 처음 설치된 스마트 쓰레기통은 종류별 쓰레기통에 달린 카메라로 주민들의 얼굴을 인식해 쓰레기통 입구를 열어준다.

얼굴인식 대신 버튼을 눌러도 되지만, 주민들은 “어쨌든 버튼을 누르기 위해 가까이 가면 카메라에 얼굴이 찍힌다. 얼굴이 카메라에 잡히면 안전하지 않다고 여겨 그냥 주변에 쓰레기를 놓아둔다”고 신문은 전했다.

현지의 환경미화원 역시 주민들이 지난 1년동안 쓰레기통 옆에 쓰레기를 놔두고 있다고 했다.

중국 당국이 스마트 쓰레기통을 보급한 것은 분리수거를 장려하기 위해서다.

재활용품, 유해 쓰레기, 마른 쓰레기, 음식물 쓰레기 등 지자체 분류에 따라 정해진 쓰레기통에 쓰레기를 버리면 포인트가 쌓인다.

이 포인트를 모아서 휴지나 소금 등 생활용품과 교환할 수 있다. 재활용품의 경우 설정된 가격에 따라 현금으로 환급되기도 한다.

그러나 중국 매체 펑파이는 쓰레기통이 수집한 얼굴 데이터가 어떻게 보관되는지 유출되지는 않는지 주민들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들어 중국에서는 소셜 미디어에서 사람의 얼굴 데이터를 판매한다는 게시물이 심심찮게 목격됐다.

중국 메신저인 위챗이나 큐큐(QQ)에서는 1인당 3위안(한화 약 510원)에 이름과 얼굴 사진을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왔고, 전자상거래 사이트에는 얼굴 데이터를 1인당 0.5위안(한화 약 85원)에 거래한다는 내용이 등록됐다.

중국 전문가 탕징위안은 “이렇게 거래된 개인정보는 인터넷 대출, 소프트웨어 구매, 인터넷 사이트 등록, 결제 소프트웨어 잠금 해제, 사기 등에 악용될 수 있다”며 “당국의 무분별한 안면인식 기술 적용이 근본적 문제”라고 했다.

탕징위안은 “중국 학교에서는 급식카드 대신 얼굴인식으로 배식한다. 급식카드를 두고 오는 문제가 해결되지만 인식에 시간이 걸려 급식이 늦어지는 문제가 생긴다. 카드로 충분한 것을 과도하게 얼굴인식으로 대처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펑차오의 무인 택배 보관함 | 바이두 화면 캡처

중국에서는 지난해 시장점유율 1위의 무인 택배 보관함 업체인 펑차오(丰巢)가 얼굴인식 택배함을 선보였다가, 한 초등학생에 의해 실물 없이 사진만으로 보관함이 열린다는 사실이 드러나 도입을 취소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