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보건당국 내부자료 유출…‘우한 폐렴’ 의료진 감염자 최소 5백명

한동훈
2020년 02월 08일 오후 2:44 업데이트: 2020년 02월 08일 오후 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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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진 감염 첫 사례는 우한시 제1병원…지난해 12월 27일

중국 보건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발생 사실을 은폐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내부자료가 유출됐다.

중국 경제 전문블로거 ‘차오산스(曺山石)’는 지난 5일 자신의 트위터에 중국 보건당국 내부회의용 자료를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차오산스는 여러 차례 중국 내부자료를 입수·공개해 ‘폭로왕’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대형 모니터 화면을 찍은 이 사진에는 ‘의료진 발병 상황(医务人员发病情况)’이라는 큰 제목 아래에 ‘의료진 감염 확진자가 15명 이상인 병원 명단(报告15例以上确诊医务人员病例医院)’이 표시됐다. 화면 왼쪽 상단에는 중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로고도 찍혔다.

명단에는 우한 폐렴에 의료진이 가장 많은 순으로 병원들이 나열됐다. 병원명과 함께 확진자 수, 감염의심자 수, 합계, 첫 감염 발생일자가 기재됐다.

이 자료가 후베이성의 방역회의(예방통제공작회의)에서 발표됐음을 입증하는 또 다른 사진도 같은 날 공개됐다.

중국 선전시의 자산관리업체 ‘상싼러쉐이(上善若水)’ 창업자 겸 중국 SNS 웨이보 인플루언서인 ‘허우안양(侯安揚)’이 공개한 사진에는 ‘의료진 발병 상황’ 화면 위 전광판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폐렴 예방통제 공작영상(新型冠状病毒肺炎防控工作视频)’이라는 붉은 글씨가 선명하게 포착됐다.

유출된 자료화면에 의료진 감염이 가장 많은 곳은 우한셰허(協和)병원으로 확진환자 101명, 의심환자 161명이었다. 우한대 인민병원과 우한시 제1병원도 각각 확진자 94명, 52명으로 보고됐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의료진 감염이 처음 발생한 날짜다. 의료진 감염이 처음 일어난 병원은 우한시 제1병원으로 발생일자는 지난해 12월 27일이었다. 나머지 병원도 대부분 1월 20일 이전에 의료진 감염이 시작됐다.

‘의료진 발병 상황’ 화면 위 전광판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폐렴의 예방통제공작 영상’이라는 문구가 보인다. | 웨이보 @侯安扬-上善若水资产

1월 20일은 중국 보건당국이 중국 관영 CCTV를 통해 우한 폐렴의 ‘사람 간 전염’을 첫 공식 확인한 날이다. 이전까지 보건당국은 사람 간 전염의 가능성을 계속 부인해왔다.

자료화면에서는 1월 11일 기준으로 이미 병원 7곳에서 의료진 감염이 발생한 상태였다. 이날 우한시 보건당국은 전체 확진환자를 41명이라고 발표하면서 “사람 간 전염의 명확한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의료진 감염 사례도 보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 사이 최근 우한 폐렴으로 숨진 안과의사 리원량(李文亮)을 비롯해 중국 의료진 8명은 중국 메신저 위챗에 바이러스 발생 상황을 경고했다가 오히려 경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중앙정부와 우한시 보건당국이 정보를 은폐해, 시민과 의료진을 모두 위험에 빠뜨렸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명단에 오른 병원 총 13곳 중 상위 11위가 모두 우한시 병원이었지만, 나머지 2곳이 우한에서 멀리 떨어진 한촨(漢川)시와 어저우(鄂州)시의 병원이라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우한에서 45km 떨어진 한촨(漢川)시 인민병원과 100km 떨어진 어저우(鄂州)중심병원에서도 각각 확진자 15명으로 나타났다. 한촨시 인민병원에서 의료진 감염 첫 발생일자는 1월 6일이었다. 중국 설 연휴 시작(1월 10일) 전부터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이들 의료진은 발병 초기에는 ‘사람 간 전염’ 사실을 몰라서 감염됐지만, 나중에는 의료용품 부족으로 인해 감염 위험에 노출됐다.

특히 의료진 감염이 가장 많은 우한셰허병원은 의료진이 의료물자 지원을 외부에 요청했다가 중국 ‘홍십자’로부터 제재를 받기도 했다.

이번 자료에서는 의료진 감염 병원 13곳만 드러났지만, 감염자 수가 15명 미만인 병원까지 포함하면 실제 사례는 더욱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월 22일 우한 지역 의사 웨이(魏)모씨는 에포크타임스 중문판과 인터뷰에서 “나뿐만 아니라 많은 의사가 감염됐다”라며 “그동안 당국이 사람 간 전염을 밝히지 않아 (의사들이) 무방비로 많은 사람과 접촉한 것이 주된 원인”이라고 했다.

웨이씨는 “다들 임상적으로 바이러스 감염상황을 알았지만, 당국이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아 정확한 상황을 알 수 없었다. 그래서 (12월부터) 두 달간 아무런 방역대책 없이 근무했다. 우리 병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직원은 5명으로 전체 직원 50명의 10%다. 다른 병원은 상황은 잘 모르겠지만 아마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했다.

이번 자료에서 의료진 감염 1위로 나타난 우한셰허병원은 앞서 감염 상황이 유출된 바 있다. 중국 보건당국 고위급 전문가팀 중난산(鍾南山) 교수가 “환자 1명이 의료진 14명을 감염시켰다”고 소개한 사례가 우한셰허병원의 뇌신경외과에서 발생했다.

한 우한 시민은 우한셰허병원 2층은 감염된 의사와 간호사들로 가득하다고 제보하기도 했다.

그밖에도 중국 의료진 감염 실태는 현지 언론 보도에서도 조금씩 알려지고 있다.

차이신망

지난 5일 차이신망(財新網) 우한대 중난(中南)병원 중증의학과 펑즈융(彭志勇) 주임이 인력지원차 우한시 제7병원을 방문했다가 중환자실 의료진 절반 이상이 감염됐음을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마스크와 보호복 등 의료용품이 부족한 상태로 1선에 투입됐다가 중환자실 의료진이 거의 궤멸 상태에 빠졌다는 내용이었다.

한편, 이번 자료화면 사진을 공개한 웨이보 아이디 허우안양(侯安揚)의 게시물은 현재 없는 페이지로 나와 삭제된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해외 SNS인 트위터의 게시물은 여전히 게재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