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영 언론은 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재선 승리에 대해 증거 제시도 없이 모함하는 전술로 선거 결과를 묵살하려 했다. 또한 중국 당국 관리들은 선거 당일 대만이 자국 영토라는 주장을 반복했다.
11일 대만 총통 선거에서 차이잉원 후보는 총투표수의 57.1%인 817만 표를 얻어 당선됐다. 이는 1996년 대만에서 직선제를 실시한 이래 총통 후보가 얻은 최다 득표율이기도 하다. 주요 라이벌이었던 국민당 한궈위 후보는 552만 표(38.6%), 제3당 후보 제임스 쑹은 60만8590표(4.3%)를 얻었다.
투표율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대만 전체 유권자의 74.9%에 해당하는 1446만 명이 투표했다.
민진당의 차이 총통은 대만의 주권을 옹호하고, 중국의 위협과 영향력 행사에 정면 도전하며 중국 정권을 자극했다. 2016년 5월 총통에 부임한 후 베이징은 줄곧 차이 정권을 공격해 왔다.
반면 한궈위 후보는 중국 본토와 긴밀한 유대를 추구하는 노선을 달렸다.
전문가들은 선거 결과에 대해 대만인이 중국 본토와 자국을 합치려는 중국의 정책을 거부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외부 세력’ 비난
중국 관영 언론은 중국 본토 시청자들에게 차이의 승리를 불신하게 하는 가짜 뉴스를 퍼뜨렸다.
신화통신은 선거 당일 “대만 지역 내 선거는 주로 외부의 암흑세력에 의해 좌우지되고 있다”면서 “중국 정권에 도전하는 사건 배후의 원흉은 외세”라는 평소의 논조로 선거 결과를 보도했다.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기관지 인민일보는 12일 국민당 한궈위 후보가 낙선한 이유에 대해 “선거운동 초반부터 당내 내부에 갈등이 있었고, 강력한 외부 지지자가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미국 등 서방 세력이 “대만 선거에 공공연하게 개입했다”며 “미국은 대만을 지지하는 일련의 정책들을 추진했고…본토와 싸우기 위해 국민당을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인민일보는 1월 12일에 발행된 사설에서 “이번 선거는 공정성이 없는 더러운 선거”라고 일축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환구시보도 선거 당일 “차이 총통과 민진당 정부가 계속 대만을 반대 방향으로 이끌어간다면 그들은 분명 역사적 죄인이 될 것”이라며 본토와 대만 양쪽 사람들의 비난과 응징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거칠게 경고했다.
중국 당국의 가짜 뉴스 선전
중국 정권의 공식 통신사 역할을 하는 신화통신은 11일 선거 결과에 관한 기사를 처음으로 게재해 지난 3년간 차이 정부의 성과를 처음으로 비난했다. “국민들의 생활은 점점 더 나빠지고 대만의 민주주의는 계속 거꾸로 가고 있다…차이 정권은 선거운동에 당·정부·군의 모든 자원을 고의로 사용하도록 했다.”
중국의 허위 정보 유포는 2018년 대만 지방선거 무렵에도 있었다. “중국 본토와 대만의 경제적 유대관계가 대만인들의 생계를 향상시킬 것”이라는 선전이었다.
이번 선거 후에도 신화통신은 차이 총통이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수천억 달러를 쏟아부었고, 상대 후보의 명예를 훼손하기 위해 인터넷 부대를 고용했으며, 본토로부터의 위협을 확대해 국민을 겁먹게 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사실과 다르게 오히려 중국 정부가 선거를 앞두고 1월 초 대만 해협에 최신 항공모함을 두 차례 보내며 대만을 위협했다. 중국은 대만을 점령하기 위해 무력 사용을 배제한 적이 없다.
미국 국제 문제 전문지 포린 폴리시( Foreign Policy)의 지난해 6월 보도에 따르면, 중국 사이버 그룹에서 인기 있는 한궈위의 페이스북 팬 페이지를 추적한 결과, 대만 남부 도시 가오슝에서 역전승을 거두며 시장에 당선된 한궈위는 중국의 전문 사이버 집단에 의해 조작된 소셜 미디어 선전의 힘을 입었다. 또한 친중파 지지자들은 취임 6개월도 채 안 된 한궈위의 카리스마, 정치적 노련함을 부각시키며 그가 중국으로부터 경제적 부를 이루게 할 것이라고 선전하며 총통 후보로 등극시켰다.
2019년 9월 이후 중국 관영 매체와 국민당은 차이 정부가 농민에게 연금을 지급하는 정책이 국민의 지지를 얻기 위한 시도라고 모함했다. 그러나 이 정책은 총통 선거 훨씬 전인 2018년 9월에 제안된 것이었다.
중국 당국의 논평
중국 당국자들도 대만을 본토와 통일하려는 중국의 정책을 강조하며 자신들의 의견을 발표했다.
대만 유권자들은 차이가 중국의 ‘일국양제’ 합병 제안을 거절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관리들은 그들의 주장을 고수했다.
마샤오광 중국 국무원 타이완판공실 대변인은 11일 기자들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92 공식’과 ‘대만 독립 반대’라는 공통의 정치적 기반 아래 양안 관계를 증진하고 싶다”고 말했다.
중국과 대만이 1992년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합의했지만 ‘하나의 중국’에 대해서 양측의 해석이 다르다. 중국 정권은 본토 중심으로 ‘하나의 중국’을 강조하며, 대만은 하나의성(省)이라 간주한다. 정식 국호 ‘중화민국(Republic of China)’에 드러난 것처럼 대만은 자국이 유일하고 합법적인 하나의 중국이라 인정하고 있다.
차이 총통과 민진당은 대만이 주권국가라고 주장하며 ‘92 공식’은 대만을 흡수 통일하기 위한 중국의 염원을 담은 또 다른 암호명이라며 받아들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