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후베이성 우한(武漢)시에서 원인 불명의 폐렴 환자가 7명 보고된 가운데, 홍콩의 감염병 전문가들이 “상황이 심각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원인 불명의 폐렴이 발생한 우한과 홍콩 사이에는 하루 4편의 고속철이 운행 중이다.
홍콩대 미생물학과 위안궈융(袁國勇) 교수는 “우한에서 바이러스 감염 환자가 나왔는데, 추가 감염 사례가 속출할 수 있다”고 홍콩 동방일보 온라인판(東網)과 인터뷰에서 밝혔다.
위안 교수는 “같은 시간과 장소에서 갑자기 이렇게 많은 환자가 나왔다면 전염병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홍콩중문대 내과·약물치료학부 데이비드 쉬 교수는 “구체적인 자료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홍콩 시민들이 해당 지역을 방문할 경우 독감용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을 자주 씻어야 한다”고 말했다.
쉬 교수는 “우한 감염자 27명 중 7명이 중태라면 과거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발생 때와 맞먹는 심각한 상태”라며 “당시 홍콩에서는 사스 감염자 4명 중 1명이 중태에 빠져 고압산소치료실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고 말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12월에만 바이러스성 폐렴 환자 27명이 발생했으며 이 중 7명이 위독하다고 보도했다. 또한 환자 2명은 증세가 완화돼 퇴원했다고 전했다.
쉬 교수는 온라인에서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사스 재발설’과 관련해 사스 감염 진단법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그는 “사스 감염 여부를 알려면 실험실 2곳에서 동시에 같은 검사를 진행해야 한다”며 “먼저 환자의 콧물을 채취해 바이러스 유전자를 분석하고, 2~3주 동안 환자의 혈액을 두 차례 채취해서 혈액 샘플 내 바이러스 항체가 상승하는지를 관찰해야 한다”고 했다.
우한의 의료진들 사이에서 떠돌고 있는 “원인 불명의 폐렴을 일으킨 바이러스가 사스 병원체인 코로나 바이러스로 확인됐다”는 소문이 사실이라면 중국 보건당국이 해당 폐렴 발생 후 한 달 이상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사스 재발에 대한 공포감이 확산되자 인민일보 등 관영언론은 “아직 확진된 환자가 없다”며 “사스 바이러스 감염이 아닌 다른 중증 폐렴일 가능성이 더 크다”는 우한 지역 병원 관계자 발언을 전하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덧붙여 “사스 바이러스라고 해도 성숙한 방역 체계가 마련돼 있기 때문에 시민들은 당황할 필요가 없다”며 안심할 것을 당부했다.
그러나 공포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당국의 대응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도 이어지고 있다.
한 네티즌은 “사스가 아니라 다른 바이러스성 폐렴이라면 당국은 왜 발병 사실을 즉시 발표하지 않았나? 사회적 혼란을 막기 위한 이유였다면, 먼저 사람들이 무방비로 바이러스 발생 지역을 출입하지 않도록 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30일 우한 보건당국인 ‘우한시위생건강위원회’는 지역 내 각 병의원에 발송한 긴급 통지문에서 “원인 불명의 폐렴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속출하고 있으며, 유사 증상 환자를 치료했을 경우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환자들은 발열, 호흡 곤란 등을 호소하고 있으며, 대부분 우한시 화난(華南)수산시장의 상인들로 알려졌다.
한편, 홍콩에선 최근 우한을 다녀온 홍콩인 3명이 고열 등의 증상을 보여 방역당국이 검역강화에 나서는 등 긴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