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행정부를 이끄는 캐리 람 행정장관이 4일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철회를 공식 선언했지만, 홍콩 시위대는 이에 대한 수용을 거부했다.
5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홍콩01 등 현지언론은 전날 저녁 홍콩 민영신문 기자들로 구성된 시위대 구성원들이 온라인 포럼에서 람 장관의 발표에 대해 논의했으며, 이후 기자회견을 열고 수용 거부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범민주 진영 구성원을 자처한 이들은 람 장관이 송환법 철회를 선언했지만 실제로 실행에 옮겨질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나타내면서 시위대의 5대 요구사항을 모두 수용하라고 홍콩 정부에 촉구했다.
홍콩 시위대의 5개 요구사항은 ▲송환법 공식 철회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중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에 대한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이다.
람 장관은 송환법 철회는 받아들였지만 다른 요구사항에 대해서는 수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번 시위의 목적이 송환법 반대였으니 목적이 달성된 것 아니냐, 람 장관의 송환법 철회를 받아들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기자회견 주최 측은 시위의 양상이 달라진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행정부의 늑장대응, 경찰의 무력진압으로 시민들이 분노했으며, 홍콩 사회에서 민주주의 확대에 열망이 높아졌다는 이유다.
한 발언자는 여론 조사를 인용해 홍콩 시민 95.1%가 경찰의 무력진압 조사를 위한 독립조사위원회 설립을 지지한다는 내용도 전했다.
홍콩의 야권에서도 람 장관의 송환법 철회 발언에 대해 곱지 않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입법회 야당 소속 클로디아 모(毛孟靜) 의원은 “람 장관의 발표는 너무 늦었으며, 홍콩 사회에는 여전히 피가 흐르고 있다”면서 “우리는 그의 정치적 쇼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홍콩 민주당 우치와이(胡志偉) 주석도 람 장관의 결정에 대해 “가짜 양보”라고 비판하면서 “시위대가 시위를 계속할 경우 ‘긴급법’과 같은 강경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긴급법은 사실상 게엄령에 해당하는 강력한 조치다.
홍콩 민주화 운동 ‘우산 혁명’의 주역이자 송환법 반대 시위를 이끌어 온 조슈아 웡(黃之鋒) 데모시스토당 비서장도 홍콩 정부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3일부터 대만을 방문 중인 그는 “시위대의 5대 요구사항 중 하나도 빠져서는 안 된다”면서 “홍콩인의 시위는 10월1일(중국 건국기념일)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고 대만 현지 언론은 전했다.
조슈아 윙은 지난달 30일 오전 홍콩 시위에 관여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가 당일 오후 보석으로 풀려났다.